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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닌 아키꼬라는 일본인이 쓴 책.

31세에 러시아인과 결혼.

34세에 임신. 몇개월뒤 척수에서 종양발견. 암치료 포기.

35세 첫 딸 유리치카 출산 후 암치료를 하면서 딸에게 하고싶은 이야기를 메모시작.

36세 메모를 모아 이 책 출간.

37세 사망


동의수세보원을 보면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는 시기마다 꼭 필요한 존재가 있다고 나온다. 어릴때는 어머니가 가장 중요한 존재이며, 청년이 되면 아버지나 형이 끌어주어야하고, 장년이 되면 친구, 동료들이 중요하고, 말년이 되면 자식이 중요한 존재가 된다고 했다.


이 책을 쓴 아키꼬. 자신의 죽음이 예견된 상황에서 엄마없이 자랄 딸에게(얼마나 마음아팠을까) 이 책이 엄마 역할을 할 수 있게,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가득 씌어있다.


말싸움. 말을 바로 받아치지 못하는 서툰 사람이 좋다. 감정에 휩쓸리면 서로 심한 말을 하게 되는데 그럴 때는 하루동안 묵혀. 머리가 식으면 상대를 비난하지 말고, 나의 감정만을 그대로 전달해.(너 때문에 니가 이렇게 했기 때문에 라는 말을 하지 말것. 내가 라는 주어를 사용할 것)


좋아하는 사람의 싫은 점은 못 본 척 해라.

싫은 사람으로부터는 멀리 도망쳐라.

죽을만큼 힘들때는 무조건 도망쳐.

친구가 몇명 없다고 부끄러워하지마라.

남을 배려하다보면 니가 뒷전이 된다. 니부터 챙겨라.

세상 만물에 작용하는건 시간이야. 인생이란 무언가 기다리는 게 아닌가싶다. 즐거운 마음으로 미래를 기다리렴.

흘러가는 시간에 네 자신을 맡겨


어린시절은 길다. 지루해도 느긋하게 보내라.

학교를 가끔 빼먹어도 되지만 책임져야해.

공부보다 중요한 건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야. 사물을 여러 관점에서 보는 눈을 가져야한다. 실패해도 수습을 잘하고 그 실패를 동력으로 삼아 헤쳐나가는 사람이 돼라.


선생님말도 틀릴 때가 있으니 일단 잘 듣는 척만 하다가 아빠한테 다시 물어봐.

돈 없으면 하고싶은거 못한다. 돈 모아라.

정리정돈 잘해라. 쌓아놓지 말고. 바로바로 70%는 치워라. 편한방법으로 슥삭슥삭 해치우고, 물건은 항상 제자리에 두고 안 쓰는건 다 버려라.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은 반듯이 개어놓아라.


여자로 태어난 즐거움을 마음껏 누려

남녀는 차별이 아니라 구별이야.

이 세상에 니가 바꾸지 못하는 일이 산더미 같이 많아. 그런 일로 고민하지마라. 생각도 하지마라.

애교는 중요하다. 특히 첫인상이 중요하다. 항상 미소지어라.

예쁘게 하고 다녀라. 구두는 꼭 좋은 걸로 신어라.아침에 일어나면 혀부터 닦고.


사람은 처음엔 겉모습으로만 판단하게 된단다. 그래서 그 몇초에 니 인상이 결정돼. 제대로 보여줘야해. 첫인상은 매우 중요하고 아주 오래오래 간단다. 잘 씻고, 좋은 옷 입고 환하게 미소지으며 대화를 해라. 잠자코 있지말고.


다이어트보다는 과식하지마라. 음식은 반드시 의자에 앉아서 제대로 먹어. 짐승이 아니잖아. 식사시간을 즐겨.

처음 생리에 놀라지말고, 제모는 전문가에 맡겨라. 나오코 이모가 잘 아니깐 상담해라.

제발 부탁이다. 니가 직접 털을 밀려고 하지마라.


사랑. 자신의 반쪽을 찾는 긴 여행이지. 멀리보고 그 사람의 싫은 점, 지저분한 점까지 모두 받아들여야해. 그리고 스스로 역시 볼품없는 모습, 싫은 모습, 약점까지 다 드러내고 사랑을 키워가라.

사랑은 빠지는 것이고, 애정은 키우는 것이다. 저절로 그 사랑이 유지될꺼라고 착각하지마라.

애인도 결국 남이야. 완전하게 이해하는 건 불가능해. 너와 같지 않다고 화내지마라.

친한 사이일수록 예의를 갖춰야해. 소유물처럼 여기면 상대를 얕보게 된다. 익숙해짐을 경계해라.

유리치카! 절대로 속도위반하면 안돼!!!!!!!!!!!!!!!!!!!!!!!!


섹스는 나쁜게 아니다. 의사소통의 한 방법이야. 아주 친밀한 악수 같은거지. 너무 빨리 섹스하면 아프기만 하다. 친구랑 그런걸로 경쟁하지말고 니 몸을 소중히해라.

너도 콘돔은 꼭 갖고 다니고.

여자랑 자는걸 게임 클리어하듯 하는 남자놈들을 조심해라.


음악,영화를 즐기고, 책은 폼잡으려고 읽지말고 수준에 맞는 걸로 읽어라.

큰 수술을 받을 때는 최대한 정보를 모아서 철저히 준비를 해. 아무 병원에서 덜컥 받지마라. 엄마는 재수술 3번 받음. 그리고 QOL을 염두에 두고 환자가 주도권을 쥐도록 해. 결국 아픈사람으로 살아가는건 본인이니깐.

암이 무서운건 1.통증 2.공포더라.

특히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엄청난 고통.


(이 책 중간 부분에 병상일기가 있는데, 환자가 얼마나 큰 불안과 공포와 통증을 겪는지 나와있다. 고통의 끝에는 슬픔이 밀려온다고.)

어제까지 멜로영화의 주인공으로 살다가, 의사의 악성입니다. 선언 한마디에 화면은 순식간에 공포영화로 바뀐다.


치료가 대충 끝나고 아키꼬가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평범한 일상생활이 이렇게 즐겁고 기쁠줄이야! 집에서 먹는 밥.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집에서 남편과 개랑 같이 있으니 지금 참 행복하다.


어찌보면 행복이라는 건, 순간순간의 감각 아닐까.

그리고 그 감각이라는 것은 굉장히 [상대적]이라는 것이 핵심이고...

3일 굶다가 안성탕면 하나만 끓여먹어도 가슴벅찬 행복감이 밀려온다.



그녀의 투병기를 읽고 있으니 그녀가 얼마나 자기 딸과의 시간을 만끽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깨알같이 보냈는지 느껴진다. 어떻게 보면 우리 모두 시한부를 살아가는지도... 그녀는 3년...다른 이는 30년...20년...10년...혹은 40년...

의사가 절망적이라고 해도, 가족만은 반드시 완쾌할 수 있다고 옆에서 격려해주어야한다.


필기조차 힘들어 마지막에는 테이프에 녹음했던 그녀의 고독과 공포.



10년전에 읽었던 사망일기라는 책이 갑자기 생각나네.




이 책 중반부에는 그녀의 투병기. 후반부에는 이 책의 제작과정이 담겨있다.



유리치카는 이제 여섯살.


역자의 말처럼 스스로와 가족의 소중함을 돌아보게 되는 책.



아키꼬에게 마지막으로 책에 넣고 싶은 말이 없냐고 물었을때...


'이 책을 읽은 독자분이 괜찮으시면 우리 딸 유리치카에게 편지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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