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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렌쪼가 스티븐 시걸처럼 머리를 묶고 나타났다.

 

평소 오페라광으로 알려진 김씨. 작년 이탈리아 내과학회 학술대회 참석차 살레르노를 방문했는데 그때 베르디 극장에서 공연하는 렌쪼를 만나려 했으나 시간이 맞지 않아 그냥 돌아온 적이 있었다.

1년만에 만난 렌쪼는 훨씬 더 멋진 테너가 되어 있었다. 

 

 

 

 

 

 

사진 = 이오누트 아저씨가 못 본 사이에 김씨의 키가 더 컸다며 반가워하고 있다.

 

 

 

김씨는 왜 오페라를 좋아하는가?

오페라는 몇백년 전 사람들이 좋아하던 오락프로그램이다. 요즘으로 치면 영화나 드라마 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지루할까?

당연히 지루하지. 현대는 엄청난 자극이 눈과 귀로 쏟아져 들어오는 시대다.

오페라나 클래식이나 책 같은 옛날 사람들에게는 큰 자극이었던 오락매체들이 현대에서는 더이상 자극적이지 않다.

자극적이지 않으면 잠이 온다. 예능프로그램을 잘 관찰해보라. 한 컷이 4-5초를 넘어가지 않는다. 하지만 오페라는 한 컷이 한 막이다. 어떤 경우 한 씬이 1시간을 가기도 한다. 요즘으로 치면 원테이크 영화랑 같은 개념이다.

 

그럼 그 지루한 오페라는 왜 보는가?

가수를 보기 위함이다. 오페라는 들으려고 가는 게 아니다. 마이크도 쓰지 않기때문에 그 큰 극장을 오로지 가수의 쌩목소리만으로 채워야 한다. 가수의 표정, 눈빛, 연기, 목소리만으로 극장을 울리는 그 분위기를 보러 가는 것이다. 오페라는 듣고 싶으면 유튜브로 가야 한다.

 

티비를 벗어나 자극량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오페라, 클래식, 책 같은 매체를 자주 접하면서 고요한 가운데 감동을 느끼는 훈련을 해야 센스티브한 인간이 될 수 있다.

라 트라비아타 마지막 장면에서 비올레따와 알쁘레도가 부둥켜 안고 절규하듯 부르는 마지막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절망적인 사랑의 발버둥 앞에서 인간으로서 시간을 뛰어넘는 감동을 공감할 줄 알아야 비로소 오페라 관객이 된다. R석이냐 S석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얼마나 가수에게 집중하느냐. 얼마나 적은 자극량에도 몰입할 수 있냐하는 문제다.

 

물론 꼭 오페라를 봐야 하는건 아니다. 책같은 거 안 읽고도 80년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안에 또 다른 세계가 있다.

템플스테이가 오페라라면 클럽은 현대 영화라고 보면 된다. 각자 나름 존재가치가 있다.

클래식 공연 역시 마찬가지다.

 

클래식이라는 게 뭐냐?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는 것이 바로 클래식이다. 동의보감도 역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 책이다. 클래식이란 이런 것이다.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역시 클래식이다. 꼭 오케스트라 공연만이 클래식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멀리서 찾아온 렌쪼와 이오누트 아저씨에게 감사하다. 다음에 살레르노를 찾게 된다면 꼭 다시 만나서 회포를 풀고 싶다. 당분간 렌쪼는 이태리에서 훌륭한 테너로 살아갈 것이고 본인은 한국에서 뛰어난 한의사로서 살아갈 것이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르고 서로 은퇴할 때가 된다면 살레르노에서 3년 정도 개업을 하고 싶다.<문화부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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