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한해를 결산하는 계절이 다가왔다.
<정말 웃긴 개그맨 상> : 김대성
올해 김씨를 가장 웃긴 개그맨은 김준현도 아니고 김준호도 아니고 정여사도 아니다. 그는 바로 정여사, 친한친구 코너의 조연(?)으로 나온 김대성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김씨의 눈은 그를 바로 알아봤다. 그의 몸짓에는 과장이 없고, 말투에는 절제가 묻어있다. 어찌보면 개그맨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게 매력이다. 강타자의 부드러운 스윙처럼 그의 개그에는 억센 힘이 빠져있다. 김대성의 롱런을 빈다.
<이 세상에 그런 남자는 없다상> : 넝쿨당의 유준상
잘생겼는데 돈도 많고 자상하고 일도 잘하는 남자를 블랙칼라워커라고 한다. 유준상이 딱 그런 사람이다. 누가봐도 사위감 1위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어쩜 준상이형은 늙지도 않네. 좌절감마저 든다. 뭐 하나 견줄 건덕지가 없다면 준상이형의 너털웃음이라도 흉내내야지. 으하하!
<연기란 이렇게 하는거야 상> : 추적자의 손현주
손현주의 연기는 늘 훌륭했지만, 올해 그 절정에 달했다. 그의 톤, 박자, 발성, 제스쳐, 눈빛은 연기의 교과서였다. 손현주가 한의사였으면 그는 이미 빌딩 여러채를 소유했을 것이다. 좋은 연기는 관객에게 신뢰를 줘야한다. 그 신뢰는 사소한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졌을 때 안개비처럼 젖어드는 것이지, 발성이 좋다거나, 눈빛이 좋다거나 같은 부분부분이 좋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그만 좀 내려와라 상> : 대한한의사협회장 김정곤
역사상 가장 욕을 많이 먹은 한의사. 김정곤. 당분간 이 기록을 깨기는 힘들 것 같다. 삼복첩에 이은 전국한의사대회 삽질로 인해 리더십을 잃어가던 김정곤 집행부는 천연물신약 공용사용론에 휩싸이면서 반쯤 침몰했고, 배가 가라앉은 줄도 모른 채, 섣불리 돛을 올렸다가 첩약의보라는 역풍에 말려 완전히 침몰했다.
한의사협회 역사상 이렇게 민심을 외면하는 비상식적인 협회장이 있었던가? 화난 평회원들의 민심은 들불처럼 번져 11월 1일 역사적인 쟈스민데이를 만들어내고 직선제를 쟁취해냈다. 그 과정에서 bk툰은 한의신문, 민족의학신문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신속함과 공정함으로 한의계 최고의 언론지로 자리매김했다.
<내가 피디면 바로 퇴출시킨다 상> : 무한도전의 정준하, 남자의 자격 이윤석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은 진정성으로 승부하기보다 자신의 예능수명 연장을 위해 과도한 캐릭터 창조작업에 몰두한다는 점이다. 예능은 쇼지만, 쇼가 쇼처럼 보이면 망한다. 물론 대본이 있지. 하지만 시청자가 대본대로 하네라고 눈치채는 순간 이미 그 대본은 존재이유를 상실한다. 공무원처럼 깨지지 않는 철밥통 캐릭터 만들려고 노력하지말라. 다 보인다. 더이상 보여줄 게 없으면 그냥 집에 가라.
<재밌게 본 영화상> : 범죄와의 전쟁
도둑들보다 10배는 더 재밌었다. 건축학개론보다 20배 더 재밌었고, 광해보다는 30배 더 재밌었다.
<정말 좋았던 선물상> : 와콤 인튜어스 터치 PTH650 무선
그레이스 박사님이 선정과정부터 전달하는 날까지 국정원 뺨치는 동선을 보여준 선물. 가격을 떠나 늘 갖고 싶다는 생각이 깊숙히 자리잡고 있었던 까닭에 더욱 기억에 오래 남는 멋진 선물.
<트위터 좀 그만해라 상> : 이외수, 조국 공동수상
이 두분이 지난 15일인가 이런 트윗을 올렸다. "대선후보 5번 김소연 후보가 청와대 쪽으로 유세하러 가다가 경찰에게 폭행당했다. 사상초유의 사태다" 뭐 이런 내용으로 트윗을 올렸다. 내가 그날 현장에서 다 지켜보았는데, 먼저 경찰들에게 덤벼든 것은 김소연 지지자들이지, 결코 경찰들이 먼저 도발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이 유세차량을 끌고 와서 차로 2개를 점거하고 대치한 것은 유세가 아니라 시위였다. 아무거나 덥석 덥석 리트윗하지말라. 그리고 그 내용이 잘못 되었으면 사과하고 정리하라.
<나쁜역할도 누가 좀 해라 상> : 1박2일
강호동이 그렇게 열심히 다져놓은 구도를 예능을 모르는 얼빵한 피디와 출연자들이 다 말아먹는 중이다. 야 너네들이 다 착한 역할을 하면 우짜란 말이냐!!! 이 답답아. 사람들이 주말 저녁에 거실에 누워서 윤리교과서 보고 싶어하는 줄 아냐? 악인이 없는 플롯이 존재할 수가 있냐? 예능이고 드라마를 떠나서! 도대체 피디 이름이 뭐야?
<세상은 아름답고 돈, 명예, 건강 중에 건강이 이찌방이다 상> : bk박사님의 병상일지
여름부터 가을까지 매일 병상일지를 써가며 고군분투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니, 인간의 마음이란 참으로 간사하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어제같은 오늘, 오늘같은 내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그런 날들의 연속, 수천개의 팝콘에서 몇개 집어먹어도 표시가 안 나듯이, 내 인생에서 며칠 덜어낸다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인생의 연속. 그 와중에 발병한 사건은 박사님으로하여금 인생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돈도 잃어봤고, 명예도 잃어봤고, 건강도 잃어봤지만, 가장 비가역적으로 회복하기 힘든 것이 바로 건강이더라. 모두 건강하시라. 팝콘같은 나날을 보내시라.
<뉴스 어플 다 지워주게 해서 고마워상> : 박근혜
매일 30분 이상 김씨는 뉴스를 보느라 시간을 허비하곤 했다. 박근혜가 당선되는 날부터 김씨는 일체 뉴스를 보지 않는다. 뉴스어플도 모두 다 지웠고, 네이버뉴스도 보지 않는다. 프랑스의 1/100도 미치지 못하는 천박한 토론문화와 저질 가십으로 가득한 뉴스로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고 조작된 이미지만을 분배하는 기성 언론을 단호히 거부하는 선언적 행동으로, 공중파나 신문이나 포털의 뉴스를 전혀 보지 않는 것이 더욱 삶을 풍요롭게 하리라는 가설을 증명해보이겠다. 이미 지난 여름 3개월간 인터넷을 하지 않고 삶에 오롯이 매진한 전력이 있어 별다른 금단현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두세번 더 보고싶은 연극 상> : 염쟁이 유씨, 당신만이, 식구를 찾아서 공동수상
척박한 한국문화계의 납십자성 역할을 하고 있는 그레이스 박사님의 인도로 대학로에 진출하게 된 김씨. 수많은 연극 가운데 한 편을 고르기가 너무 힘들어서 끝내 공동수상을 하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올해의 상 심사중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으로 기억된다고.
<올해 최고의 도서상> : 스티브 잡스
한 사람의 일생을 이렇게 단시간에 리뷰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의 원 모어 씽을 더 듣지 못해 아쉬울 따름... 머지 않아 에디슨과 같이 교과서에서 자주 보게 될 듯.
<올해의 한의사상> 부문 수상자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