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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퇴근을 앞두고 카메라 가방을 정리하던 김씨는 굴러다니는 메모리 하나를 주워서 열어보았다.

놀랍게도 메모리 안에는 3년전 포항 하나한의원 대화재 사건 직후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들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국내 언론사가 발칵 뒤집혔다. 그 동안 화재 당시 현장 사진이 한번도 보도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에 특별취재팀을 구성하여 사진을 선별하여 게재한다.



한의원 입구의 모습이다. 우측 벽면 위로 검은 물감이 지나간 흔적 보이시나?

저것이 바로 유독가스의 흔적이다. 화재에서 발생하는 가스는 그냥 검은 물이라고 보면 된다.




한의원 접수대의 모습.






천정을 보면 당시 열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알 수 있다.





대기실 쇼파.

김씨가 쓸만한 책들을 주워서 쌓아두었다.





간호사들이 근무하던 접수대 다이





조제실 유리 역시 검은 먹물을 뒤집어 쓰고 있다.





조제실.





책꽂이가 검은 것은 불탄 것이 아니라 화재 연기가 지나간 흔적이다.





침구실 유리벽이 통째로 날라갔다. 소방관이 진압하면서 부셔버림.

아직도 그날이 눈앞에 생생하다.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지.

오후 4시 정각.


순식간에 연기가 꽉 찼는데 환자 2명이 있었다. 직원들도 달려왔었고. 

그때 내가 외친 한마디.


"다 나가!!!"



이 글을 보는 사장님 계시면 당부드리고 싶다. 

불의의 화재가 생기면 안되겠지만... 생긴다면....


1. 먼저 직원과 손님들을 먼저 탈출하게 하시기 바란다. 업장 내부가 순식간에 가스로 차면 손님들은 출구를 못 찾는다. 사람이 다치면 사장님은 바로 구속된다.

2. 사람들이 다 나간 것을 확인하면 화재가 발생한 그 방의 문을 닫으시라. 그리고 탈출하면서 통과하는 문도 다 닫으시라.(내부에 사람이 없다는 전제 하에)

3. 돈이나 물건 챙기려고 하지 마시길.... 머뭇거리면 죽슴다.

4. 건물밖으로 탈출했으면 건물 주위에 주차된 차를 신속하게 이동하게 한다. 소방차가 들어가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 불났는데도 차 안 뺀다.) 차주를 못 찾으면 유리창 깨고 사이드 풀고 밀어서라도 빼야한다.

5. 119에 직접 신고해야 한다. 아마 불구경하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하겠지만, 실제로 화재신고를 해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황당하지만 나도 내가 직접 신고했다. 누군가 신고했겠거니 생각하지 마시고, 사장님이 직접 신고하셔야 한다.

6. 화재가 진화되면 즉시 양수기를 섭외하여 소방수를 배출해야 한다. 안 그러면 아래층에 물난리 난다.







침구실이 있던 자리. 흔적도 없다.

화재 직후 철거하는 모습, 쓸만한 물건이나 가전제품들을 다 따로 찾아서 원장실에 모아두었는데 철거하는 저 아저씨들이 싹 다 훔쳐갔다. 원장책상 서랍에 구권으로 만원짜리, 천원짜리, 오천원짜리 몇장을 새돈으로 모아놨는데 그것까지 뒤져서 싹 집어갔더라. 책상만 남겨두고... 인간말종 같은 존재들.





전탕실. 여기도 연기가 지나갔다.






원장실 모습. 이 방에서 죽지 않고 살아서 탈출한 것이 기적.


개원 당시 그동안 모은 책을 모두 한의원에 갖다놨었다. 멍청한 짓이었지. 불나고 못 쓰는 책들을 다 꺼내놓으니 책이 산처럼 쌓였었다. 그나마 그 중에서 정말 중요한 책 몇권은 버리지 못해 그을음이 잔뜩 배인 채로 수습해 놓은 모습이다. (저 그을음 절대 안 빠지더라. 저 당시 그냥 책들은 싹 다 버렸어야했는데, 괜히 집에 가서 닦고 보려고 하다가 괜히 부모님만 고생시켰다. 가장 후회되는 일 중 하나.)

화재 이후 절대 수성펜을 쓰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책에 소방수를 뿌려대니 필기해놓은 게 다 뭉개져버려서) 책도 잘 안 사고...





천정





한의원 복도

누가 보면 폭탄이 터진줄 알겠다.




주방의 모습이다. 여기도 연기가 지나갔다. 검은 페인트를 뿌린 듯하다.



다음은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사진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화재연기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함이다. 화재로 인해서 발생하는 가스는 살인가스이다. 그리고 그 연기가 지나간 곳은 검은 먹물을 뿌린 것처럼 변한다. 그 가스는 절대 마셔서는 안된다. 기관지 점막이 타버릴 정도로 고온이며, 한모금에도 정신을 잃을 정도로 강력하다. 절대 우습게 보지마시라. "



"참 세월 빠르다. 벌써 3년이나 지났네. 나도 오늘 현장 사진을 3년만에 처음 본다. 그때 생각도 언뜻언뜻 나고, 마음이 착잡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동안 지지해주고 격려해주신 팬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린다. 깨끗이 털고 일어나 다시 건강이 회복되면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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