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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은 공기업이라는 단어에 두가지 반응을 보인다.

적자.

그리고 땡보직.

 

이명박 행정부는 국립국어원에서 초빙해야할 정도로 단어의 본 뜻을 숨기고 포장하는데 놀라운 재능을 보였다. 대표적인 업적이 바로 '선진화'라는 단어다. 쌍팔년도 시절 "우리도 선진국처럼 살아보자."는 마인드가 박혀있는 단어. (아이러니하게도 선진국에서는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실시하는 '선진화'와는 정반대의 동향을 보이는 경우가 더 많다.)

 

공기업 이야기를 해보자.

공기업을 매각하는 것을 민영화라고 표현한다. 이것은 바른 표현이 아니다. 전기, 철도, 도로, 물, 땅은 공공재이다. 민영화는 공공재의 독점판매권을 국가에서 민간인에게 양도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점 공공재의 민간매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다.

 

그렇다면 공기업이 적자가 나면 어떻게 해야할까?

적자가 나는 이유는 딱 하나 뿐이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기적이고 얍삽하다. 원래 대중이 그렇다. 나도 그렇다. 가급적 수도세는 올리지 말고, 수자원공사 직원 인건비만 줄여서 우리에게 양질의 수돗물을 공급하라는 입장을 취한다. 어폐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본능이므로 어쩔 수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공기업이 적자가 나는 것은 당연하고 그것은 박수받아야 한다.'

적자분은 당연히 국민모두가 세금으로 메꾸어야 하며, 공공재의 저렴한 공급은 시장경제원리가 아니라 복지의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국민들도 수도요금 전기요금을 수도세, 전기세라고 부른다. 세금이 아닌데 세라고 부르는 것은 이미 국민들도 이것이 공공의 재산임을 인지하고 있다는 증거다.)

공공재인 물을 팔아서 돈을 버는 수자원공사가 흑자가 나는 상황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전기요금이 낮아서 수도요금이 낮아서 한전, 수공이 적자가 나면 그것이 정상적인 상태다. 전기나 수도는 독점재이기 때문에 원래는 절대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다. 공공병원이 적자가 난다해도 욕하거나 비난해서는 안된다. 원래 공공병원은 적자가 나야 정상이다. 그것이 복지다. 복지가 뭐 돈 나눠주고, 쌀 나눠주는 것만 복지가 아니다.

이건희는 돈 많이 내고, 나는 돈 적게 내는데 둘이 똑같이 경부고속도로 이용하면 그것이 바로 부의 재분배이며 복지정책이다. 도로공사를 민간에 매각하고 도로에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도로통행료를 올려서 가난한자들의 이용을 제한하면 그것이 바로 '후진화'이며 '복지정책의 역행'이다.

공기업의 적자는 곧 세금의 투입을 의미한다. 세금의 투입은 나쁜가? 부자들에겐 나쁘다. 부자들은 누진세를 대부분 분담하기 때문이다. 공공재의 공급에 세금을 투입하면 가난한 자들에게는 더 이익이다. 수도요금을 사용한만큼 적정한 가격(민영화든 뭐든 합리적인 경영을 통해)으로 올려 많이 쓴 사람이게 많이 걷게 하면 부자들만 좋아진다. 이 간단한 원리를 가난한 자들은 모른다. 그저 뉴스에 공기업 방만 경영 적자 누적!! 민영화!! 이런 단어포장에 혹해 결국 지 발등을 지가 찍어낸다.

무궁화호 기차는 당연히 적자여야만 한다. 그게 상식이다. 적자 공기업을 정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면 복지국가로 진입할 수가 없다.

 

공기업 직원들의 방만한 경영은 어떻게 생긴 걸까?

이것은 '공공재를 민간에 매각'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 아니라, 해당 공기업의 경영 시스템이 부실해서 생긴 일이다. 한국사람들이 유난히 업무시간에 놀기 좋아하고 국민성이 게으르거나 직업의식이 부패해서 생긴 일이 아니다. 지구인은 다 똑같다. 시스템의 부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어찌보면 사소한 문제다.

어떻게 해야하냐고? 간단하다.

공기업 입사경쟁률이 일반기업 경쟁률과 같아지도록 근무처우를 열악하게 만들어라. 간단하다. 근무량을 늘이고 페이를 낮추고 휴가를 줄이고, 해고요건을 완화해라.

내 한의원이 적자가 나면 직원을 교육시키고 원장의 스킬을 올려야하지, 원장 면허증을 매각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공기업 노동자들을 3D업종으로 만들어라. 그것이 국가의 공공재를 사기업의 수익모델화로부터 지키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물론 그런 정책을 추진하는 정치인은 국익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수백만명에 달하는 공기업 직원과 가족들로부터 표를 얻지는 못할 것이다.

영국에서 가장 열악한 직업이 바로 고등학교 교사, 대학 교수다. 3D업종이다.

청소년들이 직업을 고를 때 노동량이 동일하다는 전제 하에 '페이'보다 적성이 우선적으로 고려될 때 그 곳이 바로 선진사회다. 교사와 버스기사의 페이가 같고 휴가나 연금이 같으면 서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된다. 운전이 좋으면 운전하고 애들 가르치는 게 좋으면 애들 가르치고.

특정직업군에 부가 집중될 때 사회는 불안정해지고, 필연적으로 부패가 생길 수 밖에 없다. 현재 한국사회에서 로스쿨, 의전원 등의 설치를 통해 직업의 세습(의사 아들이 다시 쉽게 의사가 되는 사다리 걷어차는 구조)이 이루어지는 현상은 하층민들의 희망을 없애버리고 사회불만을 고조시키며, 교육의 균등한 기회를 통한 복지를 실현하던 시스템을 붕괴시켰다. (한국인들이 공부하기 좋아해서 교육열이 높았던 것이 아니다. 하층민들에게 자녀들의 좋은 대학 의대 법대로의 진학은 신분상승의 유일한 통로였으며 그것이 복지의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공공재의 공급과 관련된 회사는 '개혁'을 해야지. '매각'을 해서는 안된다.

개혁은 표가 떨어지고 매각은 콩고물이 떨어진다.

그래서 개혁은 어렵고 매각은 쉽다.

 

국민들이여, 국가의 공공자산, 공공재, 전기, 수도, 가스, 토지를 지키고 싶다면 그것을 사업아이템으로 노리는 민간기업과 공기업 근무를 본인의 생계로 삼는 노동조합 모두의 이야기를 듣지 마라.

노조에게는 입사매리트가 없을 정도로 가혹한 노동조건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도록 시스템화하라. 공기업 업무는 대부분 창의력이 필요없다. 성실하기만 하면 된다. 사실 대부분의 업무는 대학졸업증도 필요하지 않다.

그리고 민간기업에게는 탐욕이 생길 수 없도록, 경제원리를 초월하는 저렴한 공공재가격을 당연시하는 사회시스템을 만들어라.

 

민영화 논란은 결국 복지 이야기일 뿐이다.<논설실장 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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