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삶이란 끊임없는 문제해결의 연속이다.
문제풀이를 많이 할수록 인생은 고달파진다.
아버지 알콜중독에 엄마는 춤바람, 동생은 건달짓하다가 감옥 가 있고, 나는 다음달 월세방에서 쫓겨나야 한다면...
산더미 같은 문제에 파묻혀 사는거다.
남녀의 만남 역시 마찬가지이다.
여기에는 한가지 난관이 더 추가된다.
바로 문제의 인식.
어떤 남자에게는 자기 소유의 집이 없다는 것이 전혀 풀어야할 '문제'로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어떤 여자에게는 무주택의 상황이 가장 우선 풀어야할 문제일 수도 있다.
상대방이 자신이 갖고 있는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과 비슷한 사람이면서 서로가 풀어야할 문제가 적다면 인생은 훨씬 수월해진다.
결혼은 연애 때와는 완전히 다른 상황에 돌입한다.
네가 풀어야할 문제가 이제는 '우리'가 풀어야할 문제로 변하는 것이다.
직업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누군가에게는 약처방을 기가 막히게 잘 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풀고 싶은 문제가 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런건 모르겠고 방바닥이든 주물럭이든 월매 3장만 넘겼으면 좋겠다가 될 수 있다.
아예 아무 문제에 대한 감각 자체를 상실한채 그냥 홍수 뒤에 떠내려가는 폐목재처럼 인생을 살아가기도 한다.
인간은 성장함에 따라 풀어야할 문제 문항수가 점점 증가한다.
20대까지는 학생이 풀어야할 문제만 갖고 살아가다가, 개업의로, 아들로, 사위로, 상사로, 선배로, 남편으로 역할에 따라 주어지는 문제풀이가 쏟아진다.
최대한 적은 문제를 쉽게 쉽게 푸는 것. 그게 장땡이야.
자수성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봤어.
상류층들이 하층민에게 주입시킨 쓸데없는 망상이야.
대학도 결국엔 귀족들이 똘똘한 놈들 더 잘 부려먹으려고 만든 장치에 불과해.
우리 아버지가 이건희면 바로 태어나는 산부인과 수술실 그 자리에서 내가 살아가면서 풀어야할 문제 중 99%를 풀 필요가 없어진다.
운이라는건 늘 상대적인거야.
위로 바라보면 나는 지독하게 운이 없는 놈이고, 아래로 쳐다보면 평탄하게 잘 교육받고 별 걱정없이 띵가거리며 살아가는 졸라 운 좋은 놈이 되는거고.
결국은 뭐냐.
문제의 인식.
그걸로 귀결된다.
어떤 상황이 문제라는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면 그걸 풀어야할 스트레스도 없는거지.
노처녀, 노총각이 스트레스를 받으려면 내가 결혼하지 못한 상황 자체를 풀어야할 '문제상황'으로 인지해야만 가능한거지.
내가 문제라고 치켜세워주지 않는다면 이 세상에 나를 괴롭힐 문제는 단 한 문항도 없어.
<첨언>
현대는 비교가 시대의 트렌드야. 정보가 넘치잖아. 거기다가 숫자는 매우 비교하기 좋은 수단이지.
현대인의 대부분의 문제가 '숫자'를 통해 '비교'하는 습성에서 비롯돼.
65kg인 여자는 50kg이라는 숫자에 비교해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내고 스스로를 괴롭히지.
언제나 상대적이야. 숫자는 끝도 없지.
100억 벌면 1000억버는 놈이 졸라 부러워.
숫자라는 게 리미트가 없다는 것이 가장 무서운 거야.
내가 가진 문제 문항 중에 숫자가 많이 들어가 있다면 넌 뭔가 큰 늪에 빠져있다고 보면 돼.<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