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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

평점 : 스토리 8   비주얼 8   연출 9  연기 10

 

이 영화의 시작부는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극복하기 이해 지구를 빙하기로 만들어버리는 '실수'에서 시작한다.

빙하기의 컴백.

지구는 리셋되었다.

 

<>열차

열차가 상징하는 것은 하나의 작은 지구이다. 그 지구는 '인류가 만들어낸 것'이다. 인류는 큰 혁명을 두번 거쳤다. 농경혁명과 산업혁명. 기관차는 후자의 상징이다.

이 영화에서 열차는 인류 발전의 상징하는 중요한 장치로 자연의 거대한 힘, 빙하기에 대항하는 '인류가 만들어낸 신'같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 열차는 칸으로 나뉘어져있다. 칸은 신분을 상징한다. 인류의 발전과정에서 '신분제'의 출현은 필연적이다.

여자총리와 윌포드는 줄곧 부르짖는다.

 

"모든 인류는 각자의 계급과 위치가 정해져있고, 그것이 곧 인류의 발전을 영속시키는 질서다."

 

 

<>반란

가장 하층민으로 꼬리칸에 타고 있던 커티스는 윌포드의 그런 주장에 반란을 일으킨다.

반란의 동기는 단순하다. 개인적 억압에 대한 저항이다.

바스티유를 습격했던 프랑스 빈민들의 시발도 비슷했다.

보편적 인권과 평등 자유 같은 개념은 불과 300년 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던 것이었다.

커티스의 반란은 프랑스혁명이다.

 

 

<>항상성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이 항상성이다. 어제의 몸과 오늘의 몸이 늘 같아야 하는 것이다. 이 항상성이 깨지면 생명체는 죽는다. 질서. 그렇다. 항상성은 질서다.

 

모든 물질은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따른다. 기차는 멈추어야 하고 부서져야 한다.

그렇지만 이 영화에서 기차는 그런 물리법칙을 거스른다. 왜 기차가 닳고 부서지고 망가지지 않을까?

부속도 망가질텐데..?

이 우주상에 엔트로피의 법칙을 저항하는 존재는 단 하나 뿐이다.

바로 생명체.

생명만이 가지는 저항을 이 영화에서는 작은 아이를 부속처럼 열차 기관실 내부에 공급하는 장면으로 보여주었다.

모든 생명체는 유입과 배출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유지하면서 항상성이라는 질서를 유지한다.

 

 

<>왜 꼬리칸의 빈민들이 필요하나?

그것은 열차를 유지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윌포드의 열차는 꼬리칸에서 아기를 공급받지 않으면 망가지는 구조다. 인류 역시 출산이 정지되면 멸망한다.

우리가 아침밥을 먹고 저녁에 똥을 싸듯이 이런 '흐름'을 일으키지 못하면 우리 몸(영화에서는 열차 내부)의 질서가 무너지고, 항상성이 깨지면서 자연의 법칙(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순응하게 된다.

 

 

<>앞칸의 의미, 무한궤도의 의미

현재 지구는 동양과 서양으로 구분되어 있다. 서양은 인류가 직선적으로 발전한다는 사상을 갖고 있고 동양은 순환론적인 사상이 지배하고 있다.

무한궤도로 순환하는 열차는 동양과 서양의 사상을 함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앞칸으로 갈수록 풍요로워지고 인류는 진보한다. 서양인의 관점이다. 송강호는 앞칸으로 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했다. 그는 궤도를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객차 문을 부셔버린다. 송강호는 동양인이다.

송강호는 늘 똑같은 궤도를 돌고 있지만 실상은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준다.

 

"비행기가 눈속에 파묻혀 있었는데 그게 매년 조금씩 드러나더라고. 지구가 조금씩 녹고 있어. 그리고 할 말이 있는데, 아니다.. 에이 너한테까지 할 필요는 없겠다." (송강호가 극중에 하지 못한 말은 열차 밖에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본인이 목격했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런데 송강호는 왜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왜냐면 열차 외부를 전혀 생각치 못하는 사람에게 열차 바깥이 어떻다 저떻다 이야기해봐야 아무 의미없다는 것이다.

 

커티스는 직선적 서양인을 상징한다. 그는 끝내 앞칸까지 도달한다.

 

 

<>인류의 진보

꼬리칸에서 앞칸까지의 모습은 인류의 진보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초창기 사람끼리 죽이며 인육을 먹던 꼬리칸은 100만년전 원시이전의 사회를 상징한다. 그러다가 누군가 지도자가 나타나 교화시키고 인류를 '개인'에서 '집단적 삶'으로 이끈다. 규율이 생기고 문화의 룰이 생겼다.

그리고 인류는 불을 발견하고(터널 속에서 커티스는 불을 떠올린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긴박했던 발견!!!) 그 다음 물을 이용하게 되고 비로소 인류에게 풍요로운 농경혁명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양복사, 치과의사 등등의 직업적 분화...

인류는 더욱 품위있고 풍요로운 진보를 거듭한다. 그리고 나이트클럽과 마약의 향락.

풍요에 취해 소비지향적인 삶으로 질주하는 현대인을 비판한 항목이다.

 

 

<>교육의 힘

커티스의 진격 도중, 중간에 맞딱뜨린 유치원칸.

인류를 질서 속에서 진보하게 하는 것은 바로 '세뇌교육'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열차 속의 윌포드는 '신'으로 묘사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마찬가지다.

한없이 평화로운 것 같은 교육의 현장에서 커티스의 반란군은 일격을 당한다.

선물인 줄 알았던 달걀수레 속에서 기관총이 나오고, 애교있던 임산부 교사가 기관총을 난사한다.

결국 교육이라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무서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인지(기관총을 난사하는 것처럼 강력하고 폭력적일 수 있다는 점)

문명이라는 것이 사실 훨씬 더 '야만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돈의 무서움을 보라. 칼로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더 무섭다. 돈은 기관총처럼 사람들을 향해 난사한다.

 

 

<>매너리즘

길리엄은 윌포드를 만나면 혀를 잘라버리고 그의 말을 듣지 말라고 충고했다.

커티스는 가장 앞 칸에서 정점에 있던 윌포드를 만난다. 그의 처절했던 반란조차 윌포드의 작전에 포함되어 있었음을 알고 망연자실하지만, 윌포드의 달콤한 제안에 잠시 흔들린다.

내가 이 열차 안에서 왕이 될 수 있다. 가장 앞 칸에서 안락하게 살 수 있다.

윌포드가 만든 '질서의 룰'을 이어받으면 풍요가 보장된다. 다만 그 보장의 베이스에는 꼬리칸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는 부속품처럼 일하던 티미를 기관실에서 빼내면서 열차의 영속성을 중단시킨다. 열차는 망가지기 시작했다.

아무도 열차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못했던 시절, 그들은 오로지 앞칸으로만 가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았다. 지금의 인류도 마찬가지다. 더 발전된 문명, 더 많은 돈, 더 높은 빌딩, 더 많은 생산, 더 많은 규율과 더 많은 시스템이 인류의 행복을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

 

우리 자신에게 절대 깰 수 없는 '열차라는 공간의 테두리'

매너리즘의 벽은 없을까?

상사에게 인간적인 모욕을 겪지만, 사표를 던질 수는 없다. 당장 월급이 나오므로 안락하기 때문이다. 조금 더럽고 구차해도 따뜻하고 얼어죽지는 않으니 열차 밖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그렇게 무한궤도를 돌고 돌다가 죽어나간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한의사라는 이 열차의 벽을 깰 수가 없다. 열차밖으로 나간다는 상상조차 못해본 것처럼, 한의사를 그만 둔다는 것도 상상조차 못해봤다. 아마 우리나라 모든 의사들이 스스로 의사라는 벽을 깨지 못할 것이다. 한번 의사는 평생 의사다.

 

열차 밖에는 더 무한한 공간이 있는데 한발자욱을 못 디딘다.(영화 마지막에 요나와 티미는 새로운 미래의 도전을 상징한다.)

 

 

<>무모한 도전

그렇다면 이렇게 열차밖으로 나가는 것은 무조건 옳은 일일까?

이누잇족이라며 스스로를 과신하며 얼어죽은 7인의 모습을 보라. 무모한 도전은 참사를 낳는다.

도전은 장려되어야 하지만, 준비없는 도전은 만용이다.

반드시 털옷과 털신을 신어라.

 

 

지금도 수많은 '준비없는 자'들이 창업을 하고 도전하며 얼어죽고 있다. 한의원도 마찬가지다. 오적산에 무슨 약재가 들어가는지도 모르는 멍충이들이 개원이라는 이벤트를 벌이며 은행돈잔치를 하고, 원장님 소리 들어가며 어깨 뽕이 들어간 채 '오무날'을 외치며 얼어죽어가고 있다.

 

 

<>봉준호

봉은 26살부터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이제 20년이 다 돼간다.

봉의 대표작은 살인의 추억이나 괴물이 아니라 설국열차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재능은 어떻게 해서 이렇게 폭발했을까?

바로 카파의 힘이다.

대가는 절대 개인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봉준호 개인 + 카파의 교육이 만나 비로소 대가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의대는 88년부터 03년까지 15년간 상위 1% 이내의 수재들 만명을 흡수했다. 무려 만명!

그리고 나온 결과는 처참하다.

한의계에는 카파가 없었다.

만명의 그들은 매너리즘의 벽 안에서 숨죽이며 졸업했고, 수준낮은 한의대 교수에게 귀싸대기를 날리는 커티스가 되지 못했다. 나 역시 비굴한 학생 중 한명이었다.

 

1만명의 똑똑하고 공부만 잘했던 한의대생들은 이 영화에 나오는 바퀴벌레로 만든 단백질 덩어리 같은 수업내용을 씹지도 않고 집어삼키며, 단지 인생에서 열차 한두칸을 앞서 갈 수 있는 그 알량한 한의대 졸업장을 위해 6-7년 간을 꼬리칸에서 숨죽이며 보냈다. 쓰레기같은 단백질덩어리를 먹어가면서.

 

 

뇌종양 할머니 뇌압이 부어 구토하는데 향사평위산 엑기스 2포를 처방하던 쓰레기같던 레지던트는 여전히 한의사질 잘 하고 있고, 임상실습 시간에 침봉다리 까서 대령하는 법만 가르치던 교수님은 여전히 교수님이다. 동력도 부실하고 방향성도 상실한 채 얼마 버티지도 못할, 이 허름한 한의대라는 열차 안에서 펼쳐지는 우스꽝스러운 의사소꿉놀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문화부/서울>

 

 

팁: 을지로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시네마 주차요령에 대해서 알려주도록 하겠다.

무료는 3시간뿐임. 3시간 넘어가면 주차비 내야함. 갱장히 비쌈. ㅋㅋㅋ

이 동네는 주차장이 덕지덕지 누더기다. 그래서 잘못 주차하면 한밤중에 굉장히 무서운 주차장을 찾아 헤매는 꼬라지(실제로 어제 본인이 겪음.)를 당한다.

백화점 영업시간 이내에 영화가 끝나면 상관없다.

백화점 영업시간이 끝나면 미리 주차장 입구 주차안내원에게 영화보러 왔다고 말하고 가급적 지상에 주차하도록 한다. 원래 지상주차장은 단체관광객 버스만 주차할 수 있지만, 백화점 영업종료 시점에는 일반 차량도 주차 가능하다.

 

만약 지상 주차장이 만차라서 백화점 지하로 들어갔다면 에비뉴엘 쪽에 주차할 것.

(롯데시네마 출구가 에비뉴엘 쪽임.)

아래 지도에서 한국외환은행이라고 적힌 곳이 지상주차장인데 그곳에 주차하도록.

만약 백화점 지하에 주차해놓고 심야영화를 보고 나오면 주차장 들어가는 문이 모두 닫혀 있어 황당할 수 있다. MVG주차장 안쪽에 주차장 내려가는 문을 열어둠. 그 쪽으로 내려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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