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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된 김동규 콘서트에 김씨가 모습을 드러내 국내 문화공연계에 화제다.

 

이날 협연에는 코리아 팝스오케스트라가 수고해주었다.

 

 

 

언제 와도 좋은 곳. 세종문화회관.

 

 

 

 

 

 

 

동규 아저씨는 왜 한국에 있는지 모르겠다.

 

나무랄 데 없는 연주와 공연이었다. 다만 공연시작과 인터미션에서 주차안내 방송이 자주 나오는 걸로 봐서 박원순 시장의 새로운 주차정책(20만원짜리 공연을 버스 타고 와서 봐라. 대신 천대 들어가는 주차장은 비워놓겠다.)에 컴플레인이 대단한듯.

 

 

<> 감상의 순서

아무리 사진이 좋아도, 아무리 음질이 좋아도, 라이브 풍경 라이브 공연을 따라올 수가 없다.

책이 아무리 좋아도 라이브 강의를 따라올 수 없다.

라이브를 먼저 듣고 시디나 책으로 되새겨야지. 반대로 하면 안된다.

야니는 진짜 음악은 1회성 연주라고 했다. 시디로 듣는 녹음파일은 음악이 아니라고까지 했다.

환자 진료 역시 마찬가지다. 오직 단 한번의 1회성 이벤트인 것이다. 오늘 내가 보는 환자는 지금 이 순간 단 한번의 기회이다. 사람이 하는 일의 대부분이 그렇다.

그리고 이미 모니터로 보는 사진의 시대는 갔다. 이제 동영상의 시대를 대비하라. 유투브가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프로들의 연주

어떻게 뭐 하나 지적할 수가 없는 딱 떨어지는 연주. 저렇게 되기까지 20대에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을까? 매일매일 얼마나 연습할까?

감동을 주는 연주.

특히 야니의 트리뷰트에서 사람의 목소리를 악기처럼 끼워넣은 점, 바이올린의 기가막힌 연주는 감동감동.

이 티켓값이나 한약 한제 값이나 비슷한데 나의 처방이 이만한 감동을 주는 가치가 있을까?

남의 돈 받고 연주하고 노래하는 사람들을 프로라고 한다. 세상에 내 실력을 보여주기 위해 무대에 오른다.

'내가 갈고닦은 실력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개원하는 원장이 있나?

우리동네 한의원 몇개만 제끼면 더이상 경쟁상대가 없어지는 특이한 직종.

 

<>애드립

김동규의 애드립은 기가 막혔다.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애드립. 결국 진정한 애드립은 대가가 되어 절정의 실력 이후에 자연스럽게 자유롭게 삼베바지 방귀 빠지듯 부드럽게 나오는 것.

한의학도 마찬가지. 양방이랑 통합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는 것과, 이중맹검, 데이타, 논문찾기, 근거중심 이런 움직임은 한의학적인 영역에서 우선 대가의 레벨에 오른 뒤에야 논해야 하는 것. 기혈도 제대로 구분 못하는 것들이 무슨 한의학의 과학화니 EBM이니 떠들고 있냐.

 

<>클래식

300년이 지난 곡이 여전히 인기 있는 것. 변함없는 것. 그것이 바로 클래식.

400년전의 동의보감이 현대에서 여전히 쓰임이 있다는 것. 동의보감, 한의학도 살아남았다. 세월의 공격에도 버티는 힘은 바로 클래식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변형

야니가 말하길, 예술은 속박으로부터의 자유라고 했다.

클래식인데 기타가 들어가면 안되고 드럼이 들어가면 안되고, 공연은 반드시 대극장에서만 해야하고, 이런 것들은 모두 도그마일 뿐이다.

음악을 분류하고 분석한다는 것도 어리석은 것이다. 야니는 누가 자신을 뉴에이지 장르라고 구분하는 것을 싫어했다. 그는 그냥 현대 연주 음악이라고 불러라고 했다.

장르를 이름붙인다는 것은 이미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것이다.

자유롭게 살아라.

직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의사라고 한의사적인 마인드로 살아야할 필요는 없다. 태어나서부터 한의사는 아니니깐. 그냥 하고싶은대로 살면 된다.

 

<>눈높이 공연

클래식이지만, 무식한 관객들을 배려한 '소통의 장치'가 돋보였다. 무지한 관객을 탓하지 않는 자세. 그들이 알아먹을 수 있도록 천천히 씹어서 넣어주는 자세.

헨델의 마누라 안나 막달레나와 자식들 이야기에서 미뉴엣과 러버스 콘체르토로 이어지는 인트로는 환상적이었다.

환자의 무식함을 탓하지말자.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욕하지 말자. 긍휼히 씹어서 내 말뜻을 알아듣게 만드는 자가 바로 대가다.

리처드 파인만이 말했다.

대가는 아무리 어려운 이론도 초등학생이 알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설명하는 사람이라고. 

관객 눈 높이로 내려가서 대가의 눈높이로 그들을 끌어올리라. 환자 눈높이로 내려가서 그들의 니즈를 들어보고 대가의 눈높이로 끌어올리는 것이 바로 임상의의 할일이다.

 

<>그만둠

동규 아저씨가 말했다.

"관중이 박수를 많이 쳐주면 노래 못하는 가수도 노래를 좀 더 잘하게 된다. 하지만 그래도 못하는 가수는 그만 둬야한다."

한의사나 의사 중에 진료를 잘 못해서 그만두는 경우가 있나? 아무리 질이 낮는 진료를 하더라도 환자는 쉽게 알아채기 어렵고, 어디서든 꾸역꾸역 의사짓을 하고 버틴다. 깔끔하게 퇴출되지 않는 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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