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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강의에서 한 첫마디.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한의사가 돼라"

 

흔히 사람들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의사상은 요셉의원 이미지다. 전세집에 살면서 저렴한 진료비에 낡아빠진 양복에 싸구려 구두를 신고 입냄새나는 노숙자를 돌보는 숭고한 직업!!!

시대는 변했다.

잠깐의 진통과 생명을 연장하는 안전망 역할을 했던 시혜적 의미의 의료는 이제 완전히 서비스업으로 자리잡았다.

 

빈의일수록 무능을 청렴으로 자위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그 과정에 동원되는 이미지가 '숭고한 의사상' '의사는 돈을 밝히면 안된다'는 시혜적 직능관이다.

이 세상 모든 자위행위는 허무만을 남긴다.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으려는 사람은 성장을 해야 한다. 그 성장에는 두가지가 있다.

1. 양적 성장

2. 질적 성장

 

환자를 많이 보고 한의원 평수를 늘이고, 어느 도시에 한의원 숫자가 100개에서 130개가 되는 것 모두 1번에 해당한다.

2번은 1번보다 훨씬 어려운 과제이다.

개원을 하려는 후배들을 볼 때 모든 신경이 1번에 쏠려있다. 몇명의 환자를 볼까? 나는 몇명의 환자를 보고 싶다. 몇평의 한의원을 하고 싶다. 물리치료는 몇가지로 더 늘이고 싶다. 대기실 커피 종류를 늘이고 싶다. 부원장을 두고 싶다. 등등 모두 양적인 내용 뿐이다.

 

질적인 성장에 주목하는 후배는 거의 없다.

어떻게 하면 임상경험이 없이 내지르는 나의 쓰레기같은 처방을 좀 더 디테일하게 가다듬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후배를 본 적이 없다. 모두 '자리는 어디가 비어있을까?' '대출은 얼마나 땡길 수 있나?' '하루 평환은 몇명이나 끌어올릴 수 있을까?' '오늘은 왜 환자가 안 올까?' '오늘 무슨날인가?' 이런 잡담만 늘어놓는다.

 

내 동기중에도 있다.

"요즘 왜 환자가 20% 줄었지?" 고민하는 원장은 많지만, "지난번 강말복 할아버지 0000처방이 패증 난 이유가 뭘까?"에 대해 고민하는 원장은 드물다. 질보다 양에만 집중하는 로컬 분위기.

 

부동산 거품 입시 거품. 이야기가 많지?

경제이야기가 아니다. 질적인 성장 없는 양적 성장은 거품이다. 내가 볼 때 한의대는 환상적인 거품공장이다!!!! 한의대가 겉으로는 성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내부에서 냉정하게 볼 때 거품이 어마어마하다. 지난 50년간 한의대가 질적으로 얼마나 성장했나 돌이켜보라.(긴 이야기는 생략.)

 

지금 환자를 좀 많이 보고 있는 원장이라도 공급과잉의 업종에서 진입장벽없는 영역에서 올린 성장이라면 바로 무너진다.

하지만 질적인 성장을 하기위해서는 원장이 지불해야할 금전적 시간적 대가가 너무 크다. 이걸 한번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모든 한의사는 다음의 카테고리 중 하나에 속한다.

 

1.싼 진료비에 저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원장.

2.비싼 진료비에 저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원장.

3.싼 진료비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원장.

4.비싼 진료비에 양질의 의료를 제공하는 원장.

 

3번을 지향하는 원장들을 만나보면 대부분 1번인 경우가 많다. 산 아래에 있는 등반객은 절대 자신의 위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능력이 없다. 더 높은 고도의 등반객이 평가해주어야 한다.

 

양적이든 질적이든 모든 성장에는 '상업적인 성공'이라는 양분이 필요하다. 한의사가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으로 원장에게 투자하고 인센티브 삼아 질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진료를 제공하고 더 돈을 많이 벌고 이런 선순환의 흐름을 타야 한다.

 

상업적 성공의 핵심은 서비스의 양과 질과 대가로 지불하는 진료비와의 관계를 맥시멈의 효율로 설정하는 것이다. 진료비는 원장이 제공하는 진료의 질적 수준에 맞게 환자와 원장이 모두 윈윈할 수 있도록 합리적으로 책정되어야 한다.

 

진료도 마찬가지이고, 환자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소비자에게 무형의 뭔가를 전달해야 한다.

왜 bk박사님의 강의가 학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가? 강의는 곧 콘서트와 같다. 연극과 같다. 박사님은 3시간 내내 10분도 쉬지 않은 채, 조금도 학생관객의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면서 '하고싶은 진지한 이야기'를 빵빵 터지는 웃음코드에 담아 전달하는 재능이 있다. 정신없이 웃고 충격받고 웃고 충격받고 하다보면 어느새 3시간이 지나있다.

 

가벼운 형식에 진지한 주제를 담는 재주.

 

이런 재능은 하루아침에 하늘로부터 받은 것이 아니다.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사람을 꼽자면 움베르토 에코형이다. 에코형은 이태리 기호학자인데 20살의 새내기 bk를 한눈에 사로잡았다. 암울했던 한의대 예과 1학년의 bk는 에코의 모든 책을 읽고 수집하고 에코처럼 위트와 유머가 넘치는 진지한 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CD가 책이라면 콘서트는 강의다. 현 한의계에는 주로 책으로 독학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해있다. 콘서트에 노래 들으러 가나? 아니다. 노래 듣고 싶으면 CD사서 듣는게 훨씬 음질이 좋다. 콘서트는 가수와 PD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공연이라는 형식을 통해 보러 가는 곳이다. 전자는 듣는 것이고, 후자는 보는 것이다. 듣는 1차원은 보는 2차원을 절대 이길 수 없다. 그리고 어느 업종이건 고급정보는 절대 책으로 유통되지 않는다.

 

(한의대 재학시절 가장 쓰레기같았던 교수는 바로 수업시간에 들어와서 고개파묻고 책을 읽어대는 교수였다. 이건 마치 10만원짜리 콘서트 티켓을 팔아놓고 수만명 앞에 CD를 틀어주는 거랑 같다. 아니 책을 읽어줄꺼라면 그냥 녹음테잎만 학생들한테 주면 되지 뭐하러 애들 학교에 불러모으냐.)

 

그리고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전달'이 되려면 '관객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어떤 관객이건 3시간 내내 CD를 집중해서 듣기란 매우 힘들다. 하지만 3시간 공연은 집중해서 받아들일 수 있다.

진지한 내용을 3시간 연짱 들으라고 하면 학생이나 환자에게는 징벌이다. 아무도 집중해서 들어주지 않는다. 안 듣는다고!! 니 말을 안 듣는다고!!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재미없으면 안 들어!! 안 들어!! 아랍어처럼 들리거나, 스님 염불외우는 소리로 들린다. 수업중에 학생이 자면 그 학생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그 강의를 한 교수가 집에 가서 무릎꿇고 반성해야 한다.

 

반대로 웃기기만 하고 의미없는 내용은 아무도 오랫동안 기억해주질 않는다. 오렌지에 꽂은 꼬마전구에 깜빡 불이 잠깐 들어왔다 나가듯이 허무하다.

 

집중.

집중에는 강약의 흐름이 있어야 한다. 어디서 힘을 빼고 어디서 힘을 줘야하는지 명확해야 한다.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하게, 늘어질 땐 한 없이 늘어지게. '흐름'을 장악해야 '집중'시킬 수 있다.

 

임상도 마찬가지이다. '환자의 집중'을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모든 게 다 '집중'이다. 임상의는 환자에게 디테일한 관심을 가지고 집중해야만 하고 환자의 집중을 이끌어내어 라뽀를 형성하고 불편함의 호전을 위해 공동노력하게 하는 것이 로컬 임상의 본질이다.

접수대는 티켓박스이며, 원장실은 또 하나의 작은 콘서트장, 연극무대이다. 원장은 가수이면서도 연출가여야 한다. 콘서트장에서는 귀가 즐겁고 마음의 감동을 받아나오지만, 병원에서는 마음과 함께 몸의 감동도 줄 수 있어야 한다.

 

관객을 콘서트장으로 끌어들이는 일은 연출가가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숙제다.

환자를 병원으로 들어오게 하는 일 역시 원장이 끊임없이 고민해야하는 숙제다. 물론 양질의 공연과 진료는 그 이전에 해결되어야만 하는 필수 과제. (이 순서가 뒤바뀌면 필망이다.)

 

 

사람을 집중시키려면 내용과 형식이 같은 무게로 가면 안된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어떤 형식에 담는가가 중요하다.

 

내용은 진지할수록 좋고, 형식은 가벼울수록 좋다.

 

그렇다. 진리는 심플하다. 사실대로 진단하고 책임감있게 진료하면 된다. 단, 친절하고 싹싹한 포장을 씌워야 한다. 책임감 있고 진설성 있는 임상의는 무조건 무뚝뚝하고 까칠해야 하는 건 아니다. 로컬에는 로컬의 룰이 있다. 그렇다고 너무 성공강박을 가질 필요도 없다. 상업적인 한의사로 성공하려고 의도하지 말고, 성공할 계획을 세우는 것도 의미없다. 사람 사는게 계획대로 되나? 다만 내 일을 늘 즐기려고 하고 잘하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족하다. 잘하지도 못하는데 즐기지도 못하면 그 직업을 업으로 가지면 피차 불행이다. 둘 중에 하나는 해야 한다. 잘하거나 즐기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때려쳐라 이자식아!

 

지금의 bk를 있게 한 이태리 에코형이 이제 80세가 넘었다. 볼로냐에 만수를 기원하는 편지라도 보내야 할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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