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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내가 아끼던 렌즈들. 하나둘씩 팔려나가는 중이다.

 

위의 사진 중에 50mm랑 김밥은 이미 팔려나가고 없다. 이제 남은 렌즈라고는 허접한 24-85.

 

지난번 칠번들 사망사건 이후로 김씨는 한동안 깊은 우울감을 떨치지 못했다. 사진작가 생활 20년만에 렌즈를 떨어뜨린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한동안 우울했다. 카메라를 몽땅 다 팔아치워버릴까. 고민도 했다.

 

그저께 기메양의 결혼식에 참석해서 조호직 박사가 준 컴팩트 디카로 동영상을 찍어줬는데, 내가 봐도 썩 잘 나왔다. 대충 편집해놓으니 더 보기 좋았다. 영상편집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촬영할 때 이미 머리속에 콘티가 가득하고 어떤 앵글로 몇초가 필요한지도 이미 자동으로 알고 있다. 편집이라고 해봐야 다른것도 없다. 이미 촬영할 때 콘티대로 정확한 분량을 찍어놨기 때문에 자르고 자시고도 없이 그냥 이어붙이기만 하면 된다. 만화그리는 거랑 영상촬영하는 게 본질적으로는 똑같다.

 

bk박사님이 영화감독이 됐다면 봉준호에 버금가는 디테일한 거장이 되었을 것이 틀림없다.

 

 

어제밤 화장실 욕조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찍어보고 싶은 영상이 생겼어. 신기한 경험이네. 지금까지 사고싶은 카메라가 생긴 적은 있어도 찍고 싶은 영상이 생긴 건 처음이야.

 

저런 디카로도 이런 훌륭한 영상이 뽑아져 나오는데 그 동안 너무 장비탓만 했구나. 요즘은 200만원짜리 300만원짜리 카메라가 흔하다. 동호회 들어가보면 선예도, 암부 노이즈, 주변부 화질 뭐 그런 이야기로 가득하다. 영상이나 사진 이야기는 없고 카메라 이야기만 가득.

그래 이게 순서가 맞지. 찍고 싶은게 있어야 거기에 맞는 카메라를 사는거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내가 찍고 싶은 영상은 지금 장비로도 매우 훌륭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거실에서 이리저리 실험도 해보니 완전 손에 촥 감긴다.

 

"아, 내가 찍고 싶은 영상이 뭔지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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