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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피디수첩인가, 소비자고발인가에서 숙지황 벤조피렌을 테마로 방송한 적이 있다. 그때 좋은 숙지황을 쓰는 한의사도 있다는 내용으로 대구 인제한의원 양승엽 원장님이 출연(모자이크)한 적이 있다.

 

이번 방송 역시 겨울잠바를 입고 약재를 수치하는 장면이 미리 촬영된 것으로 보아 적어도 6개월 이상의 방송사 기획으로 준비되었거나, 그게 아니라면 겨울에 약재손질하는 영상을 양승엽 원장님이 제공했을 가능성이 있다.

 

일단 양원장님의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동의보감에는 본초마다 수치하는 게 꼼꼼하게 나온다. 그리고 숙지황의 경우만 하더라도 시중에 돌아다니는 숙지황 중에 지황즙으로 제대로 구증한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막걸리로 지황즙을 대신한다. 지황즙으로 제대로 구증해야 한다는 것은 이미 2006년경 bk박사님이 개원하던 시절부터 주장하던 바이다.

당시 bk박사님네 한의원 간조들은 하루종일 대추씨 발라내고 약재들 잡질 제거하는데 하루를 보내곤 했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있다.

누구나 좋은 약재 수치 많이 해서 쓰고 싶지. 나도! 나도! 그런데 문제는 돈이다.

좋은 약재 먹고 싶으면 돈을 더 내야한다. 이 세상에 싸고 좋은 건 없으니까.

좋은 약재로 먹고 싶은데 동시에 십전대보탕 한제 원가 5만원 운운하는 것은 진짜 파렴치한 마인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무형의 지식가치에 대한 한국인 특유의 평가절하..

한국사회에 만연한 망할 놈의 재료비 타령...

어떤 소비자가 루이비똥 에삐에 들어가는 가죽 재료비가 10만원이니깐 에삐를 15만원 정도에 사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평생.. 아니 수백년이 지나도 그 가방을 살 수가 없다.

 

한약 역시 마찬가지다. 좋은 약재를 쓰려는 노력과 동시에 좋은 처방을 구사할 줄 아는 전문지식이 동반되어야 한다. 소가죽만 좋으면 뭐하나? 제단하는 손이 개발인데...

 

그런 의미에서 십전대보탕이 무슨 대단한 약인 것인양, 동의보감 최고의 처방 쯤으로 현혹하는 한의사가 있다면 스스로 반성해보길 바란다. 십전대보탕을 무슨 영양제 뿌리듯 할매들에게 퍼멕이는 놈들도 반성 많이 해야하고... 이 약은 작방원리는 간단하지만 니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쓰기 어려운 처방이고 패증도 많다. 경옥고, 공진단 역시 마찬가지다.

 

아무튼... 다시 약재 이야기로 돌아가면 시중에 돌아다니는 보통품질의 9증 숙지황이 1근에 3만원대이다. 실제로 몇년 전에 bk박사님이 지황즙만으로 두달 동안 수치해서 직접 9증 숙지황을 만든 적이 있다. (실제로 햇볕에 양건하면 3개월 이상 걸리지만 박사님은 선풍기 실내 음건을 이용했다. 양원장님도 원내에서 선풍기로 건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양건은 하면 좋지만, 매일 아침 널고 저녁에 걷고 하는 인건비만 해도 어마어마하다.)

 

그 당시 숙지황 1근을 제조하는데 생지황 재료비만 14만원(생지황 20근/ 근당 7천원) 이상 들어갔었다. 그렇다면 인건비와 9번 지황즙 짜고 술에 찌고 햇볕에 말리는 기타 비용을 고려하면 숙지황 1근에 거의 30-40만원이 들어간다.

 

그럼 환자들은 얼마를 지불해야 숙지황 들어간 한약 한제 먹을 수 있을까?

 

당시 9증 숙지황을 오리지날로 완성한 우리 간조가 이런 명언을 남겼다.

 

"원장님, 우리 이거 환자에게 팔지 말아요."

 

그만큼 엄청난 인건비와 재료비가 들어간다는 거다. 제대로 만들면 녹용보다 훨씬 비싼 게 숙지황이다.

소위 착한 십전대보탕 먹고 싶나? 그렇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준비는 되어 있나?

 

대추 한근에 만원이면 씨 발라내면 그게 2만원이 돼. 소비자들이 재료비만 생각하지 인건비는 전혀 고려하지 않더군. 백복, 적복 나눠쓰면 좋다는거 모르나? 그거 나누면 복령값보다 인건비가 더 들어요. 지황즙 짜봤나? 녹즙기로 얼마나 많이 짜야 겨우 500cc가 나오는지 알기는 하는지...

 

그리고 방송 중에 약재시장 가서 수치한 약재 찾는장면이 나오던데, 이것은 쌀집 가서 잡곡밥을 내놔라는 이야기와 같다. 커피콩 파는 가게에 가서 에스프레소 달라는 것과 같다. 수치란 모든 본초에 일괄적으로 하는 과정이 아니라, 원장이 환자를 보고 난 이후에 해야하는 일이다. 환자에 맞게 선택적으로 전탕하기 직전에 하는 것이 맞다. 모든 황기를 꿀 발라 굽냐? ㅋㅋㅋㅋㅋㅋㅋㅋ 생짜로 써야할 때가 있고 꿀발라야할 때가 있는 거다.

 

좋은 약재를 써야한다는 총론은 맞지만, 아쉽게도 각론은 엉터리인 프로그램이었다.

십전대보탕은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그런 영양제 같은 보약이 아니다. 십전 정도 자유자재로 쓰려면 최소한 100건 이상은 써봐야 한다. 그리고 찻집에서 십전대보탕이나 쌍화탕 같은 약을 사먹는다는 건 스스로 건강을 망치는 지름길이다.

그리고 수치법제라는 것은 일괄적으로 해야할 때도 있지만 좀 더 디테일하게 전탕하기 전에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무엇보다 좋은 물건에는 비싼 대가가 뒤따른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 대가를 지불하려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은 착한 십전대보탕 찾기 전에 스스로 내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부터 돌아보기 바란다.

 

방송에 나온 대구 인제한의원 착한 십전대보탕 한제 가격이 (10일분)에 45만원이다. 

 

우리 한의원에서 십전대보탕 14일분에 20만5천원이다. 인제한의원 절반 가격이다. 그렇다고 내가 싸구려 재료를 쓰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비슷한 재료다. 실제로 임상에서는 양심적으로 진료하는 원장들이 대다수다. 괜히 방송에서 아이템 하나 잡아가지고 시청자들을 현혹시켜서는 안된다.<자료제공 : 김병성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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