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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이라도 어려보이고 싶은 직종이 있고, 한살이라도 더 들어보이는게 유리한 직종이 있다. 한의사는 후자다. 그래서 bk박사님처럼 외모로 승부하는 한의사들은 굉장히 불리한 위치에서 진료를 해야 한다.

 

한의사가 되어 나이를 먹게 되면 소위 짬밥이라는 게 생긴다.

약 지어달라고 찾아온 환자도 뻥 차버릴 줄 알아야하고, 상한 생선은 아무리 배가 고파도 삼키면 안된다는 지혜도 생긴다. 얼마나 먹어야 해요?라는 질문에 정확한 예후를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한의사가 돼서 나이를 먹어가면 그게 마냥 좋은 일일까? 늘어가는 주름살과 쳐진 살만큼 환자들에게 실력있어보이는 게 좋은 일일까?

 

물론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환자가 많으면 그나마 괜찮다. (그것도 다양한 난이도의 환자가 아주 많다는 전제 하에서 그렇다는 말.)

 

문제는 환자도 별로 없고, 나이만 먹어가는 한의사들이다.

이 사람들은 잔소리 결핍의 악순환에 빠진다.

 

잔소리가 왜 중요한가? 바로 잔소리야말로 도제식 교육의 핵심이다.

만약 내가 한의대를 졸업했는데 아무도 나에게 잔소리를 안 한다면 그건 뭔가 큰 일이 일어난 것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문제는 더욱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잔소리해줄 사람을 빨리 찾아야 한다.

 

잔소리에는 두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1.지식

학술적인 지식은 책으로 공부한 것 외에 실전으로 쌓은 경험이 훨씬 더 중요하다. 아무리 의사학적으로 보중익기탕 파봐도 보중 1000제 써본 놈 못 이긴다.

 

2.애정

인간적인 애정이 없으면 잔소리는 없다. 당연한 거다.

 

잔소리는 누가할 수 있나? 아무나 못한다. "친분이 있는 임상의 대가들"만이 잔소리할 수 있다.

어?? 난 임상의 대가들도 잘 모르고, 설사 안다해도 그 사람들이랑 컨택할 수 있는 루트가 없는데???

그럼 당신이 임상 한의사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평범한 학생이 한의대 졸업하고 나면 누가 잔소리를 해줄까? 거의 없다. 지 스스로 '나는 이제 원장님이다'라고 선언해버렸는데 누가 잔소리를 할 수 있나? 거기다가 한해 한해 나이를 먹어가면 그나마 몇개씩 얻어듣는 잔소리들도 몽땅 사라진다. 내가 무슨 처방을 하건 어떻게 침을 놓건 아무도 관심도 없다. 망망대해의 섬처럼 독고다이로 살아가야 한다.

체질하는 원장들 10명을 모아놓고 침질시켜보면 10가지 방식으로 침질을 한다. 동보 좀 봤다는 원장 100명 모아놓고 환자 한명 던져주면 처방이 100가지 나온다. 이 모두가 잔소리 결핍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독고다이로 익혔기 때문이다.

 

잔소리를 받으려면 스스로 대가를 찾아 머리 숙이고 찾아가서 도제식으로 사사를 받아야 한다. 그 '대가의 세월'을 농축해서 얻는 것이다. 그러자면 '내가 원장인데'라는 마인드를 버려야 한다. 나이 30살에 한의원 차리면 바로 원장님이라는 타이틀이 붙지만, 어깨 으슥할 필요 없다. 가장 빨리 망쪼가 드는 테크트리를 탄 것 뿐이니깐.

 

 

며칠 전 나이어린 신졸 한의사(물론 그 놈도 원장님이라고 자칭함.)가 '이런이런 할매 환자가 왔는데 무난한 보약 쓰는 법 좀 알려주세요?'라는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야이 개자슥아 니같은 한의사가 처방을 안 쓰는게 국민건강과 한국 한의학을 살리고 한약의 브랜드가치를 키우는 일이다."라는 답변을 해주었다.

이런 것이 바로 애정과 지식이 담긴 잔소리다.

 

눈을 감고 생각해보자.

 

 

지금 누가 나에게 잔소리를 해주고 있나? 내가 나이를 더 먹어가면 누가 잔소리를 해줄까?

 

경험상 나이 40을 전후해서 직종을 막론하고 귓구녕이 막혀간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 좋은 이야기 해주고 잔소리해도 거의 못 알아 듣는다. 

 

어떤 사람이 나이 사십을 넘었다면 그를 가르치려 들지말라. 만용이다.

 

왜 꼰대 꼴통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줄 아나? 그 나이에는 원래 귓구녕이 막히기 때문이다. 쓰레기같은 한의사들이 툭툭 나와서 볼트 너트 지져가면서, 방송에서 춤춰가면서 개쌩쇼를 하고 물의를 일으키는데 나이를 잘 살펴봐라. 모두 먹을만큼 먹었다. 몇몇 지부장들이 나이 50씩 먹어가면서 어처구니없는 꼴통짓을 하는 이유도 그것 때문이다. 그 나이대 한의사에게는 아무도 바른말, 잔소리를 안 해준다. 왜냐? 대가리가 호두껍질처럼 굳어서 그 어떤 소리도 알아먹을 수가 없다.

 

그럴 땐 그냥 내버려두는 거다. 그렇게 살다 죽도록 내버려두는 수 밖에 없다.

누구라도 나이 사오십 먹고 꼴통 짓해봐라. 아무도 잔소리 안 해준다. 그게 더 비참한 건데 그걸 모른다. (나이 이십대 후배가 헛짓거리하면 생면부지일지라도 선배들이 전화해서 뭐라하고 지적하고 잔소리한다.)

약처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이 오십먹고 쓰레기같은 처방만 날리고 있어봐라. 누가 잔소리해줄까? 아무도 없다. 그냥 그 상태 그대로 늙어죽어야 하는 거다. 화석처럼.

 

한살이라도 어릴 때 잔소리를 구하러 다녀라. 한의사처럼 트레이닝 시스템이 열악하고, 실전에서 비주얼 디바이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직종에서는 실력 없는데 귓구녕마저 막히는 나이가 되면 그것만큼 비참한 말로가 없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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