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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문장은 너무 길다. 저번에 읽은 박지영의 '런던 비즈니스 산책'과 비슷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완벽한 오산이었다!

 

 

<>사진의 질 차이

사진부터 너무 차이가 많이 났다. 사진이 뭘 이야기하려는건지 모를 정도로 마치 핸드폰으로 찍은 사진에서는 무성의가 느껴졌다. 피사체에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찍은 사진에는 생기라고는 없었다.

가이드북처럼 늘어지는 문장은 재미도 없고 마치 회사 사보의 칼럼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뉴욕 가이드북이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가이드북처럼 사진 보는 즐거움도 없다.

 

 

<>직유법

'양팔을 벌리면 통로의 양쪽 벽에 손에 닿을 만큼 비좁은 곳'

'보케뷸러리 2000 단어책에나 나옴직한 어휘 수준인 버스커가...'

박지영의 책에는 생생한 직유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엄성필의 책에는 사실만을 나열하는 지루한 문장이 가득하다.

 

000을 했다. 00이었다. 000을 했다. 000이란다. 000이 있다.

이런 문장이 수십번 반복된다.

 

 

<>호기심의 유지

독자는 호기심을 갖고 끝까지 읽는다.

 

'다니엘 래드클리프, 헬렌 미렌, 제임스 맥어보이....

이 영화배우들이 레드카펫에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자 로열 오페라 하우스 앞은 열기로 가득찼다.'

 

'런던에 살다 보면 의료제도나 세금 문제 등으로 가끔씩 혈압이 급상승하는 때가 많지만 의외로 맘에 드는 게 하나 있다.'

 

이렇게 시작하는 게 박지영의 글이다.

 

글에 힘이 있다. 텐션이 있다. 문장도 초단문에서 장문까지.

문장이 완벽하게 끝나지 않기도 한다. 그게 텐션이다. 텐션이 없는 문장은 생명력이 없다.

 

그러면 그녀가 어떻게 글을 시작하는지 보자.

 

<>글의 시작

'2007년 5월 어느 화창한 날 아침, 런던의 쇼핑 중심가인 옥스포드 서커스 인근의 20대 초반 여성들로 북적였다. 여느때 같으면 밤새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만...'

 

'2013년 9월 청소기 업체 다이슨은 삼성전자의 진공청소기가 자사의 발명특허를 침해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런던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템스 강을 따라 동쪽으로 가다보면 세인트폴 대성당의 우아한 돔이 보인다. 그 뒤로 병풍처럼 불쑥불쑥...'

 

'런던의 시내를 중심으로 보면 방사상모양으로 7존까지 있다. 1존으로 들어오는 길목에는 도로바닥에 큼지막하게 c자가 표시되어 있다. c는 교통정체유발금의 첫글자를 가리킨다.'

 

'퀴즈를 하나 풀어보자. 런던은 00이다. 이 동그라미에 들어갈 '

 

'런던 지하철 본 스트리트역의 환승통로는 하루종일 사람들로 북적인다.'

 

'장사하는 입장에서 문화상품이라는 게 참 까다로운 물건이다. 돈만 추구하다보면 외설이나 삼류 코미디로 흐르고 '

 

'좀 바보 같은 이야기를 하나 해야겠다. 우리 아들 몽구는 4살이 되던 해에 런던의 초등학교에 입학했ㄷ. 영국에서는'

 

'연간 수익은 3억8550만 파운드, 순이익 2억 8200만 파운드, 점포에서만 어쩌고 저쩌고. 잘나가는 일반 기업의 성적이 아니다. 중고품을 파는 자선단체 옥스팜의 2012년도 실적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런던은 비즈니스 하기 딱 좋은 도시다. 고객은 왕이 아니라 봉이다. 영국인들의 특이한 습성 때문이다.'

 

'영국인들의 휴가철에 어디로 여행을 갈까?'

 

'런던의 상류층들은 낮에 무얼하고 지내나?이것이 궁금하다면 런던 시내의 고급호텔로 달려가 보면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만 살짝 귀뜸해주고 싶다. 해외브랜드를 수입하기 위해 현장을 돌아다니는 기업가가 나에게 '영국에서 가장 핫한 음식, 즉 한국에 들여오면 대박이 날 것 같은 음식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이것을 소개하겠다.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보면 정말 특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시내 곳곳에 있는 비좁은 골목길에 수십명의 남자들이 떼로'

 

 

 

 

 

 

 

<>어처구니 없는 각주들

독자가 정말 궁금해하는 걸 각주로 넣어야하는데 전혀 독자의 눈높이를 맞추질 못했다.

'지적재산권' '워키토키' 이런 단어를 각주로 설명을 하고 있다. 나 참...

그리고 인물이나 앨범을 설명할 때 자신도 인터넷에서 찾아서 긁은 내용을 각주로 달아놨다. 자신이 외우지 못하는건 각주로 달지 말기 바란다.

 

 

한가지 건진 건 zocdoc 사이트

외국 바이어를 만날 때 중요한 점 세가지

1. 유창한 영어

2. 아이패드 등을 이용한 ppt

3. 돈이 된다는 명확한 근거 제시할 것.

 

사실 이건 뭐 진료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눌한 말투로 뜬구름 잡는 소리 해봤자 서로 이득이 없다.

비즈니스 세계란 피도 눈물도 없는 냉정한 곳.

 

 

 

 

아무튼 저자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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