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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의사 개별 원내탕전 지속세력 vs 한의사 개별탕전 반대세력

 

우리는 이 논의를 하기 전에 우선 약사법 23조를 잘 읽어볼 필요가 있다.

 

"약사 및 한약사가 아니면 의약품을 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한의사들은 어떻게 첩약을 조제, 탕전하고 있을까? 그것은 바로 약사법 부칙 8조 때문이다.

 

"한의사는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를 자신이 직접 조제할 때 약사법 23조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이를 조제할 수 있다."

 

한의사의 첩약 조제행위는 현재 법률상으로 위의 부칙 조항 하나에 의지한 채 위태위태한 보호를 받고 있고 늘 의협과 약사회의 공격 타켓 1순위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첩약의 분업을 막고 있는 이 부칙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만약 이 부칙이 삭제된다면 전체 한의사의 매출은 얼마나 줄어들게 될까?

 

대략 1조원 내외이다. 한의사들은 현재 '치료용 원내탕전'이라는 법의 틈새(약사법에는 원칙적으로 분업을 명시하고 있다.)를 이용하여 약 1조원이 넘는 수익을 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걸 인정하지 못하면 첩약의보를 이야기할 수 없다.

 

한의사의 첩약 조제에 대해 우리나라에는 딱 세 부류의 사람이 존재한다.

1. 한의사의 조제를 지속하려는 사람들(대부분이 한의사와 그 가족들이다)

2. 약사법 23조대로 한의사의 직접조제를 금지하려는 사람

3. 관심이 없는 사람(대다수의 국민이다)

 

2번에 속하는 사람은 누굴까? 일단 약사회와 의사협회는 공개적으로 해당 부칙 8조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므로 당연히 2번의 부류에 속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정부는 한의사의 개별탕전을 원할까? 원하지 않을까? 현재 식약청에서 유일하게 컨트롤이 안되는게 한의사들이 다루는 '한약재 원료'다. 식약청은 한의사의 개별조제 한약을 없애고 싶을까? 아니면 제약산업의 통제 아래 육성하고 싶을까?

 

지금 현재 한국에서 한의사들이 원내에서 직접달여서 조제하는 한약이라 불리는 이 시커먼 액체가 사라졌으면 하는 사람들이 누굴까?

정부, 식약청, 약사, 건기식 판매업자, 성장이 막힌 제약회사? 임상시험없이 의약품을 직접 조제하지 말라는 양의사들? 과연 누굴까?

 

또 한약의 존치는 인정하지만 한의사의 개별 원내 탕전은 사라지길 원하는 사람은 누굴까?

한의사가 만든 제약회사 사장? 원외탕전하는 한의사들? 한조시 약사들? 정부? 식약청? 카피약으로 근근히 운영하는 양방제약회사들? 한약사들?

 

잘 생각해보라. 동네 한의사들 빼고는 모두가 다 '한의사의 개별전탕'을 없애고 싶어한다. 우리가 얼마나 위태로운 부칙 하나에 의지해서 살아가는지 처절하게 깨달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진짜 곰곰히 생각해볼 타이밍이 됐다. 한의사들의 '개별탕전'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사람이 누군지. 혹시 그 안에 '이권을 노리는 한의사'는 일부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2. 첩약의 분업은 불가능한가

 

첩약의 분업 이야기가 나오면 한의사들은 늘 수세적인 포지션일 수 밖에 없다. 한의사들 입에서는 늘 '분업이 불가능한 불가피한 이유'를 갖다붙이기 바쁘다. 무조건 안된다고만 외친다. 과연 분업은 영원불가능할까?

최근의 흐름을 자세히 보기 바란다.

자가규격폐지, 영세약업사 퇴출, 원외탕전 활성화, 한약재에 대한 급속하고 타이트한 표준화 바람

이미 국내 의료용 한약재는 표준화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리고 최근 부칙 8조를 가장 위협적으로 압박하는 제도는 바로 원외공동탕전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된 2008년 이전에는 프랜차이즈 한의원에서 중앙탕전실을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었다. 2008년 전격 도입된 원외탕전은 시행당시에도 분업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어 의료인만 개설할 수 있는 '공동탕전'의 개념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원외탕전시설에서 한약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첩약분업이 기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다.

첩약분업을 반대하는 한의사라면 분업이 불가능한 이유를 제시해보기 바란다.

 

다음은 첩약의보 약사와의 논의를 찬성하는 단체에서 보낸 팩스의 내용이다. 그들의 주장은 분업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굵은 글씨가 그들의 주장이다.)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한약의 약효 동등성을 담보할 수 없다

어이없는 이야기다. 이미 한약재 표준화는 완료되었다. 도대체 뭐가 불가능하다는 건지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사항을 이야기하는건지 알 수가 없다.

 

-약사들은 전탕시설과 인력배치가 어려울 것이다.

첩약의 조제가 얼마나 황금시장인지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지금 돈냄새 잘 맡는 웬만한 부의들은 모두 원외탕전 사업에 뛰어든지 오래다. 과연 약사들이 돈이 모자라서 탕전시설과 인력배치가 어려워서 분업을 못한다고 할까?

 

- 약사들의 임의조제 100처방을 실질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을 하는 한의사는 96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가 보다. 1993년 약사법 개정합의 당시에 정부는 약사들의 임의조제를 50-100처방 사이로 정하며, 불법조제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단속한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약사들의 요구대로 100처방으로 결정되었고, 그나마 불법 조제 부분도 단속되지 않았다. 전국민적으로 우호여론을 등에 업었던 1996년도에도 못 막고 100방으로 늘어났다. 그때 못 한 일을 2013년도에 해내겠다고? 당시에 문민정부 서상목 복지부장관 시절에는 약사의 임의조제 200방 확대, 가감허용으로까지 확대될 뻔 했었다. 제발 역사 공부 좀 해라.

 

-한약사들이 분업을 반대할 것이다.

이런 어이없는 분석을 토대로 첩약의보를 추진한다고 하니 앞이 캄캄하다.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 한약사들은 분업을 직능 태생의 원천으로 삼는 직능이다.

 

 

 

3. 보험적용 상병부터 결정한 후 행위별 보험 배제/적용여부를 논의하라

 

우리나라에서 의료행위와 관련된 모든 보험의 적용은 우선 어떤 병을 보험적용해줄 것인가부터 정한다. 즉 상병중심으로 큰 틀 잡고 특정치료시술을 보험에서 배제시키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즉 어떤 상병의 질환에 걸리면 그 질환을 치료하는 대부분의 치료행위를 보험적용해주지만, 일부 고비용의 치료행위는 배제하는 방식인 것이다.

고운맘카드제도나 암환자본부금할인제도 처럼 '질환중심 포괄적 적용'은 이미 자리잡고 있다. 다만 초음파, 틀니적용처럼 '행위중심 비적용 시술분야'를 보험적용의 영역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최근 보험 정책의 큰 그림이다. 실손보험도 대부분 질환중심 포괄적용이 대부분을 이룬다.

 

한의사들이 첩약을 의료보험화하고 싶다면 질환중심의 관점으로 돌아가 보험적용할 상병부터 결정하라. 즉 어떤 상병을, 어떤 비급여 분야들을 보험에 우선 적용시킬 것인가부터 결정해야 한다. 첩약이라는 행위 하나만 보험으로 넣어달라고 주장하게 되면 분업요구라는 덫에 걸린다. 지금의 논의는 처음부터 순서가 잘못되었다.

 

예를 들면 감기질환에 대한 침, 추나, 엑스제, 약침, 첩약 등 모든 행위를 포괄하여 보험적용이 되도록 주장하라.

갱년기질환에 대해 침, 추나, 엑스제, 약침, 첩약 등 모든 행위를 포괄하여 보험적용이 되도록 주장하라.

만성디스크질환에 침, 추나, 엑스제, 약침, 첩약 등 모든 행위를 포괄하여 보험적용이 되도록 주장하라.

 

그런데 한방의료행위를 공보험이든 사보험에 질환중심으로 적용하려면 치명적인 핸디캡을 피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단의 불명확성으로 인한 질환이 아닌 건강증진 목적으로의 전용'이다. 기존 실손보험에서 퇴출당하고, 새로운 한방 실손보험도 개발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에서 한의계 내부의 진료 가이드 라인을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고운맘제도는 왜 한의계에 적용되는데 성공했나? 그것은 '임신'이라는 빼도박도 못하는 진단이 그 핸디캡을 무마시켰기 때문이다. 이런 장치를 (양방의 진단적 도움을 받더라도) 하루빨리 개발해내야 한다.

 

 

4.왜 비의료인과 상병 협의를 해야 하는가

 

한의사가 질환중심 보험적용을 주장하지 않고 첩약조제라는 행위만을 놓고 보험 적용을 주장한다면, 그것을 또 비의료인인 약사와 협의를 한다면 그것은 곧 의료인임을 포기하는 행위이다. 그 어떤 치과의사도 틀니의 보험적용을 치기공사와 협의하지 않으며, 그런 요구를 받으면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치기공사가 틀니를 만드는 직능이지만, 그 누구도 치기공사에게 틀니제조의 '기득권'이 있다든지 '권한'이 있다는 망언을 하지 않는다. MRI 역시 마찬가지다. MRI의 보험적용을, 어떤 질환의 MRI진단을 보험적용할 것인지에 대해 방사선사와 협의하는 의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왜 유독 한의사만 첩약의 보험적용 상병 논의를 약사와 협의해야 하는가?

약사와 첩약 건강보험을 협의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보자.

우리나라의 모든 급여는 '상병'의 진단이 나와야 급여가 [개시]된다. 급여를 개시할 수 있는 직능은 우리나라에 딱 3가지 뿐이다.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즉, 진단이 나오지 않고는 급여를 개시할 수 없다. 당연히 어떤 상병을 보험에 적용할 것인지에 대해서 한의사는 정부와 협의하면 된다. 의료인인 한의사가 보험적용 상병을 논의하기 위해 비의료인인 약사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서도 안되고, 할 이유도 없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첩약의보, 첩약의보 이야기가 나오니 첩약에 대해 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지만, 첩약은 현재 일부 공보험, 사보험에서 성공적으로 급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첩약급여의 지급방식과 룰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지금 하던대로 하자고 하면 되지. 약사와 새로 협의해야할 건덕지가 없다.

좀 더 디테일하게 알아보자. 현재 첩약급여를 인정해주는 보험은 자동차보험, 공무원연금, 산재보험이며, 해당 보험에서는 첩약에 대한 급여를 하루 만원 이상 인정하고 있다.

한의사들의 첩약급여가 이런 방식 자리잡는데 30년 걸렸다. 이들 3개 보험공단, 보험사에서는 약사의 상병진단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당연한 것이다. 약사는 상병을 진단할 수 없고 급여를 개시할 수 없다. 모든 보험회사가 첩약급여를 제공함에 있어 약사라는 직능을 배제한다. 당연하다. 약사는 의료인이 아니므로.

 

그런데 갑자기 건강보험에서 첩약급여를 할 때는 약사와 협의를 하잔다.

왜? 이유가 뭔가? 첩약급여를 비의료인인 약사와 논의하자는 원장들은 다음 질문에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기존 자보, 산재, 공무원연금에서 첩약급여를 실시하고 성공적으로 지급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 3개 보험공단과 달리 유독 건강보험에 대해서만 비의료인 약사와 협의를 해야한다고??? 그 이유가 뭔데??"

 

답변 해보라. 아무도 못할 것이다. 약사를 실질적으로 원칙적으로 배제하도록 최대한 협상안을 잘 끌어내보겠다는 궁색한 답변만 돌아왔다.

 

첩약급여는 '한의사의 상병진단'이 없으면 [개시]되지 않는다. 어떤 상병을 급여화할 것인지 어떤 질환에 어떤 처방을 어느 정도로 급여화할 것인지에 대해 약사와 논의할 수가 없다. 왜? 약사들은 진단능력도, 권한도 없다. 그냥 치기공사, 방사선와 같은 의료보조인력일 뿐이다. 그들과 상병을 협의하는 행위는 의료인임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약사와 한 테이블에 앉아 할 이야기는 하나 뿐이다.

약사들이 무엇을 요구할 것 같나?

 

"약사법 23조 준수하라. 한의사 직접 조제 반대한다. 부칙 8조 폐지하라. 첩약분업을 요구한다. 분업을 거부하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약사들에게 양보하라."

 

 

 

5. 향후 국가적 첩약사업의 중요한 선례가 된다

 

누가봐도 뻔하다. 약사는 '조제권'과 '분업'을 요구하다가 '임의조제 보험적용'을 챙기는 전략으로 나올 것이다. 이번 시범사업 논의는 일회성의 사업이 아니다. 한국의 첩약 정책을 누구와 논의해야하고 누가 주도해야 하는가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된다.앞으로 수십년 동안 정부에서 첩약에 대한 정책이 나올 때마다 약사와 협의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끔찍하지 않은가? 지금이 한의사 역사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

 

이는 양방의 경우를 돌아보면 확연하게 알 수 있다. 1989년 당시 부분선택분업을 내놓았던 정부는 의약분업을 잠정 연기하는대신 약국 임의조제를 의료보험에 적용시켜주는 '딜'을 성사시켰다. 이 제도에서 정부는 당시 '처방전'을 발급받는 것이 어색했던 국민들에게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서 조제하면 본부금을 50% 할인해주는 제도를 통해 정확히 10년만에 의약분업을 도입시켰다.

1989년만해도 국민들은 병의원에서 처방전을 받아서 나오는 것에 굉장히 어색해 했지만 10년만에 적응했다. 양방에서 이제와서 선택분업을 주장해보지만 이미 버스는 떠났다.

 

한의원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지금 한의사들이 처방전을 발행하는 것이 어색하지만(이미 원외탕전 형태로 처방전을 발급하고 있긴하지만) 이 상태로 광범위한 첩약의료보험 협상을 약사와 함께 한다면 결국 '처방전 발행'이야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

 

지금 이미 한의사의 개별전탕을 타의적으로 자의적으로 포기하도록 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한의사의 첩약조제가 법적으로 배타적으로 보장받고 있지 못하고 부칙 조항 하나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이 남아돌아 의치한에 배정을 한다면 우선적으로 다빈도 질환에 집중해야 한다.

65세 이상 할배 할매들에게 1년에 10일분의 한약을 지어줘서 뭔가 국민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의사라면 보나마나 처방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할매들이 가진 왠만한 상병에 10일분의 첩약으로는 기별도 가지 않는다. 이런 것만봐도 이번 시범사업이 얼마나 임상적으로 의미없이 졸속으로 추진되었는지 알 수 있다.

 

한의사라면 고운맘카드처럼 한의원이 경쟁력을 갖는 질환에 대해 이루어지는 비급여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첩약에 한정하지 말고!)

예를 들면 상기도감염에 대한 모든 한방의료행위를 보험적용해달라고 해라. 그리고 한의사들 내부적으로 '상기도감염이 아닌데도 건강증진의 목적으로 전용'하는 행위를 막는 '내부적 장치(복약기간을 2일 이내로 한정하거나, 비인후내시경 사진을 반드시 첨부'를 하게 하거나, 양방의원에서 진단받고 내원하게 하거나)를 반드시 마련하라.

 

첩약의보 토론회는 상기도감염질환 보험적용 토론회 등으로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 행위별 적용으로 첩약을 보험하니 마니 백날 토론해봐야 열매는 약사들만 가져간다. (첩약의보 논의 국면에서 약사들은 전혀 잃을 게 없는 프레임이다.) 그리고 그 상기도질환 보험적용 토론회에서는 어떻게 하면 '건강증진을 위해 타먹는 전용행위'를 방지할 것인지, 어느정도의 가이드라인으로 첩약, 추나, 약침 등을 적용할 것인지에 대한 토론만 하면 된다. 그런 토론을 하는 공간에 약사들을 끼워줄 이유는 없다. 왜? 상병과 질환에 대해 토론하는데 약사는 의료인이 아니므로 끼어들 수가 없다.

 

 

 

6. 기존 자보, 산재의 첩약급여 수가마저 무너뜨릴 위험

 

또 하나 명심할 점.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이 공보험 체계 하에서 약물을 처방해서 가져갈 수 있는 수가는 오직 '진찰료' 뿐임을 명심하라. 방제기술료, 처방료 이런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당신들 망상이다. 망상.

망상이 아니면 지금 당장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과에 전화해서 방제기술료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봐라. 그리고 지난 서울시 첩약의보 토론회에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 김유겸 과장은 명확하게 이야기했다.

 

"건강보험은 자동차보험 같은 사보험 형태로 가지 않을 것이며, 원가계산이 이루어질 것이며, 무슨 약을 얼마나 쓰느지에 따라 처방에 따른 적정가격이 나올 것이다."

 

이는 기존의 관행수가, 자동차보험 정도의 첩약수가를 인정받을 것이라는 찬성론자들의 주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었다. 암울하다. 첩약의보가 시행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약재의 원가를 계산하고 진찰료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간다면 한의사들에게 금전적인 이득은 거의 없어 보이며 기존의 첩약환자들에게 가격저항만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보험 심사가 사보험사에서 심평원으로 이관되는 것처럼 건강보험의 인색한 첩약급여 기준이 기존의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공무원연금공단의 첩약급여 단가를 끌어내리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장기적인 플랜 하에 적절한 행위별 수가개발에 만전을 기한 다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의료보험은 의사의 진단과정의 무형적 가치에 대한 평가를 거의 해주지 않는다. 고기 몇근에 얼마씩으로 의약품 원가 얼마, 진찰료 얼마씩으로 정육점 마인드로 강압적인 의료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그동안 한의사는 현대의료기 사용을 제한받음으로 인해 행위별수가체제 하에서 수가개발에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반면 약국은 이미 양방분업을 통해 탄탄한 수가체계를 만들어놨다. '약국관리료' '의약품보관료' '복약지도료' '조제료' 등등 의사들의'진찰료'를 몇배 능가하는 수가를 만들어놨다. 첩약분업이라도 이루어진다면 '전탕료' '한약국관리료'와 '한약재보관료' '한방복약지도료'가 더 추가될 것이다.

 

어떤 국가든 정책을 입안할 때는 딱 하나만 본다. 의사, 약사, 한의사, 치과의사 이 녀석들을 어떻게 써먹지? 공무원들에게 자비란 없다. 있어서도 안된다. 공무원은 좋아하는 직능도 없고 싫어하는 직능도 없다. 오직 하나만 생각한다. 이 직업군들을 어떻게 저렴하게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에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까?

국가 정책은 상식적이거나 공정하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정책이 깡패스러우면(?) 더 좋다. 세금이 적게 드니깐. 지금 의료수가를 보라. 의사들에겐 재앙이지만, 국민들에겐 굿굿굿이다. 공무원들은 가성비로 따지면 세계최고의 의료보험제도를 굴리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정부에서 볼 때 의사 한의사는 그냥 부품이다. 정책을 교묘하게 잘 구사해서 적은 국민부담으로 양질의 의료서비스만 효과적으로 뽑아낼 수 있으면 된다. 국가에서 한의학 니들 발전시켜주려고 첩약의보 이야기를 꺼낸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모든 전문직은 국가운영에 응용되는 소모품이다. 한의사도 소모품이다. 경영난에 허덕이는 애들 코꿰서 돈 몇푼 쥐어주고, 전체 한의원 비급여 시장의 증가를 컨트롤 하고 노인 건강의료비를 줄일 수만 있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최고의 정책이 된다. 우리를 국가운영하는데 써먹는 소모품 정도로 생각한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한의사 출신 의료정책 입안자는 어떨까? 마찬가지다. 한의사들 매출 내려간다고 그 사람 수입이 줄어드나? 아니다. 그들은 오직 적은 인풋(의료비)으로 많은 아웃풋(국민건강)만 나오면 된다.

 

 

 

결론은 이것이다.

 

1. 현재 한의사의 개별탕전은 자외적으로 타의적으로 위협받고 위축되는 분위기다.

2. 한약은 제약산업자본의 훌륭한 성장동력이 될 수 있고, 정부에서도 좀 더 통제를 가하려는 영역이다.

3. 한의사의 조제행위는 법적으로 취약하므로 '행위중심 보험적용'을 받아들이면 분업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4. 의료인으로서 살아남으려면 '질환중심으로 비급여의 포괄적 보험적용'을 주장하라

.

5. 기존 보험에서 첩약급여를 성공적으로 지급하고 있는데 오직 건강보험에 대해서만 약사와 협의하자는 주장은 무시되어야 한다. 단호하게 거부되어야 한다. 어떤 치과의사도 치기공사와 보험적용 상병 협의를 하는 경우는 없다. 더불어 원가운운하며 최소액만 보장하려는 건강보험의 특성상 오히려 자동차보험과 산재보험의 첩약급여 체계마저 망가뜨릴 가능성이 크다.

 

6. 이번에 약사와 협의하라는 정부안을 받아들이면 앞으로 모든 첩약 관련 정책에서 약사의 동의와 협의를 받아야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 신중하게 대처하자.

7. 소극적 방어적인 정책 대처보다는 면밀한 사전 연구를 통해 한의학이 좀 더 국민건강에 이바지할 수 있는 선제적 정책안을 먼저 확립하고 장기적 플랜으로 대처하라.

 

<The Daily Doctor_bk 논설실장 bk>

 

## 본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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