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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쿡메디슨

어디서 본건지 모르지만, 근대의학의 전단계에 쿡메디슨이라는 단계가 있다.
요리법같은 체계의 의학을 말하는건데, 지금의 한의학이 이와 흡사하다.
저마다 자신이 잘 만드는 요리(치료법)이 있고 그 비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며, 재료도 주위에 쉽게 입수할 수 있어 공개될 경우 독점적지위(특허)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만천하에 공개되어 후배들이 선배의 등을 밟고 올라서는 구조가 아니라, 오직 한줄기의 학파나 무리를 통해 전수된다.
한국의 한의학의 경우에는 그 한줄기의 학파들이 일제강점기에 단절됐다는 점이 가장 큰 비극이다.


2.특허

한의학에 대규모 연구자본이 투입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구에 거대한 자본이 들지만, 연구결과를 독점적으로 이용하는 특허로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3.종적인 통계와 양적인 통계

일부 의학자들은 통계의 부재라는 무기로 한의학을 공격하기도 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서양의학은 단기간의 양적인 통계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고, 한의학은 긴 시간의 종적인 통계로 버티고 있다. 한의학은 언제나 방어적인 모습이다. 연구의 패턴도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이 아니라 기존의 치료법이 효과가 있다는 식의 컨셉이 많다. 가끔 침의 신비로운 효능이 드디어 과학적으로 증명이 됐다는 얘기가 뉴스에 나오지않는가!

내원한 손님들 천명에게 각각 5그램의 고추장와 50그램의 고추장을 투입한 그룹을 비교해서 최선의 요리법을 찾는 방법이 서양의학식이라면 수백년동안 5그램으로 넣었더니 그게 더 맛있더라는 것은 한의학의 방법.
수백년동안 배추한포기에 고추가루 한줌반을 넣을때 가장 맛이 좋더라는 걸 어떻게 양적통계로 증명한단말인가.
한의사들이 지금 보는 책들도 엄밀한 양적 통계라기보다는 초보적 수준의 증례수필집이라고 보면된다. 고추장 좀 더 넣어봤더니 맛이 더 좋더라. 그 수준이다.


4.그때그때 달라요

한의학은 알다시피 천연물을 이용하여 약을 투입한다. 그런데 이 천연물이 재배된 토질, 채취된 시기, 채취후 거치는 수치과정에 따라 약효가 엄청나게 차이를 많이 보인다.
인삼이라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자침도 마찬가지이다. 자침이라는 치료법상. 이것이 특정한 해부학적 구조를 찾아서 침을 찔러넣는 것이 아니다. 경락을 따라 놓는 것인데 불행히도 이 경락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여인석(연세대)의 경우 이 경락을 '황도'의 개념과 같다는 걸로 설명하기도 한다.
한의학의 치료과정에는 이런 표준화되기 힘든 변수들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이것은 명백하게 우리 시대 한의사들이 해결해야할 숙제다.


5.신드롬과 디지즈

한의학에서 질병이라는 개념은 없다. 물론 후대에 와서는 디지즈의 개념이 도입되긴하지만 신드롬의 개념이 한의학 이론의 주축이 된다. 따라서 한의사마다 처방이 다른 이유는 한의사마다 그 증상에 들이대는 신드롬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요통이라도 그것이 신허라는 신드롬으로 판명되면 육미로 나가고 담음이라는 신드롬으로 판명되면 이진으로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방에는 특정질환에 특정약이라는 마법의 탄환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에 그런 경향으로 연구가 되고 있지만 한의학의 본정신은 그게 아니다.
언뜻보면 비과학적으로 보이지만 예를 들면 이렇다.
본인의 친척중에 견비통,냉,소화장애를 호소하는 여자환자가 있었다. 양방에서는 이 세가지 증상을 각각 치료하지만 한방은 이 세가지를 분석해서 하나의 신드롬으로 판단한다.
내가 준 약은 평위산이다. 소화제로 알고 있지만 견비통도 치료하고 냉도 치료한다. 친척인지라 그냥 계속 줬다. 한 60첩 정도 먹인 후에 견비통, 냉, 소화기가 전부 다 호전됐다. 환자는 매우 만족한다. 나도 만족한다.
이런 만족의 진실이 사실은 시간이 지나서 저절로 나은 것일 수도 있고, 플라시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한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이 환자가 그 동안 내과와 산부인과와 한의원을 아주 오래 다녔지만 정상판정을 받거나 약을 먹어도 일시적이었다는 점.


6.재발과 완치

한의학에서는 질병이라는 개념이 없으므로 재발과 완치의 개념이 없다. 언제나 신드롬만 있을 뿐이다. 위의 여성환자의 경우 차후에 다시 같은 증상을 호소하더라도 그것을 '재발' 내지 '치료의 실패'라고 판단하는 한의사는 없다.
이것이 서양의학자들의 주 공격타켓이 되기도 한다.


7.질병의 스펙트럼

전에도 이야기했지만 한방의 스펙트럼은 엄청나게 넓다. 신드롬위주의 진단과 천연물이라는 점이 한방의 스펙트럼을 받치고 있는 기둥.


8.그럼 어떻게 해야하는가

나도 모른다. 나는 공부도 얕고 실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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