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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는 네비게이션이다 -bk박사님 2013 어록 중 발췌-

 

환자와 원장은 목적지에 같이 가야한다.

문제는 원장이 직접 환자를 업고 뛰어가는 게 아니다. 환자가 본인의 차를 타고 원장은 조수석에 앉아서 코치만 한다는 점이다.

 

언제? 어디까지 도착할지는 변수가 결정한다.

물론 원장의 코치가 엉터리면 그런 변수는 의미가 없다.

 

변수는 세가지다.

 

1. 원장이 제대로된 방향으로 코칭하는가?

2. 차는 멀쩡한가?

3. 길은 막히지 않는가?

 

초짜들이 간과하는 점이 '본인의 코칭 방향이 옳다'는 전제 하에서 시작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환자의 차량 상태와 고속도로를 타야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환자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역정을 낸다.

 

환자가 코칭대로 방향을 잡고 고속도로를 타게 하고 싶은가?

비결은 간단하다. 부산에 가려면 수원을 지나야 하고 그다음에는 대전을 지나야 한다.

 

'나만 믿고 밟으면 곧 부산이다'라는 코칭은 쓰레기다. 환자 원장 모두에게 재앙이 될 뿐이다.

의심많고 라뽀가 약하고 조급한 환자가 운전대를 잡았다면 한남대교 진입부터 잠원, 양재IC 등등 더욱 촘촘하고 세심하게 네비게이션을 보여주어야 한다.

 

결국 예후는 네비게이션이다.

 

문제는 운전수가 네비의 말을 받아들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한남대교 넘어서 고속도로를 타라고 코칭했는데 환자가 받아들이지 않고 1번국도로 들어가면 그럴 수도 있다. 톨비가 없을 수도 있고, 그 환자가 시간이 많을 수도 있고 국도를 좋아할 수도 있다. 코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운전 중에 화내거나 환자를 버리고 차에서 내리지 말라.

 

차량이 노후화되어 잘 나가지 않는다고 화내지마라. 오래 쓰면 모든 차가 다 그렇다. 화내지마라.

그리고...

길이 막힐 수 있다.

길이 막힌다고 노여워하지마라.

길 막히면 천천히 가면된다.

문제는 초짜들일 경우 길이 막히면 당황하고, 지남력을 상실하여 본인이 네비게이션한 방향이 맞는지 틀린지 헷갈리게 된다.

 

원장에게 있어야할 덕목중 가장 중요한 점은 표지판을 잘 볼 것. 그래서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차량이 잘 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다. 표지판에 집중하라. 길이 막히든 차량이 굼뜨든 상관마라.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거나, 졸업후 트레이닝-병원 수련을 말하는 것이 아님.-을 못 받고 임상에 내던져질 경우 표지판을 보는 눈이 없다.

표지판을 보는 눈이 없는데 조수석에서 네비게이션을 한다는 것은 주사위를 던져 환자를 낫게 하겠다는 만용과 같다.

그리고 "1제부터 드셔보시죠" "한약은 효과가 나중에 나타납니다"라는 망언을 내뱉는다. 숫자로 환자를 끌고 가려는 초짜를 조심하라.

 

하지만 대가라고 늘 맞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대전 지나서 부산으로 가려고 했는데 가평 춘천 표지판이 보인다면 즉시 방향수정을 해야한다. 즉 손절을 잘 해야한다. 작은 방향성 이탈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이 곧 대가이다.

오래 달린다고 목적지에 도달하지는 않는다.

 

무슨 직업이든 오래 한다고 다 잘하는건 아니다.

주식 오래 매매한다고 다 부자되나?

 

가장 중요한 건 시간이 아니라 방향.

그 핵심은 표지판을 보는 눈이다.

내가 표지판을 보는 눈이 없는 원장이라면 환자에게 한약 처방을 해서는 안된다.

 

표지판을 못 보는 원장들은 대부분 재진으로 찾아온 환자에게 "약 먹고 좀 어떠세요?"라는 오픈형 질문을 던진다.

 

이건 마치 네비게이션 기계가 운전자에게

"지금 어디쯤 왔어요?"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다.

 

 

내가 하나 물어볼께.

 

"당신은 훌륭한 임상의인가?"

 

다시 바꿔 물어볼께.

 

"당신은 훌륭한 네비게이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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