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이란?
1. 높은 진입장벽을 통해
2. 남이 쉽게 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내가 (잘) 할 수 있을 때
3. 권위와 돈이 댓가로 뒤따를 때
이 세가지 요소가 모두 충족되어야 비로소 전문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학생은 한의대를 졸업하면 '아, 나도 이제 전문직이구나!'라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다시 한번 위의 2번 문항을 잘 읽어보기 바람.)
1번은 의대정원, 사시합격률 등등의 제도적인 장벽을 말함이고, 2번은 입학 또는 졸업후 트레이닝을 통한 실력의 갭을 말한다. 3번은 시대나 사회적인 수요가 결정짓는다.
양방의 예를 들면 일반인이 진료를 하면 감옥에 간다. 의과대학이라는 큰 진입장벽이 있는 것이다. 의대를 졸업하는 것은 위의 세 조건 중 1번을 통과하는 것이다. 하지만 1번을 통과했다고 바로 전문직이 되는 것은 아니다. 2번이 기다리고 있다. GP가 심장판막수술을 하지 않는 것은 2번에 해당된다. 법률적으로야 GP도 판막수술할 수 있지만, 안한다. 아니 못한다. 내가 다른 의사보다 잘 할 수 있는 게 없을 경우 사실상 그 의사는 전문직이라고 볼 수 없다.
한의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한의대 정원이 늘어나고, 교육파탄으로 트레이닝이 이루어지지 않고, 사회적으로 한약 수요가 줄어들면 한의사는 자연스럽게 전문직의 지위를 가질 수 없다.
나는 졸업 후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방전문의가 진료하는 클리닉에 단 한명의 환자도 트랜스 보낸 적이 없다. 왜 한방전문의 제도가 있는데 나는 트랜스퍼하지 않았을까?
그들이 하는 대부분의 시술 및 처방을 내가 할 수 있고, 어떤 경우는 훨씬 더 잘하기 때문이다.
종이만 있다고 전문직이 아니다.
쟤들(양한방 모두 통들어서 나를 제외한 모든 의료인들)은 못 하는데 나만 할 수 있는 게 뭘까? 자문해 보시고 답변이 '친절, 서비스마인드, 넓은 평수, 저렴한 가격'등이 떠오르면 당신은 면허증, 전문의 자격증, 인증의, 박사학위, 수료증, 감사패 100만개를 갖고 있어도 전문직이 아니므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