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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송호씨가 긴급하게 김씨를 찾아왔다.

 

 

 

송호는 고등학교 때부터 저 머리모양에 저런 옷에 저런 미소를 지어왔다.

전형적인 공돌이...현재 모 대기업 과장으로 소처럼 일하고 있다.

 

 

 

 

김씨는 친구를 만나면 돈 많이 갖고 나왔는지부터 물어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머리가 브로콜리처럼 점점 자라고 있다.

 

 

 

 

 

 

이날 최고급 돼지목살을 김씨가 사줘 송호씨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송호는 소주 한병을 깠고, 김씨는 사이다를 한병 깠다.

 

 

다음은 송호씨와의 일문 일답

 

-몇시에 일어나나?

"새벽 5시반에 일어나"

 

-뭐할라고?

"6시 반에 통근버스 타야지."

 

-그렇게 일찍 가서 뭐하냐?

"일해야지 임마. 7시에 구내식당에서 밥먹고 일한다."

 

-퇴근은?

"5시지."

 

-칼퇴하냐?

"미쳤냐? 6시에서 7시 사이에 퇴근한다."

 

-저녁은?

"회사에서 먹고 들어가야지."

 

-직원간의 관계는 얼마나 가까운 게 좋을까?

"누가 그러더라. 직장은 생계를 위해 돈벌이를 하는 곳이지. 친목도모를 위한 곳이 아니라고."

 

그래 일단 병원이 잘 돌아가는게 우선순위지. 간조랑 원수가 되든 말든 그런건 차후순위.

누구를 위한 병원을 만들 것이냐. 직원을 위한 병원을 운영할 것이냐? 잘 생각해야 한다.

 

 

 

구미에서 보던 그 송호가 아니다.

커피집에 가더니 능숙하게 주문을 했다.

 

송호 : "저기.. 예가체프 한잔 하구요.."

 

주인 : "안됩니다. 다 떨어졌어요."

 

 

 

 

 

 

커피 주문하는 송호. 눈이 많이 어둡다.

송호의 저 팔뚝에 마티즈 한대값이 들어가 있다.

 

 

 

 

이날 커피숍에서 느낀 점..

여기 마치 빈의 한의원 같구나.

 

빈공간 없이 촘촘하게 들어가 있는 테이블은 빈의한의원의 텅빈 배드 같구나.

저렇게 많은 테이블을 갑갑하게 채워넣을 필요가 있을까?

김밥천국도 아니고...

촘촘한 자리들이 모두 텅 비어 있으니 아무리 인테리어가 으리으리해도 머물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네.

우측 테이블 2개를 모두 빼버리고, 탁자도 분식집처럼 네모탁자를 놓으면 안되고, 스벅처럼 동그란 테이블을 놔야 3명이 오든 5명이 오든 알아서 앉을 수가 있다.

제일 안쪽 구석에 작은 티브이인지 컴퓨터인지 놓여있는데 이런거 제일 쓰잘데기 없는 거다. 스벅에 노트북 있는거 봤나? 커피집은 커피에만 충실하게 올인하면 된다.

대기실에 티비, 노트북, 책, 잡지, 신문 다 치워라. 병원은 원장이 주인공이 되어야하고, 문턱 넘어오는 순간 모든 시간은 오롯이 진료와 치유에 활용되어야 한다.

백씨 아저씨가 말했잖아. 망하는 식당에 티비놓는다고. 밥먹으면서 한마디를 하더라도 음식이야기를 하게 해야지.

 

아무튼 빈의 한의원도 가보면 환자도 없는데 어찌나 갑갑하게 침구실에 배드를 쑤셔박아놨는지...

침구실 배드 배치만 봐도 원장이 초짜배기인지 아닌지 감이 온다.

 

이 카페가 왜 망하는지 아나?

의자는 졸라 많은데 손님이 하나도 없는게 눈에 훤히 보여.

테이블이 적더라도 조금 북적북적하고 자리가 날랑말랑해야 지나가는 손님도 혹해서 들어오거든.

졸라 많은 테이블에 손님 없으면 여기 들어오지마쇼!라고 광고하는 거랑 같다.

 

그리고 주인이 웃질 않네.

손님 앞에서 웃지 않는 사람은 자영업(병원 포함)을 해선 안된다. 주인이 활기차고 에너지 넘치는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야 커피집이든 한의원이든 산다.

 

 

 

 

 

송호씨가 아쉬운 발걸음으로 버스를 타고 있다.

 

송호씨의 마지막 멘트가 마음을 무겁게 한다.

 

 

"야, 사기업 정년은 55세지만, 요즘 심리적 정년은 45세야."

 

-호야, 꼭 승진해서 맛난거 마이 사도.

 

"야, 이름을 날려야 승진을 하지."

 

 

 

 

뒤돌아보니 이뤄놓은 게 아무 것도 없는데 어느새 우리가 이름을 날려야하는 나이대가 됐구나.

부모님 더 늙으시기 전에 입신양명어후세하여 효지종을 이루자.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오랜만에 오랜 친구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송호씨가 임원까지 승승장구하여 나를 많이 이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짤막한 소회를 밝혔다.<서울/정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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