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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88세의 부친이 사망하기까지의 함께한 아들의 여정이 담겨 있다.

 

작가가 이렇게 쓰고 있다.

고령의 환자는 입원 즉시 물치사를 붙여서 하지근력이 무력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이건 한의학에서 이야기하는 혈기의 부족, 허로병에 대한 이야기다. 노인이 다리힘 빠지고 못 걸으면 몸상태가 장기적으로 나빠지고 결국 병원에서 걸어나갈 수가 없어진다. 병원에서 나가는 방법은 세가지 뿐이다. 걸어서 나가든지, 앉은채로 나가든, 아니면 죽어서야 나갈 수 있다.

 

 

대부분 사람은 죽음을 '순간적인 일'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우리는 울적하고 고통스러운 긴 노화의 과정과 그 결과로서 죽음을 맞이한다.

 

의료에도 치료계획을 컨설팅을 해줄 디렉터가 필요하다. 작가는 각 과마다 자기 분야만 보는게 불만스럽다고 했다. 내과의사는 오로지 부친의 열 떨어지는것만에만 관심이 있다. 결국 열은 무사히 내렸지만 병원에서 나올 땐 걸을 수 없엇다. 나은 것도 아니고 안 나은 것도 아니다. 동네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

 

걸어서 병원에 들어간 사람이 앉아서 나왔으니 말이다.

 

그 이후 부친은 장기적인 '부전'의 길로 들어갔다. 몸이 무너지자 정신도 서서히 뒤따랐다. 그리고 가족의 고통이 그 뒤를 따르고, 현대에는 그 고통을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있다. 바로 요양병원이다. 참으로 루틴한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우리의 일생은 대부분 기쁨도 고통도 슬픔도 없는 플레인 요구르트 맛으로 가득 채워져있다.

아버지가 3년반에 걸쳐 서서히 사망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작가에게 많은 성찰을 줬다.

 

노인 환자가 가족 중에 발생할 경우 작가는 이렇게 하라고 충고한다.

 

1. 모든 가족이 나서서 간병에 동참해라. 각자 역할이 다를 수는 있지만 최선을 다해라. 어린 아이도 제외하지 말라.

 

2. 멀리 사는 가족은 간병을 주도하는 형제에게 수시로 전화를 해라. 전화만으로도 힘이 된다.

 

3. 가족 모두가 외면하지 않고 동참하여 유대감을 느낄 때 정신적 고통을 보상받게 된다.

 

 

노인이 아니더라도 아픈 사람 옆에 밀착해있으면 이슬비에 옷 젖듯 환자의 고통이 간병인에게 전이된다. 그래서 의료인은 더욱 쾌활하게 의도적으로 오버액션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다.

 

작가의 경험으로 친구들 부모상 소식은 환절기에 집중적으로 날라온단다. 계절이 바뀌면 몸도 적응해야 하는데 건강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적응하지만 노인의 몸으로는 계절에 맞게 몸을 세팅하기가 쉽지 않다. 최종사인은 폐렴일지 모르지만.

 

부친의 요도폐색에 저자는 음식을 조절해서 끝내 카테터로부터 탈출했다. 환자는 필요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요양병원에는 수용소나 교도소처럼 모두 '환자복'을 입히고 군대같은 규율에 정물처럼 노인들이 침대에 박제되어 있다. 죽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일부러 계단과 장애물을 만들고 화폐를 유통시키는 일본의 어느 요양원과는 너무 다른 시스템이다.

 

노인환자는 세가지가 필요하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해결해주고  + 최소한의 자립과 존엄을 유지하면서  + 자기 생활의 터전과 가족 및 지인과의 감정적 유대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요양병원과 양로원은 격리를 의미한다. 하루아침에 낯선 사람들과 살아야하는 충격이다. 의학적으로는 건강할지 몰라도 정신적으로 고독하게 된다. 문제는 해결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결국 저자도 이게 돈 문제라는 걸 인정한다.

 

지루하고 고독한 투병생활이 지나고 부친은 숨을 거두었다.

 

"마치 스펀지에 물방울 하나가 스며들듯, 마치 바싹 마른 나뭇잎 하나가 슬며시 떨어지듯, 한순간에 떠나버렸다.

 더이상 아무 것도

 남은 게 없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아버지의 몸도

 마음도 다 소진되었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렇게 훨씬 더 멀고 큰 여로에오른 아버지를, 나는 슬프지만 기뻐하며 배웅해드렸다.

 안녕, 아버지, 안녕!"

 

이게 끝이다. 저자는 살아생전 아버지가 잘 때는 얼굴에 고난과 고통이 서려있었는데, 생명이 빠져나간 시신의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한다. 평온한 시신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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