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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의성

야구는 메뉴얼이 있다. 축구는 메뉴얼보다는 순간적인 움직임이 중요하다. 야구는 중간에 보다가 루즈해지는 타임이 있다. 책보면서 봐도 된다. 하지만 축구는 그러면 안된다. 90분을 지켜봐야 온전히 감상할 수 있다.

 

2. 팀웍

시청자들의 눈은 공을 따라다니는데 그러면 축구는 재미없다. 축구는 공만 쳐다보는 경기가 아니다.

축구는 11명이 움직이는 큰 그림을 볼 줄 알아야 한다. 미드필드에서 지루한 패스가 오갈 때 최전방 공격수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봐라.

공이 없는 곳을 볼 줄 알아야 경기를 읽을 수 있고, 그게 축구의 핵심이다.

 

3. 공간

축구가 뭐냐? 공을 얼마나 정확하게 골대로 가져가느냐는 싸우는 거다. 드리블? 슛? 이런걸로 공을 골대로 가져가기란 굉장히 힘들다. 왜냐? 우리도 11명 저쪽도 11명이잖아. 11명 제낄 수 있어? 못 제껴. 메시도 11명은 못 제껴. 그럼 어떻게 가져가느냐? 바로 패스다. 축구의 꽃은 패스와 트래핑이다. 주고 받는 거. 이게 전부라고 해도 된다.

빠르고 정확한 패스를 하고 부드럽고 정확하게 멈추는 것.

여기에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움직이면서 달리면서 패스하고 트래핑해야 한다는 거지. 서서 패스하고 서서 받으면 수비라인을 깰 수가 없어. 누가 빠르게 움직이면서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느냐에 승자가 결정되는게 축구야!

 

하지만 평범한 시청자들은 현란한 드리블과 강력한 슛에 눈길을 뺏긴다.

하이라이트도 슛하는 장면만 편집해준다. 하지만 그런것만 봐서는 축구의 묘미를 느낄 수가 없다.

 

어제 잉글랜드의 골장면을 보자.

 

 

 

오른쪽 빨간 원이 루니야. 하프라인부터 슬슬 뛰어 들어가고 있어.

축구는 완급이 중요하거든. 미드필드에서 지루하게 천천히 패스를 주고 받다가, 어느 순간 급박하고 신속하게 패스와 크로스가 넘어가고 수비라인을 무너뜨리지. 그걸 봐야해.

위 사진을 보면 중간에 파란 원이 공을 잡고 있어. 상대 수비 3명에게 둘러싸여있지. 얘가 왼쪽 위로 뛰어가는 루니를 보고 기가막힌 패스를 정확하게 보내.

 

아래 사진을 보라고.

 

 

 

이 때 이미 루니는 거의 전속력으로 달리기 중이었어. 루니가 달려가는 속도와 예상거리를 예측해서 수비수 4명 사이로 강력하고 정확한 패스를 보내줘. 이런걸 쓰루패스라고 해. 수비 4명이 무너지는 거지.

달리는 루니의 발에 정확하게 공을 보내주는 이런게 현란한 슛보다 더 멋진거야.

이 장면 다음에 루니가 엄청난 속도로 공을 받아서 몇번 치고 들어가다가....

 

다음 사진을 보자.

 

 

 

 

빨간원이 루니야. 전속력으로 달려가면서 정확한 크로스를 올려줬어.

파란원이 잉글랜드 공격수 스터리지야. 사진을 잘 봐. 공격수 2명에게 수비수 4명에 골키퍼까지. 그런데 무너졌어.

왜냐 공간을 장악하지 못했어. 공간장악이란? 먼저 뛰어들어가는거야. 그럼 그 공간은 니꺼야. 대신 오프사이드를 조심해야지.

 

위에서 나쁜 패스를 보라고. 주로 한국축구가 주로하는거야. 서 있는 공격수에게 공을 차주지. 그럼 수비수가 2명이 붙어 있는데 어떻게 받냐. 메시도 이런건 못 해. 루니가 한 좋은 패스를 봐.

공격수가 달려가는 타이밍에 맞춰 정확하게 골키퍼와 공격수 사이에 떨어뜨려줘.

공격수는? 그냥 달려가다가 다리만 쭉 뻗어서 차기만 하면 골이 돼.

그럼 이 골은 누가 만든거야? 당연히 슛한 선수에게 영광이 돌아가겠지만, 실제로는 하프라인에서 루니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준 선수가 50%, 루니가 40%, 마지막 슛한 선수가 10%의 기여를 했어.

 

 

움직이면서 주고 받을 수 있냐 없냐? 전속력으로 달리는 우리편 공격수에게 정확하게 공을 보낼 수 있냐? 또 그 공격수는 정확하게 받아낼 수 있냐? 이게 축구의 전부야.

 

자, 다시 위 장면에서 루니가 공을 몰고 치고 들어갈때 루니를 보면? 그럼 축구가 재미없지.

반대편에 수비수 뒷공간을 파고 전력질주해서 들어가는 공격수의 움직임을 봐야지. 선수들은 이심전심으로 팀웍을 발휘해야해. 마치 한 몸처럼. 치고 들어가고 거기에 맞춰서 또 공을 보내줄 줄 알아야하고.

 

미드필드에서 지루하게 패스를 왔다갔다하는 것도 상대수비에게 공을 쳐다보게 하려고 하는거야. 할일 없어서 그런게 아니야. 공을 골대로 보내기 위해 서로 맘을 맞추면서 틈을 노리는 과정이야. 절대 지루하지 않아.

그렇게 미드필드에서 오가는 공만 보다보면 갑자기 전속력으로 공간을 파고드는 루니 같은 애들을-위의 장면처럼- 놓치거든. 동일선상에서 같이 서 있어도 상대가 1초만 빨리 뛰어도 못 쫓아가. 특히 어제 로벤 봤지? 수비보다 뒤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추월해서 달려가.

 

축구란? 잘 뛰어야해. 서 있는 건 축구가 아니야. 공격수든 수비수든 주력이 제일 중요해. 달기기 능력이 안되면 축구선수가 못 돼. 얼마나 여러명의 선수가 이신전심으로 기가막힌 전속력의 달리기와 정확한 패스를 조합해서 수비수들을 뚫고 공을 골대까지 가져가느냐 이게 축구라는 게임이야.

 

위에서 단 3명의 잉글랜드 공격수가 6명의 이탈리아 수비수와 골키퍼까지 무력화시켜버렸어. 어떻게 이게 가능하냐? 루니와 스터리지가 공간을 파고드는 달리기를 통해 수비수보다 더 빨리 뛰어서 공간을 미리 선점한 거지. 그 공간에 공이 정확하고 빠르게 투입됐고... 이미 거기서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완성된거지. 그 뒤에 이어지는 슛은 그냥 서비스지 뭐.

팀웍이 중요하다고 했잖아. 루니나 스터리지가 한 끗이라도 실수를 하거나 공을 더듬거나 발을 헛짚으면 이 예술작품은 완성되지 않지.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아. 그래서 축구가 재미있는거야.

물론 대부분의 공격에서 이런 작품은 나오는 건 아니지. 한 게임에 30번 정도 시도하면 한두번 정도 성공해. 대신 포기하지 않고 이런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게 중요해. 될 때까지 시도하는거야. 설사 지고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 패기. 30초 정도의 시간에 2,3명의 공격수가 기가막힌 달리기와 패스를 몇번 성공시키면 바로 한 골이 가능해. 그 반대도 가능하지. 수비수가 공 한번 더듬으면 바로 골 먹어. 2002년 터키전에서 홍명보가 멍청하게 트래핑 잘 못해서 월드컵 최단시간 실점이라는 수치스러운 기록을 남겼지.

 

야구보다 축구가 승부조작이 쉬운 것도 이런거야. 수비수의 단 한번의 실수로 경기가 뒤집어지기도 해. 잠시도 쉴 수가 없어. 사람을 90분 동안 긴장상태로 만들 수 있는 게 축구말고 없지. 물론 선수들이 잘해야지.

 

 

아무튼 내가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야. 마치 한명인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협동심, 이심전심으로 질주하며 패스를 주고 받는 팀웍이 굉장히 중요하고, 지고 있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계속 공격시도를 해서 그 중에 몇번을 성공시키는 짜릿함.

 

아무튼 공만 보면 재미가 없고,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러니깐 화면 구석구석을 잘 봐야해. 그래야 축구를 온전히 즐길 수 있어. 인조이 월드컵<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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