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7일 오후 5시 정각, 쓰리테너 1994 LA공연실황이 중계되는 가운데 공식 핸드폰 이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좌측이 신임 핸드폰 갤3이며 우측이 퇴임하는 아이폰군이다.)
지난 2년간 아이폰은 김씨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카톡을 할 수 있게 해줬고, 여러 좋은 공연도 보고, 9이닝스 게임도 신나게 했다. 올해 들어서는 전원버튼 고장이라는 치명적인 부상에도 불구하고 전원을 끄지않는 무한 밤샘 모드로 김씨를 보필한 바 있다. 하지만 작은 화면과 답답한 퍼포먼스, 결정적으로 새 노트북에서 인식되지 않는 개같은!! 아이튠스!! !! 그리고 가족들과 영상통화 통화할 수 없는 페이스타임까지!!
스티브 잡스는 폐쇄정글을 구축하려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나 혼자 아이폰 쓰다가 가족들로부터 폐쇄당하게 생겼다.
작년 11월 개같은(커맨드키가 덕지덕지 붙어있어 한영전환이 한 키에 안되는) 망할 키보드 때문에 맥북은 차세대 노트북 입찰에서 탈락했다. 당연히 그 자리는 맥북을 카피하고도 경이로운 베젤까지 만들어낸 샘숭 노트북에게 돌아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현상이 일어났다. 아이폰5는 경쟁상대가 되지 못했다.
(평소 노트북의 키감을 가장 중요시하는 김씨에게 맥북은 쫀득한 키감을 선사했고 삼성은 돌판을 두들기는 키감을 제공했다. 하지만 한의사에게 직관적인 한자키와 한영키가 없다는 것은 탈락 1순위)
신임 핸드폰씨를 맞이한 김씨는 "앞으로 더욱 현장감 넘치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좋은 콘텐츠를 많이 생산하고 싶다. 그동안 수고해준 아이폰군은 이제 와이파이 전용 미니패드로 활용할 계획이다. 3G요금 걱정없이 쓰리테너 동영상 팡팡 틀어볼테야. 오늘 오후 바쁜 일과 중에도 직접 내방하여 필름장착은 물론 사진데이터 주소록까지 깔끔하게 이동시켜준 김매니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티브. 스티브 아저씨가 마지막으로 만들어주고 하늘나라로 간 아이폰4는 정말 기가 막힌 물건이었어요. 땡큐 스티브. 이 전화기는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생 기념으로 간직할거에요."라는 짧은 찬사를 밝혔다.<서울/문화부>
첨언 : 아이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의 삶은 이러했다.
핸드폰으로 인터넷을 하려면 무조건 통신사에 데이타요금을 내야했다. 국내 핸드폰에서는 와이파이 기능은 삭제되어 출시되었다. 사실 국내 이용자들은 꽤 오랫동안 와이파이라는 게 뭔지도 모르고 살았다. 한곡당 500원씩 내고 벨소리를 다운 받아 썼고, PMP나 MP3플레이어라는 물건들이 잘 팔리고 있었다. 인터넷은 무조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정자세로 해야만 했다. 핸드폰에서 데이터를 입력하려면 쌀알 사이즈의 자판을 눌러대야 했다. 문자 한통에 20원씩 꼬박꼬박 내면서 썼다. 핸드폰을 옆으로 기울이면 화면이 돌아가는 기능이 제공되지 않아, 사람 목이 돌아가야 했다.
아이폰 출시 이후, PMP, MP3, 컴팩트디지탈 카메라 시장은 거의 붕괴되다시피 했다. 거기다 500원씩 받아가던 벨소리 제작회사도 도산 직전이고, 데이타요금을 쏠쏠히 챙기던 통신사도 순익이 감소했고 이제 문자나 음성통화는 공짜로 제공된다. 돈 나올 구멍이 없다.
혁신이란 이런 것이다. 세상을 완전히 바꿔버리는 것. 사실 애플사에서 혁신적인 물건을 내놓긴 했지만, 직접 발명한 것은 거의 없다. GUI는 제록스에서 훔쳐(?) 온 것이고, 아이폰도 기존에 이미 나와있던 기술들을 모아놓은 것 뿐이었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산만한 기술들과 불편해하는 인간 사이를 연결하는 인사이트.
진료의 핵심도 바로 이것이다. 의학지식은 이미 책, 인터넷에 잔뜩 나와있다. '지식의 유통'을 독점하던 시대는 저물었다. 이제는 누구나 다 접근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엄청난 양의 데이타 중에서 어떻게 하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환자에게 필요한 지식만을 골라 발췌하느냐?다. 그리고 그 행위가 곧 진료이다. 임상을 탁월하게 잘하려면 스티브 아저씨처럼 인사이트가 있고 응용력이 좋아야 한다.
대학 강의 역시 마찬가지이다. 방대한 양의 동의보감을 수업시간에 읽어준다고 상상해보라. 그것은 강의가 아니다. 고문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업시간에 책읽어주는 놈들은 교수 자격이 없다. 교수는 학생에게 지금 당장 필요한 지식들을 써머리해서 그것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응용되는지를 보여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