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매스마케팅에 관심이 깊은 김씨가 최근 개장한 여의도 IFC몰을 찾아 꼼꼼하게 둘러봤다.
최근 서울에는 영등포 타임스퀘어, 김포롯데몰, 여의도 IFC몰 등 호텔과 영화관, 대형 쇼핑몰이 결합된 복합몰 붐이 일고 있다.
내부 형태는 타임스퀘어와 유사하지만, 자연채광이 부족하고 좀 어둡다.
입점업체가 적어 보인다. 단점일 수도 있겠지만 쇼핑하기에는 쾌적하다.
김포 롯데몰은 어떤 날 가보면 아이들 때문에 시장터 아비규환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쇼핑을 하던 중 한가지 문제점을 발견했다.
굉장히 치명적인 문제점.
바로 주차요금.
매장에서 쇼핑을 하고 주차를 물어보니
"저희 매장은 주차가 안 됩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으잉? 복합쇼핑몰인데 당연히 어느 매장에서 물건을 사든 주차가 돼야하는 거 아냐?
LCD안내판을 확인해보니 깨알같이 적혀 있긴 하다.
일부매장은 주차 할인이 안된단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다면 IFC몰을 방문하려는 자는 미리 인터넷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주차가 되는 매장과 주차가 안 되는 매장을 출력하거나 외워와서 쇼핑을 하라는 이야기인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누가 이런 발상을 했을까? 이렇게 거대한 쇼핑몰에서. ㅋㅋㅋㅋㅋㅋ
망원동 월드컵시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고객을 접대하지는 않는다.
한국매스마케팅협회 그레이스 박사님이 주차관련 찌라시를 습득하셨다.
주차가 안 되는 매장들이 쭉 적혀있다.
스트리트샵은 아예 전부 다 적용이 안된다. ㅋㅋㅋ 그러니깐 옷사면 안된다고 보면 된다.
이게 또 매일 똑같은 건 아니고, 주말에 되는곳, 평일에 안 되는곳 각기 다 다르다.
영화를 보면 어떨까?
주중엔 1500원 주말에 무료다.
주말에 영화보러는 올만하다. 위치도 좋고. 그외엔 꽝이다!! 꽝!!
아, 오늘 주차 때문에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IFC몰 주차요금은 시간당 4천원이다. 3시간 돌아다니면 만2천원. ㅎㅎㅎ
배고파서 밥집에 갔다.
IFC몰에서 맛집을 찾지마라.
무모한 짓이다.
식당도 몇개 없다. 주차요금도 별도. ㅋㅋㅋㅋㅋㅋ
외부싸인 입간판에 가격표가 없다. 헐...
이 무슨 아프리칸스러운 마인드냐.
요즘은 성산동 5일장 노점에도 가격표를 다 붙여놓는다.
얘네들 마인드가 80년도 부산 세원백화점 마인드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멘무샤에 가서 이렇게 생긴 해물볶음밥을 주문했더니...
이런 밥이 나왔다.
메뉴판 사진이랑 너무 달라 내가 주문한 그 밥이 맞나싶다. ㅋㅋㅋㅋㅋㅋㅋ
거기다 고추는 얼마나 썰어넣었는지. 엄청 맵다.
하도 매워서 옆집 스벅에 가서 레드빈을 사먹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나오니 2시간 경과.
9만원너치 물품을 쇼핑했는데도 주차요금은 7천원이 나왔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오는 길에 스벅에서 최고급 레드빈 후라후치노를 사먹었더니 4천원이 할인됐다.
스벅 커피 없었으면 어쩔 뻔 했노.
3천원 결제하고 겨우 탈출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 쇼핑하는데 이리 짱똘을 굴려야하노.
두번 다시 IFC몰을 찾고 싶지 않다.
깨진 유리창의 법칙이라는 게 있다. 주차요금에서 벌써 이렇게 마인드가 엉망인데 다른 부분은 오죽할까싶다.
그래. 주차했으면 주차요금 당연히 줘야지.
근데 아 다르고 어 다른 거다.
50만원짜리 한약 지었는데 주차료 2800원 내라고 하면 화난다. 나도 화난다.
차라리 그냥 한약값을 50만5천원 받는게 서로 좋다.
밥 집에 가서 만2천원짜리 정식 시켰는데 김치 많이 쳐묵었다고 김치 더 달랬다고 김치값을 따로받으면 굉장히 '합리적'이지만 '분노'를 유발하는 장치가 된다.
자영업자가 '합리적'인 걸 찾으면 그 점빵은 망해간다.
고객님은 비합리적이야. 그래서 으리으리한 대리석 깔아놓은 매장에 들어가서 원가 2만원짜리 물건을 20만원에 사서 만4천원 할인받고 5천원짜리 상품권 받아서 나오면 엄청 기분 좋아하는게 고객이야. 마치 돈 번 것 같은 느낌까지 느끼며 귀가하지.
환자도 마찬가지야.
환자에게 합리적인 접근을 하지마라.
아무튼 한국인에게 쇼핑은 쉬는 시간, 노는 시간이다. 병원 역시 치유가 필요해서 오는 공간이다.
고객이 자잘한데는 웬만하면 신경 안 쓰게 해주는게 쇼핑몰과 병원 운영의 절칙이다.
그리고 장사하는데 상술이 필요한건 맞다.
그런데 이건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김포 롯데몰 가봐라. 아케이드에 벤치가 즐비하다. 가족들이 와서 쉬기도 하고 유모차 끌다가 앉기도 하고...
그런데 IFC몰 갔더니 벤치가 없다. 진짜 앉을 데가 없다.
그런데 각 아케이드 끝에 스벅, 베네, 콩다방이 가득가득.
결국 앉고 싶으면 돈내고 커피 사마셔라는 거다.
굉장히 좋은 마케팅기법임에는 틀림없지만, 이런 눈에 보이는 장치는 김포몰에 손님을 빼앗길 뿐이다.
장사는 사람을 남겨야하는데, 합리적인 면에 치중하여 비합리적인 감성적 '배려'가 부족한 쇼핑몰에서 많은 점을 느끼고 왔다.
옷파는 거나 병원이나 같다. 기분 나쁘면 안 간다. 사람 기분이 뭐냐.
머리카락 하나에도 기분이 확 상하는게 사람이다. 비합리적이고, 이해불가할 때도 많다.
100만원너치 기분 좋다가도 만원너치 기분 나쁘면 거기 두번 다시 안 가는게 사람 속성이다.
사람의 기분, 감정, 심리, 느낌을 예상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다룰 수 없다면 자영업 하면 안된다. 동사무소 가서 도장이나 찍고 인생을 보내야지.
그래 IFC몰 참 크고 좋고 디자인도 이쁘고 고급브랜드에 좋다좋다. 그런데 바닥을 돌로 까냐 폴리싱으로 까냐. 에스컬레이터를 어느 방향으로 배치하냐, 채광이 어떻게 벽지색은 어떻게... 등등 이런 외형적인 것을 모두 압도하는 최고의 인테리어, 마케팅장치는 바로 북적북적한 손님들이다.
짜증나는 순간이 많았지만, 많은 배움을 얻고-나는 나중에 개원하면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돌아왔다.
그리고 첫인상의 중요성.
초진의 중요성.
이건 뭐 말 안해도 알 것이다.
한번 망가뜨린 첫인상을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초진을 망쳐놓고 회복하길 바라지마라.
결론 : 편안하게 쇼핑하고 주차할 사람은 그냥 김포몰이나 타임스퀘어 가시길...<여의도/쇼핑몰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