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넌 뭘 파니?

Essays 2013. 10. 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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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이 뭐냐? 한 단어로 말하면 비지니스야.

비지니스가 뭐야? 사업이지. 돈놀이야. 비지니스에서 돈문제를 빼면 그건 비지니스가 아니야.

공부를 할껀지 비지니스를 할 건지부터 정해.

어떤 멍청이들은 은행빚으로 독서실을 차리는 경우가 있지.

 

비지니스는 팔 물건이 있어야해.

뭘 팔꺼야?

병원은 서비스업이야. 3차산업이지. 그래서 뭘 팔지를 정하는게 애매해. 말빨 좋고 실력없는 놈들이 돈을 버는 이유이기도 하지. 이게 장점이기도 해. 니가 실력이 졸라 없어도 돈 벌 기회가 있다는거지.

 

그래도 뭘 팔지는 정해야해. 뭘 팔꺼야?

15분간의 유침, 10분간의 핫팩, 따뜻한 말한마디를 팔꺼야? 신뢰감 주는 브랜드와 편안한 분위기에서 하루 정도의 페인 컨트롤을 팔꺼야?

 

내가 뭘 팔지부터 정해야해. 그게 없는데 무슨 비지니스야? (여기서 하나 더 명심해야 하는게 남들과 비슷한 걸 팔면 힘들다. 배드 쫙 깔고 물치, 핫팩, 체침에 친절하게 진료할꺼라고? 이미 그런건 진입장벽이 없는 분야지. 레드오션이 아니야. 사막이야. 니가 치고 들어갈 자리는 이미 없어.)

결국 니가 뭘 할꺼냐는거지. '화두'라고도 할 수 있지. 가게주인은 판매 물건이고, 피디에게는 컨텐츠, 원장에게는 진료서비스의 내용이지.

 

 

소비자 역시 뭘 살지 정하고 가게에 들어가지.

 

"삼성 스마트티비 UN60AF8000 얼마에 줄 수 있어요?"

 

그러면 파는 놈이 가격을 제시해. 서로 맞으면 사는거야. 그게 비지니스야.

그런데 병원은 소비자가 뭘 사야하는지를 몰라. 그래서 의사들이 돈을 버는거야. 이걸 유식한 말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라고 하지. 의사는 환자에게 압도적인 권위를 가져. (한의사는 이게 문제지. 여기서 걸려. 한의사는 압도적인 정보의 비대칭성을 못 누려. 그래서 그걸 보완해야해. 인정하지마라. 잡스 할배가 말했잖아. 수긍하고 인정하지 말라고. 세상을 향해 펀치 한방을 날려버리라고. 지금 세상은 너보다 훨씬 못한 놈들이 반항하고 대들면서 만들어낸 물건들로 가득하다고. 그러니깐 너도 펀치 날리라고)

 

우리가 보통 가게에 들어가면 뭘 사러 왔는지 말해야해. 그래야 물건을 보여주지.

 

"당일 산행으로 갈건데 등판 매쉬로 된 버티칼 형식의 배낭 보여주세요."

 

그러면 점원이 트렉스타, 케이투, 밀레에서 35리터 짜리 배낭을 들고와.

기회는 3개 뿐이야. 그 3개 안에 손님이 사고 싶은게 들어 있어야해. 손님이 뭘 원하는지 간파해야해. 그런건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아. 세상에 "난 돈이 없어서 8만원 이하의 배낭을 찾고 있어"라고 이야기하는 손님이 있겠냐?

 

그런건 알아서 눈치채야 하는거야. 유식하게 말하면 '고객의 니즈'지.

물건 3개를 까는데 뭘로 깔아? 그냥 깔아? 아니지. 설명을 해주는 교보재로 까는거야. 고객의 니즈에 더 다가가는 교재야. 디테일해야 비지니스가 가능해.

디테일하게 다르게 깔아. 그게 포인트야.

 

거기서 맘에 드는 물건이 없으면 넌 망한거야. 무조건 첫 디피에서 승부를 봐야해. 이건 진검승부야. 그리고 일단 앉혀. (서서 말하지마라. 퇴로를 차단하는건 전술의 기본이야.) 시간을 투자하게 해. 이 세상에 싸고 좋은 물건이란 있을 수가 없어. 문제는 비싸냐? 안 비싸냐?가 아니라 -소비자가 판단하기에- 합리적이냐? 비합리적이냐? 쉽게 말하면 이해가 되는 가격이냐? 이해가 안되는 가격이냐?의 문제일 뿐이야. 이해가 될때까지 설명해. 고객이 이해되려면 판매자부터 이해를 해야겠지? 그리고 중요한건 가격의 합리성은 공급자가 판단하는게 아니야. 공급자는 소비자의 심리를 예단하고 종국의 판결은 소비자가 하는거지. 공급자의 입장에서 가격정책을 제시하면 망하는거야.

 

의자 좌판에 패브릭 대신 소가죽 대면 원가가 5만원 상승해. 근데 판매가격은 패브릭보다 30만원을 더 붙여. 그게 비합리적인거야? 공급자에게는 비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소비자에게는 굉장히 합리적으로 보여. 그걸 받아들여야해. 이게 비지니스의 포인트야. 유식하게 말하면 '가치의 창출'이라고 해.

존 스컬리가 말했잖아. 졸라 좋은 물건을 만든 후에는 포장은 그보다 훨씬 더 잘 해야하는거야. 왜? 니가 돈 낼게 아니잖아. 고객이 내는거지.

모든 비지니스는 가치를 창출하는거야. 원료와 제품의 단가 갭에서 돈이 생겨. 그게 가치야. 가치를 생산할 수 있어야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지니스를 할 수 있는거지. 니가 만드는 게 3만원짜리 진피 달인 물이라도 그게 정확한 타켓에 들어가면 환자 입장에서는 60만원짜리라고 판단해도 합리적으로 느껴져. 그게 가치창출이야? 사기야?

 

환자가 멍청하다고 욕하는 의사는 많지만 실제로 모든 고객은 다 멍청해. 잘 알면 뭐하러 너한테 물건 사러 왔겠냐? 모르니깐 온거지.

 

설명해라. 알아듣기 쉽게. 초딩도 알아먹을 수 있게. 이슈가 뭔지를 정확하게 눈치를 채서 거기에 포인트를 두고 물건 3개를 깔고 깔끔하게 프리젠테이션을 해.

 

그리고 고르게 해. 원장들이 착각하는게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자기가 환자에게 00을 하라고 권해. 그래놓고 수용이 안되면 내상입었다고 지랄지랄하지. 왜 안 받아들일까? 니가 물건을 잘못 깔았기 때문이지. 환자가 지랄맞아서가 아니야. 물건은 누가 골라? 니가 골라? 손님이 골라? 손님이 골라야지. 근데 손님이 고르지만 그건 손님이 고르는게 아니지. 손님은 손가락질만 하지. 물건은 누가 놔둬? 니가 놔두잖아. 그럼 니가 거의 고르게 한거지만 결국은 손님이 고른거지.

 

세상에 티비 사러갔는데 특정모델 하나를 보여주면서 무조건 이거 사셔야 한다고 말하는 정신나간 점원이 있냐?

 

이 세상에 약 권하는 마법의 멘트는 없어. 그런거 연구하지도 마라. 그런게 있을 꺼라고 생각하는 자체에서 이미 넌 망한 한의사인거야. 니가 팔 물건이 없다는거지. 아는게 없다는 고백일 뿐이야. 그냥 물건을 디테일하게 잘 깔아놓고 깔끔하게 설명만 해.

 

근데 문제가 있어.

 

내가 팔아야할 물건이 신통찮을 때야. 이러면 골때리지. 입이 안 떨어져. 무슨 멘트로 고객을 후려야 이걸 팔까? 컴플레인 들어오면 어떡하지?

 

환자 문진을 다 했는데 무슨 약을 줘야할지를 모르겠어. 그럼 그게 무슨 상태야? 물건을 뭘 깔아야하는지 모르는거지.

 

티비 사러온 손님한테 전자레인지를 내놓는거지.

 

그래놓고 카페에 올려. 이런이런 환자가 왔는데 이거 어떻게 해야해요?

뭘 어떻게 해. 약 주면 안되는거지.

 

의사가 왜 돈 버는 줄 아나?(정확히 표현하면 왜 개원의들마다 소득편차가 심한지 아나?)

판매하는 제품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야. 소비자가 스스로의 니즈를 모르고 뭘 사야하는지 모델명을 모른다는 그 지점 때문에 병원은 이득이 생기고 소득의 편차가 생겨. 머니 포인트! 병원 비지니스의 핵심.

병원 비지니스는 눈치가 빨라야해. 고객의 니즈를 디테일하게 좁힐 수 있는 섬세한 프로토콜이 있어야하지. 한의원 문턱을 넘어오는 그 순간 이미 환자 마음 속에는 내가 여기서 뭔가 이런 걸 하고 나가겠다고 마음을 먹고 오는거야. 그걸 알아내지 못하면 끝장이지.

그런데 병원이라고 다 똑같지가 않아.

 

병의원들 중에서 한의원의 특징이 뭐야? 다른 과에 비해 소득의 편차가 어마어마해. 한달에 50만원 버는 원장이 있는데 5천 버는 원장이 있어. 비슷한 입지에서 말야. 삼성디지털프라자나 코오롱매장에서는 결코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만큼 그런 제품을 파는 곳에서는 오너가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는 거지.

 

한달간 런던의 벼룩시장, 마켓, 상점 등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이야. 한의사는 정말 복받은 직업이구나. 열심히 해야겠다. 교수들이 멍청하고 무능하고 임상의들이 집단적 무기력감에 빠져있는게 정말 큰 행운이구나.

 

그레이바탕에 흰점은 눈에 띄기 힘들지만, 블랙바탕에 흰점은 확 두드러지지.

 

문제는 니가 블랙바탕에 속해있냐? 흰점이냐? 그것만 인지하면 돼. 간단한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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