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다보면 인생은 롤러코스터와 같다. 흥할 때가 있고, 내리막일 때가 있다.
우리는 언제 행복을 느끼나?
3번은 변화가 없는 그런 삶이다. 고리타분하고 지루한 일상의 반복.
3번의 위치에서 1번으로 올라가면 행복할까? 월급이 200에서 300으로 오르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말리형이 지적한대로 숫자에 행복을 부여하면 우린 영원히 행복할 수가 없다. 왜냐면 숫자에는 늘 더 큰 숫자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 받다가 300 받으면 사람 마음은 우와! 행복해! 가 아니라 400 받고 싶어진다.
1. 주관식
그래서 행복은 주관식이어야 한다.
'아, 오늘 커피 맛있네.'
'이야, 우리 가족이 건강하네.'
'이번 영화가 재밌었어.'
'오늘 날씨 끝내준다.'
여기에 숫자가 개입하면 안된다.
3번은 평범한 평상의 시간이다.
사람은 1번에서 3번을 돌이켜보며 우와 내가 이렇게 잘 됐네!하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2번의 결핍의 시기, 고난의 시기에서 3번을 돌이켜보며 지난 시간이 행복의 시기였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2. 결핍의 인지
그런데 인간의 평상의 시간에서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왜냐면 행복은 '결핍의 인지'를 전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랜 백수 생활로 돈이 없어본 사람이 월급의 소중함을 알고, 숨막혀 죽을 뻔한 사람이 공기의 소중함을 안다.
가족을 잃을 뻔 한 사람이 가족의 소중함을 안다.
난 한의원에 불이나서 쫄딱 망해본 적이 있다. 그때 길거리에서 우연히 내가 진료하던 환자를 먼 발치에서만 봐도 좀 더 잘해줄껄. 환수가 적어도 그때가 행복했구나!라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그리고 다시 개업했을 때 그 행복은 훨씬 커졌다.
즉 2번으로 한번 내려갔다가 평상의 시간 3번으로 돌아온 사람이 훨씬 행복을 크게 느낀다.
신해철의 사망은 우리에게 '영원한 결핍'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에 슬프게 한다.
그럼 어떻게 살아야할까?
평범의 시간에서 결핍에 대한 각성을 통해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3. 현재
행복이란 결국 마음가짐이다. 내 마음 속 그릇의 사이즈를 작게 작게 여러개 가지면 소소한 행복을 잘 느낄 수있다.
내 맘 속에 1억5천만원짜리 벤츠로만 채울 수 있는 그릇을 갖고 산다면 나는 죽을때까지 행복을 느낄 수가 없다.
미래에 언젠가는 행복할꺼야! 라는 말처럼 허무한 게 없다.
왜냐면 인간은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생명체는 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의 위협에 시달리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쉽게 말하면 언제 죽을지 모른다. 그래서 결국 현재에 집중해야만하는 운명이다. 거기다가 인간은 늙는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젊음을 이길 수가 없다. 젊을 때는 별 가진 게 없어도 쉽게 행복할 수 있다. 20세 청년이 80세 노인보다 훨씬 행복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나이가 들면 여러가지 트러블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건강과 체력의 문제) 우리가 나이들면 들수록 행복에서 멀어지는 거다. 청년시절보다 왠만큼 돈을 더 많이 벌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젊은 시절의 행복을 능가할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이 내 생애에서 가장 젊은 날이야. 그럼 오늘이 남은 내 생애에서 제일 행복한 날이 될 가능성이 제일 높은거야.
헤드라이트를 멀리 비추지마. 아무 소용없어. 렌턴은 니 발밑부터 비춰야 하는거야.
좋아하는 거 있으면 지금 해. 가고 싶은 곳 있으면 지금 가. 좋아하는 음식 있으면 지금 주문해.(대신 너무 과하지는 말고. 빚내서 여행가거나 배터지게 먹으라는 말은 아니야.)
현재에 행복하려면 내 마음속 만족의 '행복그릇'의 사이즈를 작게 작게 여러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내 주위의 '당연해 보이는 일상'(이를테면 부모 양친의 생존, 본인의 건강, 이번달 생활비 확보!, 이번주 라디오 스타가 재밌었다는 등등의)을 그 그릇에 담아야 한다. 그리고 그 그릇을 만드는 기준은 오롯이 '내 기준'이어야 한다. 남의 눈 신경쓸 것 없이. 난 개인적으로 다큐멘터리 엄청 좋아하거든. 특히 외국에서 만든 자막이 충실한 다큐를 아주 좋아하고, 그걸 2배속으로 돌려보는 걸 아주 즐겨. 내 머리속에 정보가 천천히 들어오는 게 싫어. 내가 좋아하는 거니깐 이렇게 보는거야. 빵, 아이스크림 과자 이런거 먹다가 반도 안 먹고 냉장고에 꿍쳐놓는걸 아주 좋아해. ㅋㅋㅋㅋㅋ 그리고 난 스냅샷을 아주 좋아해. 눈감은 사진, 일상의 순간, 동영상도 아주 좋아해. 편집도 즐겁고 내가 만든 동영상을 자주 돌려보는 걸 좋아하고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강제로 시청하게 하는 걸 즐겨.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훅 늙어버리는 수가 있더라고. 나도 몸만 좀 더 좋아지면 하고싶은거 더 많이 해보고 살테야.
행복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난 신해철 광팬은 아니었고, 몇몇 유명한 노래는 흥얼거릴 정도까지만 좋아했지만, 무엇보다 말을 너무 잘하는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데, 최근의 뚱뚱해진 신해철은 왠지 좀 더 좋았다. 뭔가 철든 느낌이랄까. 아, 저 양반 한 20-30년 정도 우리랑 같이 낄낄낄 웃으면서 한 세상 재미지게 살다 가겠네. 안심하고 있었는데 날벼락처럼 훅! 떠나버렸다. 아, 젠장. 이런 식의 비가역적인 영원한 결핍은 사람을 참 무력하고 슬프게 한다.<b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