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역사상 잡지를 리뷰하는 건 역사상 최초인 것 같다.
아레나 이달호에 인터뷰기사들이 연작으로 실렸는데 꽤 재미있다. (독자들이 보통 잡지에서 가장 먼저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사회적으로 일정 정도 이상의 성취를 이룬 대가들의 인터뷰다. 설사 입에 발린 그저그런 이야기라도 대가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듣기는 참 어렵다. 김씨가 늘 이야기하듯 가장 고급정보는 입>지면>모니터 순으로 유포된다.) 물론 집안이 빵빵해서 형이나 아버지, 친구들이 그런 대가들이면 이런 조언은 불필요.
이번 호에서 이승철이 말하길 "늙어서 생계를 위해 노래 부르기 싫었다. 그래서 젊어서 돈을 많이 모아두면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은 공연을 할 수 있다." - 이승철 세대 모두 7080 콘서트에서 추억을 팔아 살아가고 있는데 이 양반은 지금도 히트곡을 낸다. 아, 늙어서 돈 벌기 위해 의업을 한다면 내가 얼마나 처량할까.
의사들은 대부분 졸업 직후 수련을 받는 임상초년차에 의업이 월등히 업그레이되는 시기를 거치고 그 이후로는 매너리즘에 빠져 죽을때까지 그 수준을 못 벗어나는 경우가 태반이다. 김씨가 누구가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절대적인 위상이 아니라 작년보다 얼마나 성장하고 있느냐? 결국 GDP보다는 작년대비 GDP 증가율이 몇퍼센트이냐 그게 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는 사람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루 100명 보는 원장보다 매년 10%씩 성장하는 원장이 더 미래가치가 높다.
이승철은 올 한해가 가장 게을렀던 해라고 자평했다.
이승철 인터뷰에서 가장 쇼킹했던 부분은 바로 싸이의 성공에 대한 답변.
"사람들이 한국적인 거라고 하면 장구, 판소리, 아리랑 이런거 생각하는데 이거 큰 잘못이다. 보다 보편적인 것으로 세계시장이 나가야한다." - 한의학도 마찬가지다. 전통학문임은 맞지만, 한국적이다는 컨셉으로 나가면 안된다. 보다 보편타당한 학문으로 성장해야 한다. 황금세대의 책임감이 크다.
최동훈 감독의 리더쉽론. "나는 상업영화를 잘 찍고 싶다." - 우리사회에서 '상업적'이라는 말은 참 불경시된다. 의사가 상업적이면 지탄받는다. 그렇지만 모두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뛰는 분위기다. 가치관 혼란의 시대.
"1년에 영화를 350편을 봤는데 매일 한편도 안된다는 것에 자책했다. 지금도 나의 일상은 모든 것이 영화로 가득 차 있다. 나의 인생 사이클은 2년단위이다." - 이 양반은 정말 영화에 미친 사람이다. 찍다보면 정말 잘 찍고 있는지 대충 찍는지 스탭들이 먼저 안단다. 의사도 자기가 가장 먼저 눈치챈다.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나는 1년에 환자 증례를 몇개나 쓰는지 돌아봤다.
"리더십과 카리스마는 다르다. 카리스마 없는 리더십. 리더는 통이 크기도 해야지만, 쪼잔하기도 해야한다. " -쪼잔하다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섬세해야 한다는 말이다. 통크게 나갈 때는 크게, 그렇지만 작은 디테일을 놓치면 안된다. 결국 리더란 이런 절도를 잘 구사하는 사람이다. 의사에게도 입지를 선정할 때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지만, 대기실에 놓는 화분 하나하나에까지 완벽주의와 꼼꼼한 자세가 필요할 때가 있다.
신원호 피디의 일잘하는 법과 브레인스토밍 "프로그램을 만들려면 기획을 하고 구성을 짜고 촬영을 한 후에 편집을 해야하는데 거꾸로 말하면 이 모든걸 다 할줄 알아야 좋은 프로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구성을 할 때는 그 프로그램에 들어갈만한 에피소드 수십개를 칠판에 붙여놓고 직위에 상관없이 모두 자유롭게 이야기를 한다. 이 과정의 단점은 농담따먹기나 쓸데없는 이야기들로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는 것이고, 장점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나온다는 점이다. 인간의 개인의 뇌는 한계가 있다. 브레인의 병렬사고는 기가 막힌 프로그램을 탄생시킨다."
연말을 맞이하여 지면이지만 기발한 시상식을 진행한 점 역시 돋보인다. 예를 들면 '트위터 그만해라상'을 이외수에게 수여 ㅋㅋㅋㅋㅋ 그리고 깨알같은 근거를 10줄에 걸쳐 서술하는데 읽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위로 그만해라상'에는 자기 세대에서 88만원세대 만들어놓고 또 힐링한답시고 책 팔아먹는 김난도 서울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아레나 참 재밌는 잡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