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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와의 전쟁  
  

  작성자 : doctor_bk  
  작성일 : 2003/07/16 12:59  
  조회수 : 31  
    
  30대 중후반의 여자환자였다.
별 네개짜리 사이코라는 느낌이 팍팍 든다. (챠트에 별이 많을수록 등급이 높다.)

20분 동안 "이거 꼭 ct 찍어봐야되구요. 이러이러하니까 이러이러하다. 그냥 놔두면 이러이러해진다." 등등 성의껏 설명해주고 침놔주고 돌아섰더니.

이 여자가 소리 지르네.
"왜 목 아픈데 목에 침 안 놔줘요????? "

(이런 소리 들으면 본인 잠시 이성을 상실한다. 이런...씨...xxxxxxxx .니가 한의사냐? 내가 한의사냐? 목아픈데 목에 침놓으면 목이 낫냐? 한의원에 있다보면 하루에 이런 넘 최소한 다섯넘 이상 만난다.)

내가 휑하니 나가버리자 이 여자는 간호사에게 또 따진다. 목에 침 왜 안놓냐고!!!
내가 달려가서 이러이러하니까 발에 놓는거다. 이게 발 아프다고 발에 놓는건 줄 아냐? 이거 목 아프니까 여기다 놓은거다.

근데 이 여자가 내 말을 못 알아듣는다.

"목에 왜 안놓냐고!!!! 여기 모모한방병원에서는 목부터 팔까지 놔달라는대로 주욱 놔주던데."

(이런 시....xxxxxxx 누가 모내기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나.....그런다고 낫냐! 거기서 그렇게 맞고 나았으면 왜 나한테 왔냐고!!!!! 모내기로 안 나았으니까 나한테 온 거 아니냐.)

하지만 끝내 나는 이성을 잃지 않았다.
침통 확 그년(죄송!) 면상에 던져버리고 싶은 마음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후계 한방 더 놔주고 나왔다.

이런 환자들에게 꼭 해주는 말 있다.

"이 병은 여기서는 안됩니다. 큰 대학병원 가세요."

(보통 로컬에서 뉴로라는 애칭으로도 불리는 사이코환자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다. 진짜 대학병원 가라는 뜻이 아니라, 당신같은 환자는 다음에는 좀 안 와주면 좋겠다는 뜻이다.)

모내기해달라는 환자도 문제지만, 모내기 해달란다고 모내기 열심히 하는 한의사들이 더 밉다.

ps;모내기란 한의원 임상가에서 통용되는 전문학술은어로서 환자의 통증부위에 모심기 하듯 침을 다량 자입하는 행위를 말함.

대부분의 환자들이 이런 모내기를 맞고 나면 침을 잘 맞은 것으로 알지만, 실상 임상가의 고수들은 모내기를 하지 않고 한두방으로 끝내버린다.

물론 나처럼 실력이 모자라서 한두방으로 끝내지도 못하면서 자존심 때문에 모내기를 거부하는 인간들은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먹고 살기 위해서 모내기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동인 모내기를 잘해야 좋은 추수를 얻지요? 좋은 모내기 없이는 좋은 추수도 없다는 것을 생각해 주세요. ^^; (모내기 하는 사람의 변명.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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