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주에 5년이나 살았다.
그래서 경주의 식당들이 얼마나 맛이 없는지에 대해서 잘 안다.
오죽하면 해장국, 쌈밥이 맛집으로 통하겠는가.
그만큼 음식문화가 없다는 증거다.
그래도 매년 4월 5일과 10월 30일은 벚꽃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 때문에 경주를 찾는 관광객이 많다.
그 사람들도 먹어야하고.
나도 오랜만에 경주 벚꽃 구경이나 하고 싶어서 어른들 모시고 방문했다.
경주 시내에 있는 마시조은 집이라는 식당이다.
들어가보니 사장님으로 보이는 분이 분주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이라고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가 전부였다.
저기 저 테이블을 치울 여유가 없었다.
우리도 저렇게 치워지지 않은 테이블 사이에 끼어 앉았다.
수저를 세팅하려고 수저통을 열어보니 찐득거려서 물수건으로 닦아야만 했다.
고기+돌솥밥 메뉴를 시켰다.
고기가 이렇게 나온다.
이렇게 구워먹는다.
고기가 이렇게 먼저 나오고 (이게 4인 분량이다)
돌솥밥과 반찬들이 나온다.
밥 비벼먹는 장이 나옴.
씨래기 된장국이 나왔다.
그리고 돌솥 2개가 나왔다. 나머지 2개는? 곧 나오겠지 라고 생각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씨래기국을 떠먹고 있는데 5분쯤 지났을까.
사장님이 와서 어? 이게 왜 여기 갔지 하면서 돌솥밥 2개와 씨래기 국을 들더니 뒷 테이블로 가져가려고 했다.
돌솥은 손을 안 댔으니 아, 저기 먼저 줘야하나보다 생각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런데 시래기국은 우리가 먹던 건데... 뒤 테이블로 가져가려고 했다.
그래서 사장님에게 "어, 이 시래기국 저희가 먹던 건데요?" 라고 말하자
사장님은 "아니, 왜 손댔어요!!" 이러는거다.
아니 먹으라고 갖다주니까 먹었지. 그러면서 씨래기국을 뒷테이블에 갖다 주는거다.
너무너무 충격적이었다.
우리가 말려도 사장님은 가볍게 무시하고 우리가 집어먹었던 그 씨래기국을 다른 손님에게 가져갔다.
10분쯤 지났을 때 우리 돌솥밥이 나왔다.
이 밥도 두번인가 독촉을 해서 나온거다. 그만큼 일손이 부족했다.
숭늉을 부어놓고
쌈을 깜빡했다면서 뒤늦게 갖다 주었다.
어떻게 밥을 먹고 나왔는지 모르겠다.
양 테이블에 지저분한 설거지거리들이 가득 놓인 테이블 사이에서 끼어서 먹었더니 어서 이 식당에서 나가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계산하면서 왜 우리가 먹던 시래기국을 다른 손님에게 갖다줄수가 있느냐고 물으니 사장님은 "아니, 그건 아는데 언제 주방까지 가서 갖다주냐. 이해 좀 해달라."라는 말을 했다.
아니 아까 우리보고 왜 먹었냐고 따지던 사람이 20분도 안 돼 이런 말을 하다니!!!
내가 지금까지 가본 식당 중에 가장 충격적이었다.
평가는 공정해야 한다. 고기는 별로였지만 돌솥에 지은 밥은 맛있었다. 하지만 나는 이 식당에 평생 가지 않을 것 같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