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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이 순천에서 당선됐다. 한나라당 출신의 최초 전라도 당선이라고 떠들썩하다. 지난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지만, 이번 선거 역시 지역 주의보다는 부패주의가 압도했다.

이정현의 당선으로 지역주의는 깨졌을지 몰라도(아니 깨져가고 있을지 몰라도) 부패주의는 더욱 깊어지고 있다.

최근 10년간 한국정치를 포함한 국가분위기를 보면 배금주의가 더욱 확대되고 부의 재분배나 정의실현 같은 사회 공동선에 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층민의 좌절감은 더욱 깊어지고 이제 개룡남은 그 어느 직종에도 나올 수가 없게 됐다.

 

하층민의 선택은 하나뿐이다.

 

"있는 놈에게 붙자!"

 

대구시장 권영진, 인천시장 유정복의 당선과 순천 국회의원 이정현의 당선은 이 같은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심지어 대구시장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의 공약을 봐도 이같은 추세를 더욱 확정시켜줄 뿐이다. 그는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을 들고 나오면서 민주화 근대화세력의 화해라는 말도 안되는 구호를 들고 나왔다. 그러면서 박근혜와 같이 웃고 있는 사진을 플랭카드로 내걸었다.

 

마치 '누가누가 더 박근혜랑 친하나?' 게임을 보고 있는 듯 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그것은 한국 사회가 더욱 부패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를 외치는 이들이 신세 망치고 고초를 겪는 과정이 누적되면서 (일제시대부터 한국에서는 이런 학습이 100여년간 지속되고 있다) 권력자에게 빌붙는 행위가 곧 나의 행복과 나의 가족, 지역사회의 발전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었다.

 

박근혜랑 친한 놈 뽑아서 우리 동네에 나랏돈 좀 펑펑 땡겨오자!!

내가 먼저 부패하지 않으면 나보다 더 부패한 놈이 내가 낸 세금을 뺏어간다!!

 

나라돈=눈먼돈이라는 공식이 놀랍지도 않다. 힘있는 국회의원이 국가 예산을 합리적인 근거 없이 마구 가져와서 자기 지역에 퍼붓는 것이 공약이 되어도 국민들이 놀라고 비판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지지해주는 코메디 같은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세금을 어떻게 쓰겠다는 놈들만 버글버글하지. 그 세금을 어디서 걷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정치인은 없다. 양심있는 정치인이라면 세금을 걷는 것과 쓰는 것을 동시에 이야기해야 한다.

 

한국은 굉장히 부패한 나라다. 한국민만 모른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의 대표로 국가예산과 공공재를 얼마나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집행하느냐를 결정하는 직능이다. 하지만 한국 국회의원 선거는 눈먼돈 빼먹기의 달인을 뽑은 경연장이다.

 

지역주의를 청산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부패를 없애야 가능하다. 부패를 등에 업고 청산된 지역주의는 아무 의미가 없다. 우리나라가 부패했다. 우리의 부패를 청산하자 대통령과 친하게 지내서 세금 빼먹는 짓 그만하자고 부르짖는 정치인이 한명도 없다. 정치인들의 수준이 나같은 일개 한의사보다 못한 것이다.

한국정치는 진보 VS 보수도 아니고 전라 VS 경상도 아니다. 국민들이 각성하여 생활 속에 만연된부패를 청산하고 고신뢰사회로 거듭나면 지역주의는 저절로 없어진다. 문재인이 대통령된다고 치자. 김부겸이 대구시장 출마해서 "나 문재인이랑 친하다. 국비 많이 가져올 수 있다."는 공약으로 당선된다고 치자. 그게 지역주의 청산인가? 그냥 부패의 계승이 새누리당에서 민주당으로 주체가 바뀌었을 뿐이다. 어차피 찍는 유권자들은 지역주의를 청산하려는 목표가 아니라. "야 눈먼 나랏돈 좀 팍팍 우리 동네에 많이 갖고와봐!"라는 심정일테니!

이번 선거가 뭐 빨간색이 몇개, 파란색이 몇개냐 이런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사회시스템이 반부패의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느냐. 더 합리적이고 깨끗한 신뢰사회로 나아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거야.

 

 

사법고시출신이라는 법조인들의 카르텔을 부수기 위해 노무현이 도입한 로스쿨은 부패를 척결하기는커녕, 하층민이 오를 수 있던 유일한 사다리치우기가 됐고, 힘있고 돈있는 집안 자식이 판검사로 권력을 대물림할 수 있는 합법적인 창구가 됐다. 의학전문대학원 역시 마찬가지다. 같은 능력의 학생이라면 노점상의 아들보다 의대교수의 아들이 의사가 될 확률이 훨씬 높아진 것이다.

 

심각한 문제는 한국 국민들이 부패를 부끄러워하기보다는 점점 그 부패의 고리에 편승하기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이러니 한국에 경제사범이 판을 치는 것이다. 경제사범이라고 대단한 게 아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자동차보험회사 돈 빼먹기 위해 입원하고 그에 동조하는 의사들 역시 포괄적인 경제부패 범죄인이다.

 

환자에게 어떻게 하면 보험회사로부터 합의금을 많이 뜯어낼 수 있는지 안내해주는 당신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그냥 진실되게 티칭해라. 아프면 치료받고 안 아프면 치료받지 않아도 된다고.

 

특히 사회지도층의 부패는 뇌물이라는 단어를 의도적으로  순화하면서 은폐되고 있다. 9급 공무원이 100만원 받으면 '뇌물'이라고 보도되지만 대법관이나 검사가 받으면 [떡값]이 되고, 기자나 교사가 받으면 [촌지]가 되고, 의사가 받으면 [리베이트]가 된다. 시발, 무슨 돈에 이런 이름들이 많아!! 권력층의 뇌물에 대해서는 아무도 [뇌물]이라고 부르지도 않을 정도로 부패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나라다.

 

이 글은 나에 대해서도 적용되는 불호령이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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