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나섰다.
이제 곧 서른인 아들이 사고를 쳤는데 엄마가 인터넷에 해명글을 올렸다. 내가 부모라면 니가 저지른 일은 니가 해명하고 사과하고 똑바로 처신하라고 나무랐을 것 같은데, 엄마의 마음은 다른가보다.
엄마의 주장은 두가지다.
1. 우리집 부자 아니에요. 오피스텔 하나 얻어줬고(요거 금액은 비밀), 식당 차릴때 2천 빌려줬어요.
2. 우리 아이 나쁜 아이 아니에요.
사람들은 맹기용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실력이 모자라니 나오지 마라는거지.
맹기용이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하차하고 요리공부를 떠나거나 자기 식당에서 심기일전한다면 박수쳐줄 일일텐데
지금처럼 밍기적거리다가는 맹꽁치라는 별명이 평생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닐 것이고, 나중에 요리실력이 늘어난다고해도 낙인처럼 붙어다닐텐데
지금 대중의 주목을 받을 때 강렬하게 정면돌파를 해서 본인의 선의를 보여줘야 이 바닥에 살아남는다.
도대체 맹기용 주위에는 바른말 해주는 사람이 한명도 없나?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다.
최소한 실력이 부족해서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를 해서(꼬깝더라도) 대중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듣게 해줘야 한다.
만약 맹기용이 옥동자처럼 생기고
조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망원동의 허름한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만드는 초보조리사라는 컨셉으로 냉장고를 부탁해에 나왔더라면
아마 전국의 모든 시청자들이 그의 성공을 염원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게 우리들의 대분의 모습이니까.
부모가 교수다. 마이너스.
미남이다. 마이너스.
고생 안하고 식당 차렸다. 마이너스.
실력없다는 걸 인정 안한다. 마이너스
셰프라고 불리길 좋아한다. 마이너스
대기업 모델이다 마이너스
시청자들이 바라는 모습은 맹기용같은 사람이 아니다.
그들은 위안을 얻고 싶어하고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만약 이렇다면 어땠을까?
고향은 전남 영암 깡시골에
홀어머니는 시장에서 좌판하시고
얼굴은 그냥 허각처럼 호감형 정도라고 치자.
어릴때부터 요리가 좋아서 조리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편의점 알바를 하며 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바로 상경해서 종로의 어느 유명한 레스토랑 접시닦이로 지내다가
망원동의 어느 허름한 레스토랑의 막내 조리사로 자리를 옮겨서
이제 막 요리를 배우는 새내기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런 아이가 맹꽁치를 만들고 실력이 모자라서 선배님들과 시청자분들께 너무 죄송하다고 sns에 글 올리고 자진하차한다면
아마 전국민이 그를 응원할 것이고
실력이 오르면 다시 부를 것이다.
엄마의 쉴드가 먹힐까?
나이 서른을 바라보는데 엄마가 쉴드를 치면 그건 아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뭔가 리스크 관리가 전혀 안 되고 있다.
안타깝다.
대중들의 눈높이가 이해가 안 되나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