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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크리스틴 양>

 

 

전통 한옥에서 창밖을 본다. 창문을 열면 자동차, 매연, 분주한 콘크리트로 가득한 세상이 있다.

여긴 어디인가? 나는 한옥이라는 '공간'에 앉아있지만, 현대라는 '시간'에 얹혀져있다.

한의학의 처지 역시 마찬가지다. 시공간의 언발란스가 이 모든 사태의 주범이다. (지금까지 배출된 한의사 2만명 중에 그 누구도 이런 고차원적인 통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공간의 언밸런스.)

 

몇년 전 비만클리닉을 하던 어떤 한의사가 복부 피하지방을 관찰하기 위해 CT를 사용했다가 보건소로부터 고소를 당한 적이 있다. 2심에서 행정처분이 과하다는 판결이 나오긴 했지만, 당시 판결문은 우리나라 국민정서가 한의사를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여실히 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의사는 큰 병원에서 샤프한 이미지로 과학적으로 검증된 한약을 처방하면 안돼! CT, MRI는 양방이고 한의사는 오로지 진맥이나 해!! 너네는 콘택트렌즈도 쓰지마라. 한의사는 컴퓨터를 쓰는 것조차 어색한 직종이어야해! 한의사는 샤프하면 안돼! 한문으로 처방전을 세로 쓰기를 해야하고, 만년필이나 붓으로 처방전을 손수 써야해.

한의사와 엑셀은 어울리지 않아. 한의원엔 오래된 꼬질꼬질한 약장이 있어야하고, 원장은 머리가 조금 벗겨진 채 개량한복을 입고 있어야해.

 

그런데 이런 이미지를 국민들, 판사들, 검사들, 공무원들 뿐 아니라 한의사들조차 갖고 있고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 사진을 보라. 우리는 현대를 살아간다. 우리는 프랑스 혁명이 이루어놓은 저 위대한 가치관, 인간의 존엄성, 자유와 평등 사랑을 지향하며 살아간다. 자동차를 타고, 귀가 후에 손을 씻으며, 핸드폰으로 서로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렇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한의사는 어떻게 해야할까?

 

얼마전 모 한양방 복수면허의사가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쓰려면 '한의학적 원리'로 써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의사는 '한의학적 원리, 한방원리'로만 살아야 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가 한방원리인데?

 

이런 질문을 해보겠다.

 

동의보감 잡병편 잡방문에 보면 은형법이 나온다. 문헌적인 근거가 있는 한방원리이다. 이 원리대로 진료하면 될까? 한의사는 한방원리로 진료하라메? 동의보감에 나온대로 진료해도 돼? 안돼?

 

나는 매번 침놓을 때마다 피부를 알콜소독한다. 예전에 습부할 때는 시술 후에 포비돈으로도 소독했었다. 알콜소독과 포비돈 소독은 한방원리인가? 양방원리인가?

그리고 나는 실리콘으로 코팅된 1회용 스테인리스 침을 쓰지. 이건 가능해? 한의사가 실리콘 써도 돼? 아니면 조선시대 구리로 만든 한침 써야해? ㅋㅋㅋ 머릿기름 발라서 침놔주면 '한방원리'에 해당하나? 감염돼도 한의사가 면책되나?

우리는 매번 초진 환자에게 혈압을 잰다. 혈압은 한방원리인가? 한의사는 혈압개념 없이 진료를 해도 되나? 나를 고소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도대체 얘들이 원하는 한의사의 '상'이 뭔지를 모르겠다. 19세기말의 한의사처럼 살아가길 원하나? ㅋㅋㅋㅋㅋ

 

한의학을 비과학이라고 욕하는 의사들이 많다.

그래서 한의사가 환자에게 한약을 주고 CT로 피하지방의 변화를 관찰하는 논문을 썼다. 혈액검사 랩지도 첨부해서 500건 정도 추적보고한 논문을 썼다고 할 때, 과학적인 검증이라고 칭찬해줄꺼얌?

한약 먹으면 간 나빠진다고 개드립치는 양의사들이 많다. 그래서 bk박사님이 매번 한약처방을 내기 전에 혈액검사하고 간초음파까지 다 하고 약을 주면 박사님 칭찬해줄꺼얌??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니가 간초음파 볼줄은 아냐? 랩지 읽을 줄은 아냐?고 되물을 수 있겠다.

박사님이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 '면허'에 대한 이야기지.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이야기는 의대 졸업하고 최소한의 엑스레이도 못 보는 무능력한 의사에게 해야할 것!

 

당뇨병 있는 환자에게 한약 주면서 당화혈색소 검사하면서 추적관찰하면 그건 한의사가 절대 해서는 안되는 무면허의료행위에 해당하나? ㅋㅋㅋㅋㅋㅋㅋ

 

맨날 한의학은 비과학이라고 비난하고 동시에 랩지나 영상기록지로 과학의 단어로 바꿔서 이야기해주면 그건 또 양방이기 때문에 한의사가 하면 안된대. 과학적으로 검증되면 그건 한의학이 아니라 의학의 영역이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럼 뭐 과학=양방이야? 한방=비과학이고??? ㅋㅋㅋㅋㅋㅋㅋ 과학은 '도구'야. 현대 한의사는 얼마든지 과학적인 도구로 샤프하게 임상을 할 수 있어. 니들이 좋아하는 근거중심 한의학...

현대의 모든 실용학문은 합리적이어야 하고, 과학과 융합되어야만 하지. 한의학이라고 예외가 될 순 없어.

 

한의대에도 탈레반들이 졸라 많아. 의서를 개선의 대상이 아니라 성경이나 이슬람 경전처럼 떠받들지. 그리고 원방에 토씨 하나 고치면 안된대. 양방은 무조건 대증치료고 한방은 무조건 근본치료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환자가 잘 안 나으면 책이 틀린게 아니라, 약재의 원산지가 어떻고 저떻고...니들이 관이 없어서 그렇다고..

그리고 한의사는 절대로 양방에 '한의과'로 들어가면 안된대. 한방은 양방과 대등해야 한대.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탈레반들이 자발적으로 '양방과'를 한방병원에 설치해서 입원환자 바이탈을 컨트롤 한다. 졸라 표리부동한 일이지. 양방에서 자발적으로 '한의과'를 설치한 경우를 본 적이 있나? 도대체 '한의과'가 뭐가 굴욕적이라는 건지 모르겠다. ㅋㅋㅋㅋ 그런 논리면 아산병원에 들어간 치과도 졸라 굴욕적이겠네.

 

무식하면 용감하고 시끄럽다. 한약 먹으면 간박살난다고 앵무새처럼 지저귀는 양방탈레반들을 조심하고, 양방지옥 한방천국 노래를 부르는 한방탈레반들을 조심해라. 원리주의자는 실용주의자들에 의해 반드시 무너진다.

한방탈레반은 이미 무너졌다. 내 얼굴에 침뱉는 것이라 현재 대학부속한방병원의 교수 1인당 입원환자가 몇명인지는 밝히지 않겠지만, 이미 무너졌다. 사실은 인정해야 한다. 한방탈레반 20년은 처참하게 몰락했다.

 

 

여기서 잠깐. 또 하나 중요한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를 법령에 기재할 수는 없다.

민법 242조 1항. 변호사는 의뢰인과 상담할 때 3번 미소 짓고, 20분마다 격려해주고 반드시 헤어진 후에 카톡으로 안부를 남겨야 한다. 라는 식으로 법령을 만들 수가 없다.

 

의료법에도 의사가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를 해야하는지 나와있지 않다. 다만 이 원칙이 존재할 뿐이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을 위해 '그것이 무엇이든' 해야하는 의무를 가진다.

 

지금 현대의료기기를 거의 도입하지 않는 구태의연한 한의사들은 강력하게 각성해야 한다. 내가 환자를 침이나 한약으로 치료하는 '목적'에 도움이 되는 그 어떤 것도 응용하고 도입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레플로트론이 됐건 오필로스톤이 됐건 내가 하는 치료행위의 목적에 도움이 되는 물건을 배제하면 안된다.(다만 여기서 주객이 전도되면 곤란하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목적'중심으로 선악을 판단해야 한다. 경찰관에게 총기는 '흉악범을 잡는 목적'에 한해서만 허용된다. 한의사에게 허용할 현대의료기기 역시 어떠한 '목적'에 국한할 것이냐만 논의하면 된다. 한의학적 치료목적에 더욱 기여하는 물건이라면 도입 응용하는 것이 장려되어야 한다. 만약 유럽에서 침치료효과를 35% 이상 증가시켜주는 기계가 발명됐다면 당장 한의사들은 도입해야만 한다.)

 

그리고 우리는 단순히 의료기기 문제를 '물건'에 국한해서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우리가 응용해야할 것은 '도움이 되는 물건'뿐만 아니라 '도움이 되는 공간'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한의사가 양방병원에 들어가는 것이 환자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그런 공간에 들어가는 것은 곧 그의 의무가 된다.

 

양한방의 이데올로기 다툼이 생긴 모든 문제의 근원이 시공간의 언밸런스라는 식견은 세계 최초로 bk박사님이 본지에 처음 밝히는 것이다. 쉽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이런 상상을 해보라. 서울대병원 한의과에 근무하는 한의사가 MRI를 판독하면서 한약과 침으로 환자를 추적관리해나가는 모습! 너무 잘 어울리지 않은가?  바로 이것이 공간과 시간의 매칭이다. 종합병원이라는 '공간'과 현대라는 '시간'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매칭으로 대중들이 받아들이는데 거부감이 없다. 만약 반대로 전통한의학을 외치는 탈레반 원장이 개량한복 입고 시골의 꾀죄죄한 한의원에 좌식 원장실에 앉아서 MRI판독을 하는 장면을 상상해보라. 이게 바로 미스매칭이다.

결국 이 문제는 공간과 시간의 문제를 같이 풀어야만 해결이 된다.

 

환자만 생각하고 정면돌파하면 눈녹듯이 문제가 해결된다.

내과의사들에게 한약 먹으면 간 나빠진다는 소리를 듣고도 혈액검사를 루틴하게 돌리지 않는 한의사들은 직무유기에 다름아니다. 대한한의사협회장은 당장 9월 1일부터 전국 모든 한의원에서 투약전후 혈액검사를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한약투약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할 것이다.

 

잊지 마라. 우리는 '현대'를 살아가는 중이다. 우리는 현대한의사다. 현대한의학을 하는 현대 한의사.

현대인에게 19세기처럼 살아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현대인을 진료하면서 현대인의 언어와 현대인의 방법으로 설득하고 증명하라.

 

 

절대로 이 단어를 잊지 마라.

 

contemporary.

모든 한의사는 컨템포러리 의사가 되어야 하고, 모든 한의원은 컨템포러리 클리닉이 돼야 한다.

동시대의 현대의료인으로 살아가라.

 

더불어 의료인이 환자의 건강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응용하는 것은 권리가 아니라 의무다. 어떤 멍청한 한의사들은 자기가 현대의료기기를 쓰는게 '권리'라고 주장하는데 이런 건 권리가 아니다. 의무다. 침놓기 전에 환자의 환부를 알콜소독하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한의학 국제홍보전략위원회 bk박사>

 

 

## 본 칼럼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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