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5일 그레이스 박사님과 오찬회동을 마치고 기지로 돌아가던 김씨의 눈에 재미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보는 순간 이건 특종이라는 기자의 육감이 온 것.
바로 외국인이 병나발을 불고 있는 장면이었다.
문제는 병나발의 객체가 맥주가 아니라 우리의 고유술인 막걸리였던 것이 아닌가!!!
김씨는 기자의 본능대로 그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역시 꼬랑내 치즈를 마이 먹고 자란 아이들이라서 그런지 따라가기 버거웠다.
사진속 빨간 화살표가 바로 오늘 '나발의 주인공'
그는 광화문까지 약 1.5km를 걸어가는 동안 도합 5회의 들이킴을 보여주었으며, 전형적인 팔자걸음으로 한국 전통 양반의 보행문화까지도 완벽하게 체득한 것처럼 보였다.
지금까지 서울에 여행온 외국인 관광객중 데니스씨만큼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젊은이는 없었다.
그는 기념촬영을 하는 중에도 막걸리로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는 슈퍼에서 득템한 것으로 보이는 한국인의 대표적인 쇼핑백 '검은 봉다리'-자외선 완벽 차단 기능-를 휴대했고, 소중한 막걸리 바닥에 까는 행위로 술에 대한 존경을 표했다.
외국인이 놓았다고 보기에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한국막걸리.
이렇게 귀한 글로벌한 대접을 받아본 막걸리 친구가 또 있었을까?
마치 정부청사 지하도 노숙자 강말봉씨(54, 비박전문가)가 놓았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정교하게 봉다리를 깔고 놓았다.
5월 햇살의 따뜻한 바람에 흔들리는 검은 봉다리의 자태가 한국의 미를 잘 나타내고 있다.
막걸리병이 자빠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직 1/3이상 내용물이 남아있다. 데니스는 외국인임에도 불구하고 폭음하지 않는 주도까지 겸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사진을 확대해보니 너무나도 선명한 '서울 장수막걸리'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낮이든 밤이든 식당이든 거리든 상관없이 자유롭게 행동하는 데니스 군의 혁신적인 관광스타일을 보며 여행의 참의미에 대해 숙고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맥주나 와인같은 서양술은 고급으로 쳐주고 막걸리는 하대하는 한국의 음주문화에 일침을 가한 데니스군의 쾌거에 박수를 보낸다.
국내엔 와인동호회도 있지만, 프랑스 노숙자들이 주로 빨고 자는 술이 와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술의 품격은 종류나 가격이 아니라 마시는 사람이 결정짓는 것이다.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내가 그동안 너무 매너리즘에 빠져 살고 있지는 않은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씨에 막걸리 나발불며 광화문을 감상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 아닐까? 데니스 군이 한국에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돌아가기 바란다."라며 짧은 소감을 남겼다.<서울/문화부 특별취재본부> 사진제공: 덕화통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