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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님 저는 한의대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여름이면 친구들이 의료봉사를 떠납니다. 저 혼자 남아서 안 가는데요. 무지 불안합니다. 저도 동아리 봉사가는데 따라갈까요? 이러다가 저 혼자 뒤쳐지는건 아닌지 걱정이 많이 됩니다. 

                                       - 경기도에서 헬렌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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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 : 헬렌, 안녕.

우선 용어를 좀 정리해야할 필요가 있겠네. 의료봉사라니? 한의대생들이 방학 때 시골로 몰려가서 할매들 침 찌르러 가는 걸 '봉사'라고 표현했니? 그건 봉사가 아니라 실습이지. 그게 무슨 봉사야.

 

예전에 한의대 부속병원 임상실습이 다 개판이라서 학생들이 셀프로 시골로 실습하러 떠나는게 무슨 전통처럼 돼 있는데, 이런 현상에 대해 임상교수들은 정말 학생들 앞에 무릎꿇고 참회해야해. 이게 무슨 난리통이야.

 

난 참고로 한의대 재학 중에 학생들 의료실습 따위는 한번도 따라간 적이 없어. 나도 그땐 헬렌 너처럼 걱정도 되고 했지만 졸업 때까지 소신을 지켰지.

 

지금 어떻게 돌아가는지 안 봐도 뻔해. 농협이나 면장, 이장 구워 삶아서 허름한 강당 같은 거 빌려다 놓고, 졸업한 선배들 삥 좀 뜯어서 밥값 마련하고, 본3,4들은 졸라 거드름 피우면서 가운 입고 폼잡고 있겠지. 거기다 저학년들은 본3,4 선배들이 하느님처럼 보이겠지? 근데 걔들이 뭘 할 줄 아냐? 그냥 병신이지.

이런 코메디가 없다.

본3이 침을 놔? 본4가 침을 놓는다고? 시발 내 학교 다닐때는 본1이 침 놓는 것도 봤다만.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원래 진짜 의료봉사에서는 본4가 해야할 일이 따로 있어. 내가 알려줄께.

본4는 접수 보고 환자를 안내해야해. 본3은 뭐해? 청소해야지. 본2는? 청소 보조. 본1은? 예과생들이랑 밭에 나가서 풀이나 뽑아. 그럼 진료는 누가 봐? 한의사가 보는거야. 이게 정상이야.

 

의대, 치대 다 안 그런데 한의대만 개판이야. 침놓고 약 처방하는게 얼마나 우습게 보이면 본3,4들이 침통 들고 설치냐. 직업윤리도 없고, 양심도 없는 것들이 할매들만 작살내는거야.

 

뭐? 효과가 좋아서 할매들도 만족한다고? 야 김남수 따라댕기는 할매들은 뭐 효과가 없어서 따라댕기냐?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 병원 임상수업이 개판이라서 시골 할머니들 침 찔러보는 실습하러 왔다고 말해! 플랭카드에 [00대학교 한의대 학생들 00군 00면 임상실습 실시]라고 써붙이고 가운에는 [실습학생]이라고 크게 써붙여. 그게 정상 아냐?

실습에다가 왜 봉사라는 말을 갖다 붙이냐? 그렇게 봉사심 투철해서 방학마다 시골로 달려가던 놈들이 왜 면허만 취득하면 시골에 발길을 딱 끊지? 한의사 면허증에 봉사하지 말라고 단서조항이라도 적혀 있더냐?

 

헬렌, 걱정 하지마. 침이든 약이든 초반에 잘 배워야 하는 거야. 기본기를 충실하게 익혀. 그리고 졸업하고 나서 좋은 수련기관에 들어가든지 로컬에서 임상가로 나갈거라면 좋은 멘토를 찾아서 침이든 약이든 배워. 그래도 늦지 않아. 3-4년 먼저 시골 할매들 침 찌르러 다닌다고 절대 임상에서 앞서나가는 거 아니야. 오히려 처음에 잘못 배우면 그게 인이 박혀서 평생 고생한다. 본3,4가 알아봐야 뭘 알겠고, 걔들한테 배워봐야 뭘 배우겠냐? 지들도 모르는데.

 

한의대도 빨리 치대처럼 원내생 제도를 도입해야해. 실력이 출중한 교수가 감독하는 환경에서 학생이 원내생 환자를 모집해서 데리고 오는거야. 한약 가격을 40%만 받는 대신 학생이 진료하고, 교수가 변증할 때 옆에서 지켜보고 차후 팔로업을 점검을 해주는 거지. 일년에 원내생이 환자 10명 이상 봐야 진급 가능하도록 하면 이게 가장 합리적일 것이야. 침도 마찬가지지. 대학병원에서 거의 무료로 침을 놔주되, 교수가 옆에 딱 붙어서 모든 과정을 감독해야 하는거지.

난 한의대 20년 동안 '원내생 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한의대생들을 본 적이 없어. 아마 우리나라 한의사 중에 bk박사님이 최초일꺼야. 그만큼 한의대가 시대에 뒤쳐져있어. 도대체 학생회는 뭐하냐? 원내생 제도 전격 도입하고 시골 의료실습행위 즉각 중단해라!! 이 양심도 없는 것들아!!

 

아무튼 헬렌! 걱정하지말고. 의료봉사 동아리들이 여름에 실습하러 간다고 절대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쫄지마. 나도 그런데 전혀 안 다니고도 이렇게 훌륭한 임상가로 성공했어. 오히려 그런데 안 쫓아 다녀야 더 빨리 성공할 수 있는거야.

 

한의대생들 방학마다 시골로 할머니들 침찌르러 달려가는 폐습. 하루빨리 없어져야해. 그럴 시간에 병원 교수들 찾아가서 임상실습수업 제대로 하라고 요구해!  언제까지 이런 식으로 살꺼야?

 

 

 

                                                                 -성공한 임상가 bk박사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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