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2년 임란이 발발하던 해 박미라는 아이가 태어난다. 허준이 1615년에 죽으므로 허준이 70대일 때 박미는 10대 후반이었다. 그가 실제로 허준을 만났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아마 초상화로 훗날 접했으리라. 조선시대 초상화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 임란 이후(광해군을 고쳤을때 부상으로 초상화를 받았다는 기록이 없으므로) 공신 책봉 과정에서 도화서의 화원들을 보내 그림을 그리는 특혜를 받았으리라 추측이 가능하다.
아무튼 박미가 1645년에 죽고난 후 1682년 그의 손자와 조카가 문집을 편찬한다. 그 책이 분서집이고 그 안에 허준을 묘사한 대목이 나온다.
"허준은 살이 쪘다. 기름이 흐르는 윤택한 모습으로 그 모습이 스님과 같다.(통통한 스님)
입은 늘 열려있고 항상 미소를 짓고 있다. 그의 초상화를 보니 미소가 포인트다. 허준의 미소는 한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가 없다."
(박미는 분명히 허준의 초상화를 보았다고 기록해두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허준의 표준영정은 어떻게 된 것일까?
현존하는 허준의 모습은 두 가지이다. 최광수가 그린 표준영정과, 신동원이 양천허씨 가문에 잠깐 전해졌다고 주장하는 초상화 필사본이다. 두 그림 모두 허준이 살이 쪘다는 박미의 묘사와 동떨어져있다.
1975년 집념이라는 드라마(주인공 허준 김무생)을 연출한 표재순 PD가 증언하기를 당시 노정우가 쓴 동의보감 번역본 서문의 유의태(실제로는 허준보다 100년 뒤의 인물) 이야기를 끌고 와서 그대로 드라마로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침시술 장면의 대역을 맡았던 최광수라는 한의사.(이 분이 원래 영정을 그리는 분이다. 허준, 이제마, 기타 여러명의 영정을 그림. 영정이라는게 문광부에서 인정하면 표준영정으로 인정됨 ㅋㅋㅋㅋㅋ)
아무튼 최광수는 꿈에서 허준을 보았다면서 허준영정을 그린다. 어떻게? 샤프하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ㅋㅋㅋ
그게 40년 동안 허준의 모습이라고 내려오게 된다.
박미의 문집에는 늘 미소짓는 뚱뚱한 스님모습이었다는데....
-2013년 4월 2일 mbc 다큐스페셜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