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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후반에 한국에서 자란 청소년은 대부분 경제성장기에 '노동'의 가치에 대해 지나친 신봉을 하도록 교육받았다.

 

즉, 일하는 것=절대선

노는 것=가급적 하면 안되는 그 무엇. 하더라도 남는 짜투리 시간에 해야 하는 그 무엇.

(원래 일하는 사람은 '노동자'라는 단어를 쓰는데, 남한에서는 노동을 더욱 장려하기 위해 '근로자' 즉,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이라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근로자에게 휴가란? 

노동을 다 마치고 남는 시간에 할당되는 것이었다.

아버지에게 언제 놀아요? 언제 쉬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아버지로부터 "응, 일 다하고" 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언제부턴가 야근과 잔업, 특근, 밤샘이 성실함의 척도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과연 이게 인생을 합리적으로 보내는 방법일까?

내가 죽기전에 "아, 2013년도에 6월 20일 2시간 더 일했어야해!"라는 후회를 할까? "아, 그때 부모님이랑 피렌체에 좀 더 있다올껄"하는 후회를 할까?

 

인생을 두가지로 나눈다면 생활 아니면 여행이다. 우리는 여행을 하고 있거나 생활인이거나 둘 중에 하나를 하고 살아간다. 하지만 대부분 한국인들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생활(그것도 노동으로 가득찬)으로 보내고 아주 작은 부분을 보상적인 차원에서 여행에 할당한다. 그래서 늘 여행을 갈구하지만 떠날 수 없다.

 

물론 버는 돈 없이 여행을 계획해서는 안된다. 이왕 태어난 이상 열심히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일해서 돈버는 전략을 짜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가족에게 시간을 할당하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가족끼리 가는 여행계획에도 노동과 동일한 강도의 전략과 투자가 필요하다. 살다보니 인생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게 가족과 여행가는 것. 출생 사망 빼고는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노동이나 생활인으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되, 최우선적으로 여행과 휴가, 재충전에 먼저 비중을 할당하고, 나머지를 생활과 노동으로 채우자.

 

결국 사람의 삶이란 자신이 가진 '한정된 시간, 열정, 자본'을 어디에 투자할 것이냐를 매순간순간 결정하는 선택의 총합이다.

 

참고로 일본의 로컬 진료시간은 10시부터 1시, 3시부터 6시까지로 알려져있다. 하루 6시간.

이에 반해 한국의 로컬 진료시간은 9시-1시, 2시-7시까지 총 9시간이다. 매일 3시간씩 더 일하고 토요일에도 보통 5시간 이상 일하므로 한국의사는 일본의사보다 주당 20시간 이상 더 일한다.

그렇다고 그만큼 돈을 더 많이 버는 것도 아니다. 결국 얼마나 집약적으로 효율적으로 빡시게 노동하고 나머지를 빡시게 노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공부 오래 한다고 성적 오르는게 아니고, 주식 오래 한다고 돈 따는게 아니다.

 

아무튼 휴가=보너스, 노동의 댓가, 위안

여행=인생의 낭비라고 생각하는 80년대 피교육자들은 잠깐 멈추고 주연과 조연을 긴급 교체해야한다.

 

실컷 놀다가 죽자.(실컷 일하다 죽자는 말은 좀 웃기지 않나) 그리고 남는 시간에 일도 열심히 하고.

노는 것에 주연을! 일하는 것에 조연을! <bk세계여행준비위원회>

 

 

첨언: 여기서 중요한 것 한가지. 한의사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의 노동시간이 길고, 주6일을 일하며 삶의 질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실제로 그들은 진짜 원장실에서 노동을 하고 있을까?

인터넷서핑, 개인적인 독서 이런걸로 시간을 때우고 있지 않나? 정확히 말하면 그건 노는 것도 쉬는 것도 아니다. 가장 최악의 시간보내기가 바로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으로 시간 보내는거다.

 

놀려면 문닫고 놀러가든가, 일하려면 하다못해 처방공부라도 하든가...인터넷카페나 실시간감시하면서 투덜거려봤자, 인생은 안 바뀐다.

 

 

두번째 첨언: 한의원 안에서 진료와 상관없는 모든 물건, 인테리어, 장치들을 갖다버려라. 그리고 원내에 입장하는 순간 원장과 직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행동이 '진료'를 위한 것인지 늘 자문하는 버릇을 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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