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지난 23일 김씨의 한의원을 방문한 호주의 석학들. 좌측부터 닥터킴지, 김씨, 그란트박사님
지난 23일 호주의 유명 컴퓨터 공학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란트 박사가 김씨의 한의원에 내원하여 진료를 받았다.
김씨가 최근 호주와 영국으로 한의원을 확장이전하기 위해 준비하던 중 알게 된 사이. 그란트 박사는 10여년 전 업무차 한국을 방문했다가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한국여행을 수차례한 바 있다.
그란트 박사를 진찰한 김씨는 한국의 체질의학의 기원, 발달, 현대 임상적 의의에 대해 약 1시간에 걸쳐 브리핑을 했으며, 그란트 박사는 놀라움과 감탄을 금치 못 했다.
다음은 박사님과의 일문일답.
-한국 여행은 처음인가?
"아니다. 몇차례에 걸쳐 전라도투어, 남해안투어 등을 이미 마쳤다. 한쿡 너무 좋아요."
-이번 여행 중 재미있었던 에피소드는?
"은행에 볼일 보러 갔는데 영어를 잘 하는 직원이 있어서 전공이 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포르투칼어를 전공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니, 은행에 일하는 사람이 왜 포르투칼어를 전공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됐다. 하하, 그리고 거기 일하는 어린 청원경찰이 있었는데 그 사람은 이미 직업이 있는데도 야간대학교를 다닌다고 했다. 호주사람으로서는 이것도 잘 이해가 안 된다. 이미 직업이 있지 않은가! 그리고 너무 영어공부에 집착하는 것 같다. 40대의 삼성직원이 가족을 모두 이끌고 오직 영어공부를 위해 휴직하고 호주에 오더라. 도대체 무슨 업무를 하기 위해 영어를 그렇게 배우려는 건지 이해가 안된다."
-호주의 의료제도에 대해서 한마디
"호주는 공보험과 사보험이 있다. 공보험은 자동차보험처럼 말 그대로 정말 '사고'가 나야 혜택을 본다. 몸에 피가 철철 날 정도가 돼야 공공병원 응급실에서 받아준다. 당신이 아무리 열이 나서 응급실에 가더라도 진료받을 가능성은 낮다. 그리고 공공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면 매우 오래 기다려야 한다. 한국은 모든 진료에 약이 처방되더라. 놀랍다. 호주에서는 가벼운 질환엔 약처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의료전달체계가 잘 돼 있고 GP와 전문의 간에 업무 분담이 확실하다. 물론 모든 진료는 100% 예약제이기 때문에 훨씬 오래 기다려야 한다. 대부분의 의사들이 주 3일 내외 근무하고 페이가 굉장히 높다. 전문의는 과마다 의사조합 같은 게 있어서 공급되는 전문의 숫자를 최소화하면서 그들의 수익을 지키는 것 같다. 그리고 휴가를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치료받던 과정에서 의사가 휴가를 가버려도 환자는 참고 기다려야 한다."
-이번에 3주간 휴가를 받았는데 박사님의 일은 누가 대신 하나?
"일년마다 내가 해야할 프로젝트가 미리 나온다. 거기에는 나의 휴가일정까지 다 계산되어 있다. 업무만 다 하고 나면 남는 시간에는 휴가를 떠난다. 업무차질은 없다. 그리고 공공기관이나 병원 같은 경우에는 담당자가 휴가를 가버리면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올스톱이다. 그 직원이 휴가에서 돌아오길 기다려야 한다. 한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맞다. 한국은 휴가를 가도 옆사람이 대신 일을 봐줘야 한다.
"호주에는 피고용인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많다. 그리고 노동 관련 법령을 잘 지키는 분위기다. 사장은 피고용인들이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어야 한다. 그게 사장의 책임이다. 휴가 역시 마찬가지다. 업무의 일부라고 보면 된다."
-우리한의원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싶다면
"나는 프로그래밍도 하지만 시스템을 총괄적으로 기획하는 사람이다. 모든 비지니스에서 성공하려면 내 경험상 낮은 리스크 낮은 수익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게 중요하더라. 미리 대비해서 규모를 확장할 줄 알아야 비지니스가 더 커질 수 있다. 아직 바쁘지 않을 때 미리 인력을 훈련시키고 시스템을 정비해야 나중에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준비를 해두지 않고 막상 닥치면 고객의 신뢰를 잃을 수 있다. 지금보다 인력을 조금 넉넉하게 고용하고 훈련을 시켜라. 그 포인트를 잡는 건 어렵지만..."
-호주나 영연방 국가에 개업하려는데 영어능력이 중요한가?
"네버. 중요하지 않다. 중국인들 개업하면 그냥 중국말 한다. 현지 대학생을 통역으로 고용해도 된다. 언어는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마지막으로 박사님을 만나뵈니 굉장히 어니스트한 성격인데 이유가 있나?
"인생은 심플해야 한다는 게 내 소신이다. 심플 라이프. 그냥 솔직하게 살면 삶이 심플해진다. 스트레스도 없다. 있는 그대로 살면 두다리 쭉 뻗고 잘 잔다. 심플 라이프"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씨는 "나는 외국인과 대화하거나 진료하는 것이 굉장히 즐겁다. 여행하는 것처럼 나에게 색다른 자극과 영감을 줄 때가 많다. 기회가 된다면 나이 50 즈음에 한의사로서 최전성기에 런던이나 시드니 한복판에서 개업해서 한국 체질의학의 정수를 선보이고 싶다. 앞으로 그란트 박사님과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한국에 방문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밝혔다.<사회부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