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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때는 카페에 틀어박혀 있는게 최고다.

 

 

"피오요?"

 

"아니오. 에스프레소 도피오요"

 

생전 커피라고는 안 마셔봤을 것 같은 앳된 직원이 두번이나 확인하고 커피를 갈았다. 아니 어떻게 너처럼 생겨먹은 애가 에스프레소를 주문할 수가 있냐는 건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커피를 모두 내린 직원은 에스프레소 종재기와 라떼잔을 나란히 놓더니 다시 한번 에스프레소 잔을 들어보이며 확인했다.

 

"이거 맞으시죠?"

 

그래, 그거 맞긴 한데, 굳이 나한테 두번이나 확인해야겠니?

 

 

 

 

카페 밖 세상은 분주하다.

 

10년전 서울역사 모 커피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났었다.

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저기 에스프레소는 양이 굉장히 작은데 괜찮으시겠어요?"

 

그래, 괜찮다. 이것아. 왜? 나는 에스프레소 쳐먹으면 안되냐? 내 이마에 맥심모카골드만 마십니다라고 적혀있기라도 한거야? 물론 에스프레소를 앞에 두고 수형이형이랑 잠시 당황한 건 사실이긴 하지. 하지만 이 정도 쯤은 단숨에 들이키는 허세쯤은 나도 있다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국내 사진학계의 권위자로 알려진 스컬리 박사는 '내 얼굴'이 문제라고 했다. 촌스멜이 뚝뚝 흐른다고.

고맙습니다. 누님.

진실을 직면하는데 약간의 고통은 늘 뒤따른다.

 

 

 

 

홍시 스무디를 시켰다. 어마어마한 양이 나왔다. 밥 대신 먹어도 될 정도다.

누가 설사를 한무더기 싸놓은 모양같다.

 

 

 

 

 

표정이 밝아진다. 역시 나라는 인간은 '양'에 민감한 족속이었나. 크크크

 

이태리에 개원하면 매일 바에 들러서 크로와상을 씹으며 에스프레소를 들이킬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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