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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토마스 :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방 대도시에 위치한 한의대를 다니고 있는 예과 1학년 꼬꼬마 학생입니다. 우연치 않게 이리저리 한의학 관련해서 검색하던 중 선생님의 사이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의 상태로 말씀드릴것 같으면 아직 1년이 채 지나지도 않았지만 저의 한의학에 대한 애정은 학기 초에 비해 절반 이상으로 떨어져있습니다.

그 이유로는 1학년때 배운 이상한 과목들 때문인데요. 대표적으로 한의학 개론입니다. 이 시간은 제게 '개론'이 아닌 교수님의 책 내용을 무한 반복하는 시간입니다.
학술적으로 인정도 평가도 받지 않은 교수님의 사적인 저서를 교과서로 선정해서 모든 학생들이 교수님의 책을 사야했고 한의학의 기본적인 내용이라 볼 수 있는 음양오행이나 임상적인 내용은 한줄도 들어가 있지 않으며 처음부터 끝까지 자생력에서 자생력으로 끝나는... 마치 자연력을 신봉하는 교주의 서책을 읽는 느낌이 듭니다.

 

시험또한 최소한의 양식도 없으며 ( 펜으로 시험문제를 종이에다 쓰시고 그걸 복사해서 나눠줌 ) 채점 방식 역시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외에도 귀긴 콩알 까먹는 얘기만 듣고 ( 귀신의 5가지 종류 와 팔괘도등...) 정작 제가 듣고 싶은 한의학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질문의 해답의 실마리는 도무지 가르쳐 주질 않습니다.

 

 

나름 수능에서 전체 5개 틀리고 장학금 받고 들어온 제가 이런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1. 대학의 문제 와 2. 저 자신의문제 라고 생각이 듭니다. 대학의 문제라면 다른 한의대의 경우 이와는 다른지, 그리고 선생님께서 교수님 말만 잘 듣고 졸업하면 절대 학습량 부족에 빠진다고 하셨는데 그 부족량이 한의대 마다 다른 건지도 궁금합니다.(e.x 경희대 한의대의 경우 우수한 교수진과 임상 및 연구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 다른 한의대 출신 보다 졸업했을때 더 뛰어난 임상가로 배출되어진다던지 아니면 선배빨로 한의사 사회에서 더 높은 위치에 오를 수 있다던지.. )그리고 만일 저의 문제라면 ( 분명 교수님의 말씀들이 한의학의 진수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이해를 못하는 것이라면 ) 어떻게 해야 인식구도를 바꿀 수 있을지..

해답을 기다리겠습니다. 그나마 제가 이곳에서 배운게 있담면 마음의 병은 오래될 수록 더 깊어져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인데.. 제 한의학에 대한 마음의 상처가 선생님으로 부터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랄뿐입니다.....

 

 

 

 

 

BK박사 :

 

우선 확실한 점은 지금 겪는 혼란과 좌절이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토마스는 정상적인 학생이에요.

수능 상위 0.03%의 학생이 한의대 수업을 들었는데 이해가 안 되죠? 그럼 그건 학생의 능력이 모자른 것이 아니라, 교수가 병신인 겁니다. 가르쳐서는 안 될 사람이 강단에 선 거죠.

제가 봤을 때 한의학개론이라는 과목은 임상연차 30년 이상의 노교수들이 팀티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한의학 전반의 그림을 그리는 과목입니다. 목차같은 거죠.

다른 대학은 어떨까? 궁금하죠?

대개 비슷해요. 그러니 다른 대학은 더 나을 것이라는 기대는 버리는 게 좋아요.

 

학교수업은 개판일테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독학 분위기가 만연하겠죠. 지금 아마 수많은 본1, 본2, 본3들이 눈꼽만큼 공부한 것 갖고 후배들 모아놓고 엄청 거들먹거릴 겁니다. bk박사님이 이런 애들에게 질환명을 붙여준 적이 있는데 예2병이라는 병입니다. 병신일수록 예2병에 잘 걸립니다.

 

우선 한의학개론 수업은 그냥 닥치고 들어요. 다만 교수가 병신일 가능성을 늘 열어두고.

그리고 예1에게 가장 필요한 거는 원서해독능력인데. 한문과 영어! 한의대생도 반드시 영어를 공부해야해요.

한문은 반드시 현토와 성독을 하는 버릇을 들이시고. 이게 나중에 학습속도를 엄청나게 올려줍니다. 그리고 허사, 부사, 수사를 특히 많이 닦아놔야함. 그런데 우리가 한문학자가 될 건 아니죠? 그러니까 적당한 레벨업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의서를 읽어야겠죠.

 

의서를 읽기만 하면 될까요? 아무 생각없이 입문이나 동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너도 곧 병신이 되고, 얼마가지 않아 예2병에 걸리게 됩니다. 이런 종합의서는 반드시 큰 그림을 그려주고 임상과 연결해서 조문을 써머리해줄 수 있는 멘토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게 교수든 선배든 임상가든 상관없어. 반드시 조문과 임상 케이스까지 연결할 줄 아는 멘토를 찾아서 오리엔테이션을 받으세요. 그게 도제식 교육이에요. 의학 뿐 아니라 모든 학문은 다 도제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책이나 독학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가 없어요! 시도조차 하지마세요. 가장 멍청한 짓꺼리입니다.

 

조문을 백번 읽어도 그게 임상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 줄 수 없으면 뭐하러 읽습니까? 취미로 공부하나요? 임상은 K1이에요. 무협지 쿵후는 만화방에서나 보시고.

 

아무튼 건투를 빕니다.

 

아! 그리고 동기들이랑 스터디 하지마세요. 돌대가리 100개 모아놓는다고 돌깨지는 거 아닙니다. 그냥 돌무더기일 뿐.

전교 300-400등 하는 애들 100명 모아놓는다고 서울대 가나요?

그리고 선배들이랑도 스터디 하지마세요. 마찬가지입니다. 좀 묵은 돌이랑 새삥인 돌이랑 같이 붙여놓는다고 그 돌이 깨지는 거 아닙니다. 시간낭비에요. 특히 예2병 걸린 병신선배들을 멀리 하세요.<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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