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남자 중에 여행작가라는 직업이라고 공식적으로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딱 두명이다.
혹시 여행기를 펴낸 사람은 모두 여행'작가'로 규정하는 오해는 하지 말기 바란다. 여행기를 펴냈어도 온갖 쓰레기같은 내용으로 단순히 '여행가'로 머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니까.
여행작가도 엄연히 '작가'다. 단지 글의 주제가 다를 뿐..
유성용과 박민우.
둘은 나이도 비슷하다.
둘다 EBS 세계테마기행에 출연한 공통점도 있고, 둘다 예닐곱 권의 여행기를 펴냈다.
둘다 한 필력하는 저력이 있다.
유성용은 국어교사로 3년 재직했고, 민우형은 고려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얼굴이 진짜 오리지날 고려대처럼 생기긴 했다. 왠지 유성용은 연세대를 나왔을 것만 같아 검색해보니 이럴수가!! 연세대 교육학과 출신이다!! 나도 이제 사람 보는 눈이 생겼구나.
그런데 내 블로그에 '여행작가 유성용 결혼' 검색어를 쳐서 들어오는 사람은 많아도, 박민우가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궁금해서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허.. 참...
사람들이 눈이 이래서야 되겠나. 위트로 따지자면 박민우가 유성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 물론 분위기있게 글을 짓는 능력은 유성용이 좀 앞서지만, 나보고 같이 여행을 갈 사람을 고르라면 당연히 민우형이다. 사람의 콘트라스트를 평가할 수 있다면 박민우는 거의 화이트아웃 레벨이다.(화이트아웃이란? 에베레스트 정상 같은 곳에서 너무 하얀 설경에 눈이 멀어버리는 현상)
박민우는 지나치게 솔직한 사람이다. 자신이 원형탈모증을 앓고 있다는 것. 돈 몇십만원에 비굴하게 구질구질하게 살아가는 스스로를 그냥 내보인다. 솔직함은 용기가 필요하다. 그 용기는 프라이드에서 나온다. 반대로 열등감은 망상을 낳고 망상은 허세를 낳는다.
만약 유성용과 박민우가 내 대학 동기였다면 난 아마 박민우의 절친이 되었을 것이다. 마이너는 마이너를 순식간에 알아본다. 어떻게 보면 여행작가라는 직업은 이 사회의 마이너 중의 마이너라고 볼 수 있다. 한의사라는 직종이 의료계의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것처럼.
여행작가와 한의사.
안 닮은듯 닮았다.
개나소나 카메라 노트북 들고 여행작가라고 설치고, 수많은 돌팔이들도 한의사라도 된양 설친다. 진입장벽이 어린이 풀장만한 두 직종들.
소설가가 되기보다는 여행작가 흉내내는게 쉬워 보이고, 신경외과 의사보다는 한의사 흉내내는게 쉬워보인다.
마이너임을 인정하라.
오늘 국제구호단체 이동식병원 인력교육에서 탈락했다는 모한의사의 글을 읽었다. 나는 오히려 되묻고 싶었다.
'당신은 그 병원에서 뭘 잘 할 수 있나요?'
우리나라의 모든 여행작가들을 총살시켜도 한국 문단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모든 한의사들을 총살시켜도 한국 의료계는 별 일 없을 것이다.
콘크리트 같은 메이저가 될 수 없었던 커텐같은 마이너의 존재들.
마이너가 마이너임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때부터 괴롭다. 너 메이저야? 아니야. 마이너라구! 정신차려! 니가 입학원서에 한의예과를 써넣는 순간, 충무로역에서 대화방향 에스컬레이터를 타버린 것처럼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돼버렸다고. (의대에는 선택지가 많지만-환자를 안 보고 필름이나 현미경 종이 따위만 보는 의사도 많다- 한의대에는 선택지가 없다. 그래서 한의사는 훨씬 더 인내심이 많아야 하고 세상과 타협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다시 주제로 돌아가자.
주제 : 왜 사람들은 유성용이 결혼했는지 안 했는지 그리 궁금해할까?
유성용이 잘 생겼다는 건 지구인이 모두 인정할 것이다. 자기도 잘 생긴걸 안다. 그래서 여행기 책에서 이상한 사진은 없다. 민우형도 얼굴로는 성용이형한테 밀린다는 걸 알까? 왜 민우형 책에는 이상한 표정의 사진들로 가득할까? 엽기포즈로라도 승부를 걸어보겠다는건가?
유성용의 여행기는 에피소드도 고상하다. 반면 민우형 책에는 온갖 사기꾼, 똥이야기로 가득하다. 최근에 읽은 여행기는 산에서 무서움에 떨며 엉덩이를 비비며 내려오는 과정을 무려 50페이지에 걸쳐 써놨더라고. 이렇게 비굴한 에피소드로 책을 채우다니.
아무튼 왜 사람들은 (특히 여자들은) 유성용이 결혼했는지만 궁금해할까? 인정없는 사람들. 가끔 '박민우 결혼했나요'로 검색 좀 해라.
사실 내가 여자라면, 데이트상대를 고르라면 유성용 쪽이 조금 우세할 것 같긴 하다. 남자가 봐도 멋있으니깐. 왠지 연세대스럽게 생겼잖아! ㅋㅋㅋㅋㅋㅋㅋ (고려대를 비하하는 건 아니다. 그냥 유성용은 왠지 브라운 브라덜스 와인을 마시면서 던힐을 피울 것 같고... 박민우는 장수막걸리를 앞에놓고 전매청에서 만든 디스를 피우며 해물파전을 씹을 것 같은 느낌이 들 뿐...)
결론 : 두명 모두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여행작가들이다. 오랫동안 좋은 여행기 많이 써주었으면 한다.
두 사람의 블로그를 소개하고자 한다.
http://blog.naver.com/modiano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