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년전인가. 우리 한의원에 오박사가 놀러왔다.
오: bk박사 계단에 불이 안 들어오던데 고쳐야 하지 않나?
bk : 아, 그거... 그게 왜 그러냐면... 어쩌고 저쩌고...중얼중얼...횡설수설.. 그래서 지금 불이 안 들어와.(결국 전등을 못 고치는 이유에 대해서 실컷 떠들고 말았다.)
왜 나는 오박사에게 그 계단의 불을 못 고치는지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했을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어이가 없다. 그냥 전기사장만 부르면 되는거였는데...
그리고 2년 후 우리한의원이 불이나고 쫄땅 망할 즈음에 오박사가 치과를 개원했다.
그래서 놀러갔고.
나 역시 마찬가지의 조언을 했다. (대부분 친구네 병원에 놀러가면 이것저것 입을 대게 된다. 고생해서 인테리어했는데 슬쩍 한번 보고 이것저것 지적하면 누구나 기분이 좋지 않다.)
bk : 파우더룸이 너무 어둡지 않아? 현무암이라 간접조명을 할로겐 같은걸로 강하게 때려야 동굴같은 느낌을 덜 줄 것 같은데.
오박사 : 어 그래? 이야기해야겠군.
얼마 지나지 않아, 파우더룸에는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렸고, 천정 몰딩 쪽으로 강한 할로겐 조명이 들어섰다.
얼마전 검색어 소동이 있었다. 네이버의 XXX XX라는 검색어를 지우도록 요구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검색어를 지우기 위해 많은 노력이 있었다.
또 하나의 사건.
최근 어느 웹공간에 한의대 교수를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고, 그 밑에는 현실직시와 대책이 아니라, 왜 한의대 교수들이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양방에 비해서 얼마나 열악한 상황인지, 양방이 얼마나 눈부시게 발전하는지, 왜 한의대에서 연구가 안되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변명과 이유가 달렸다. 결론은 바꿀 수 없다. 불가피한 현실이라는 것. 그냥 지금 이 상태가 최선이라는 것이다. 변화의 거부.
자신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변화의 가장 큰 전제조건이 '인정'이다.
며칠 전 동생에게 운동을 하라고 조언을 했다.
그리고 동생에게 돌아온 답은 왜 자신이 운동을 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이유 99가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그래,하면서 듣다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 그리고 다시는 운동하라고 조언도 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
귓구멍이 막힌 아이에게 이야기해봐야 입만 아픈 법이다.
평소에 제일 짜증나는 게 조언을 해주면 그걸 해낼 방법을 찾는게 아니라, 그걸 할 수 없는 '이유'를 대는 애들...
나도 매일 헬스장에 가지만, 지금 당장 내가 운동을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서 쓰라면 100만개라도 쓸 수 있다. 누가 몰라서 그런 이유를 안 대는 줄 아나.
아무튼 매사에 대해 '그것을 할 수 없는 이유'에 집중하는 사람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네이버에서 왜 XXX XX이라는 검색어가 뜨는지에 대해 분노하기 전에 우리가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하는지, 지금까지 그런 측면이 1%라도 없었는지에 대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
듣기 싫은 말이라도 검토해보고 인정할 부분은 쿨하게 인정하고 변명과 이유를 대기 전에 개선할 방법을 찾아라. 이거뜰아! <bk성공개원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