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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의는 부지런하고 정직하고 실력있고 성실한데 자리가 나쁘거나 광고를 안해서 환자들이 몰라줘서 가난한 것이고

부의는 실력은 없는데 게으르고 환자들한테 이빨까서 사기치고 거짓말 잘해서 광고빨로 환자가 몰리고 돈을 번다.

 

이 명제는 사실일까? 피해망상일까?

 

 

 

정상신호로 가득한 현실은 재미가 없다.

 

사람들이 느끼는 빅재미와 감동은 비현실성에서 나온다.

불난 집에 소방관이 뛰어들어가서 아이를 구해오면 구경꾼들에게 박수 한번 받고 끝이다.

하지만 쌩양아치에 전과 20범의 노숙자가 뛰어들어가서 애를 들쳐업고 나오면 9시뉴스에 나온다.

세상이란 그런것이다. 당연한 것에는 감동이 없다.

 

소방관이 아이를 구하는 것은 '정상신호'이고 쌩양아치 노숙자가 애기를 구해오는 것은 '노이즈'다. 사람들은 노이즈에 강렬하게 반응한다. 사람들이 돌팔이에게 열광하는 것은 그가 치료하는 것이 노이즈이기 때문이다.

오징어배타는 송영호(52세, 무직)씨가  술먹고 길에서 자면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지만, 교장선생님이 술먹고 길에서 자면 사람들은 노이즈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이건희옹이 마세라티를 타고 다니면 검소하네~하고 넘어가지만 홈쇼핑에 나오는 OOO한의사가 마세라티를 타면 동료 한의사들은 노이즈로 받아들이고 격렬하게 반응한다.

 

 

노이즈를 관리하는 것이 리스크관리다

사람들은 노이즈에 격렬하게 반응한다. 홈쇼핑에 나오는 OOO한의사 역시 노이즈다.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묵묵히 진료하기 때문에 양의사들은 묵묵한 정상신호보다 홈쇼핑에 나오는 노이즈 한의사에 더욱 격렬하게 반응한다.

그런 경우 한의사협회장은 해당 노이즈를 단호하고 신속하게 제거해야 전체 한의사집단에 피해를 입히지 않게 된다. 노이즈를 방치하면 할수록 정상신호가 교란되고 전체 집단의 신뢰도가 침해받는다.

일선 로컬도 마찬가지다. 만명의 환자를 제대로 치료했어도 단 한명의 환자가 아나필락시스로 사망하면 그 사건이 그 한의원이 노이즈가 된다. 노이즈는 정상신호보다 사람들 눈에 더 띄고 더 증폭되어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이미 사람들 눈에 정상적으로 치료받은 9천9백99명의 정상신호는 무시된다.

원장 입장에서 단호하고 신속하게 그 노이즈를 관리하는 것이 리스크관리이다.

평소에 늘 친절하고 상냥하던 간조가 남친과 헤어진 이후 갑자기 뚱한 태도로 환자 응접을 하면 그것도 노이즈다. 결국 어떤 집단이나 노이즈는 불시에 발생하기 마련이고, 리더는 그런 노이즈를 신속하게 관리하고 제거시켜야하는 의무가 있다.

 

 

 

쓰레기들이 생산하는 노이즈를 무시할 줄도 알아야한다.

 

인터넷 악플러 역시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글을 올리거나 리플을 달지 않는다. 그 시간에 아이와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의 일을 하거나, 뉴스를 보거나 예능프로그램을 본다.

예를 들어 내가 연예인이라고 할 때 2만명의 정상신호를 발산하는 정상 팬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인터넷에 리플을 달거나 글을 올리거나 전화하거나 그런 일을 하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응원한다. 하지만 20명의 편협된 극단의 노이즈를 발산하는 악플러들은 강력한 노이즈를 발생시킨다. 0.001%도 안되는 그들이 인터넷에 지속적으로 악플을 올리면 그 노이즈 신호가 눈에 확 띄고 신경이 쓰인다. 마치 그 노이즈가 메인스트림처럼 보이는 착시현상을 겪는 것이다. 하지만 노이즈는 노이즈일 뿐이다. 노이즈에 대처하는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자세는 '무시하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노이즈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열광하는 드라마를 보자.

재벌집 아이들은 출생의 비밀을 안고 태어나고, 공부는 못하고 말썽만 부리고, 아빠는 바람이 나고, 엄마는 표독스러우며 아들은 춤에 빠져살고 딸은 유학가서 외국인과 난잡하게 약에 쩔어 산다. 승승장구하던 회사가 갑자기 부도가 나고 할아버지는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시고...

반면 부모없이 자란 고학생 주인공은 얼굴도 예쁘고 성격도 착하고 머리도 좋아서 서울대에 진학하고 대기업 재벌2세의 낙점을 받아 러브러브한 차를 얻어타고 승승장구한다.

 

시청자들은 열광한다.

 

만약 반대의 경우라면 어떨까?

재벌집 부모는 금슬이 좋고, 아이들도 남매간의 우애가 좋고, 모두 미남 미녀에 성격도 좋다. 머리도 좋아서 모두 하버드 예일대를 나오고 대형로펌에 다니면서도 겸손하기까지 하다. 포르쉐를 몰고다니지만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기부도 많이하고 회사는 점점 더 성장하고 할아버지부터 모두 장수하며 매주 골프를 치러나가고 좋은 음식만 먹고 건강관리에 열심이다. 가끔 가족들끼리 크루즈여행도 다니고 매년 3-4번씩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반대로 가난한 집에서 자란 고학생 주인공은 매일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벌어야하고 머리도 별로에 부모님 지원도 못 받아서 지방대를 나오고 중소기업에 근근히 취직해서 월급만으로는 생활비 내기도 빠듯하다. 소개팅을 하지만 늘 못생기고 찌질한 상대만 나오고 아버지는 술에 쩔어지내고, 엄마는 파출부 일에 생고생이다. 가족들이 제주도 한번 못 가보고 병원약을 달고 산다. 할아버지는 위암으로 일찍 돌아가셨고, 집안에 재산도 없다.

 

대부분의 현실이 이렇다. 이게 정상신호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일일드라마에 나온다면 누가 볼까? 하루종일 내가 직장에서 지낸 모습 그대로 그 스트레스를 그대로, 현실 그대로 적나라하게!!! 저녁 먹으면서 티비를 통해서 다시 본다면 누가 볼까?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흔하지 않은 '노이즈'의 상황이 드라마에서는 단골메뉴가 되는 것이다.

부유층의 파멸, 불륜, 파산, 사회특권층의 몰락, 빈민층의 신분상승과 통쾌한 복수가 드라마에 단골로 나올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왜? 시청자들이 그걸 보고싶어하니깐!!! 내가 그 노이즈를 보고싶어하니깐!

 

 

서두에 말한 빈부의 규정도 마찬가지다.

 

부의가 좋은 부모 만나서 좋은 대학 나오고 성실한 학생으로 자가용 끌며 풍족하게 학교 다니고 모교교수로 발령나서 학생들과도 사이좋게 지내고 실력도 좋은데 겸손하기까지 하면서 환자들에게는 정직하고 성실하며 매사에 부지런하며 환자 많이 보고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차에 좋은 집에 살며 해외여행도 자주가고 가족들도 화목하고 미모의 서울대 의대 나온 배우자와 결혼하여 낳은 자식들도 모두 미남미녀에 머리도 좋아 하버드의대에 진학하는 부의들의 모습을 빈의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들의 머릿속의 '부의'는 그래서는 안되는 것이다. 부의는 잘생겨서도 안되는 것이다! 뭔가 뒤룩뒤룩 살이찌고 당뇨 고혈압에 시달리고 돈은 많지만 가족이 불행하거나 건강이 나쁘거나 뭔가 결함이 있어야하는 것이다.

환자에게도 사기를 쳐서 돈을 벌거나, 광고빨로 혹세무민하거나 뭔가 나쁜짓으로 돈을 벌다가 파산을 하거나 주식이나 노름으로 탕진하거나 큰병을 얻어야하는 게 그들이 바라는 부의의 모습은 아닌가?

 

 

 

사람들은 몬드리안의 그림처럼 세상을 구획화하여 규정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사람사는 세상에는 사람을 특정한 라인 안에 넣고 규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양의사 중에도 졸라 비과학적이고 쓰레기 같은 놈도 많고, 한의사 중에 졸라 과학적이고 샤프한 놈도 많다. 부의들 중에 사기치는 놈도 있고, 빈의들 중에 실력없고 사기치는 놈도 많다. 문제는 그런 개체간의 다양한 변수 중에 내가 보고싶어하는 노이즈만 초집중해서 되새김질을 한다는 것이다.

 

 

나의 추악한 면은 외면하고 싶다.

 

자기자신의 현실은 자기가 가장 잘 안다. 그리고 그 부분이 개선이 힘들다고 느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외면하는 방법을 택한다. 내가 변증하는 능력이 형편없고, 진단과 예후판단이 전혀 안되는 원장이라고 할 때, 그 부분을 개선하기란 너무 어렵다. 몇년이 걸릴지 어떤 루트로 어떻게 개선해야하는지 해결법이 보이질 않는다. 그때 선택하는 것이 유기농 약재 + 황토지장수 + 옹기약탕기 + 정성껏 달입니다 드립이다.

 

내가 긁는 약처방이 개쓰레기같다는 걸 인정하기 싫은 것이다. 내가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진단변증 이외의 부분 즉 약재의 질, 생수, 약탕기 영역외에는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물론 지장수 옹기 드립은 곧 처방실력이 개판이다로 연결되어서는 안되겠다.광고란 좋은 정보를 전달한다는 측면에서 윈윈전략이므로... 다만 지난 십년간 만난 약으로 성공한 숨은 부의(하루 약매 300 이상 나가는)들 중에 그 누구도 지장수, 유기농, 옹기약탕기 드립치는 원장이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만난 극빈의들(한달 약매 500미만) 한의원에 가보면 온갖 유기농, 지장수, 생수, 옹기약탕기 광고가 덕지덕지 붙어있었다.

만약 본인의 진단변증력이 병신급이라고 인정하는 후배가 있다면 지장수 옹기 배너 달시간에 어떻게 하면 트레이닝받을 루트를 찾아낼까에 에너지를 쓰는게 장기적으로 더 효율적이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곰곰히 돌이켜보니 하루 약매 3-400 나가던 원장님들은 지장수 옹기무압력약탕기 드립할 시간도 없었던 것 같다. 그날 환자들 처방 내고 챠팅하기도 바빴으니까.

 

 

(아무튼 진료실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장님들의 모습은 드라마에 나오는 모습과 너무 달랐다. 대부분 물려받은 재산이 많고 머리가 좋고, 여유가 있고 겸손하며 인품이 좋고, 사모님도 미인에 성격이 좋다. 자제들도 모두 해외의 좋은 대학 가고, 회사는 날로 번창하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음식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한다. 원장에게는 늘 깎듯이 대하고 신뢰가 깊으며 약값 깎는 일도 없고, 왠만한 컴플레인도 점잖게 해결하려한다. 격이 느껴진다. 이런 사장님이 한 두명이 아니다. 도대체 드라마에 나오던 그 괴팍하고 구두쇠에 성격지랄같고 히스테리 와이프에 돌대가리 자식을 데리고 바람피우며 회사가 점점 망해가고 걸핏하면 가슴팍을 쥐어짜는 개망나니 사장님들은 다 어디에 있는걸까?)

 

 

우리가 무언가에 화가 날때 나 스스로 그것을 인정하지만 들키기 싫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가인, 김태희에게 "야이 뚱뚱하고 못생긴년아!"라고 이야기하면 웃는다. 사실과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천군 덕금리에 살며 한창 다이어트 중인 155cm 58kg의 송도영(22, 미용보조)씨에게 "야이 뚱뚱하고 못생긴년아"라고 말하면 화를 낸다.

 

변증력이 병신급인 애들이 자신의 처지를 개선하는 가장 첫걸음은 바로 병신급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인정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평생 병신급에서 난 아니야! 난 아니야! 내가 왜!! 이만하면 잘하지!! 자위하며 살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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