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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수업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자면 이렇다.

 

"메타포로 가득한 드라마틱한 내 머리속 생각"

 

1. 메타포

2. 드라마틱이라는 용어

3. 내 머리속 생각

 

당신이 만약 한의대생이라면 교수의 수업 중에 위 3가지 용어 중 1가지라도 해당된다면 그 수업은 들을 필요가 없다.

이 책은 물론 위의 3가지 요소로 가득한 책이다.

 

한의학 수업에서 메타포는 독이다. 메타포. 물론 쓸 수 있다. 하지만 양념으로 수업 가장 마무리 발언으로 가능한 것이지. 메타포를 논거로 삼아서는 곤란하다.

드라마틱. 이런거 좀 이야기하지마라. 의학에서 드라마틱이란 예측불가능성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드라마틱에 환호하는 의학은 이미 의학으로서 기능을 잃었다. 타이레놀의 효과에 드라마틱하다고 표현하는 의사가 있는가 반문해보라. 효과를 보고 드라마틱이라는 표현하는 것은 스스로 얼마나 무지한지에 대한 고백에 다름아니다.

네 머리속 생각은 난 관심이 없다. 네 머리 바깥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거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건 그런건 듣고 싶지가 않다니깐.

 

당신이 만약 이제마의 후학이라고 자처한다면 다시 한번 동의수세보원과 동의보감을 비교해서 읽어보라. 나는 25살 먹던 해에 사상의학 수업시간 리포트를 쓰기 위해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을 나란히 놓고 읽으면서 소름끼치도록 놀랐다. 이제마는 절대 '역대 의가들의 머리속 이야기'를 인용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 바깥의 현상'만을 인용했다. 그것이 과학자로서 지녀야할 가장 기본 덕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치 20년전 한의대 수업 현장에 다시 돌아간듯한 느낌이었다.

그 알 수 없는 당혹감, 황당함, 비논리적인(비과학이 아니라 비논리!!) 설명 이후에 한의학이라는 게 얼마나 대단하고 세계를 빛낼 위대한 학문인지 아느냐며 외치던 공허한 자위. 어? 내가 줄을 잘못 섰나?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혹독한 레지던트 수련을 받고 아산병원의 틀을 닦은 이인철의 책을 읽고 바로 동시에 읽어서 그런지, 내 눈에 이 책은 '파라메디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한의사가 돌팔이가 쓴 건강서적을 볼때 풍겨오는 그 느낌. 그대로 느꼈다고 해야 솔직한 표현일 것이다.

 

 

나도 20년 쯤 지나면 후학들을 위해 책을 쓰겠지만, 이런 책은 남기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메타포 없이 드라마틱하지 않은 내 머리속 바깥의 이야기만을 쓰겠다."

 

이것은 60세의 bk박사에게 남기는 약속이다.<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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