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면허증을 취득하면 이제 1단 고체연료가 점화되는거야.
지상에서 이륙을 시작해.
사실 가장 힘든 에너지가 필요한 단계지.
국시는 한번 떨어지면 계속 떨어지는거여. 그래서 단번에 이륙에 성공해야해.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야.
평생 1단 로켓의 힘으로 얼마 정도 올라가다가 지상으로 추락하고 인생 끝나기도 해.
그때 2단로켓이 필요해. 그 과정이 수련의 과정이 됐든. 부원장이 됐든.
반드시 누군가 끌어올려주는 로켓의 역할을 하는 사수가 필요해. 30대 초반에 이 시기를 잘 보내야해.
그 사수가 교수님이면 가장 바람직하지만 어려운 문제야. ^^
아무튼 알아서 2단로켓을 찾아서 끌어올림을 받아야해.
그러면 그 다음에 끝이냐?
아니야 우주왕복선 자체의 동력으로 추진력을 얻어서 올라가야해.
선배들, 교수님 따라하는 단계를 벗어나는거야.
남 흉내내고 비슷하게 하다가 어느 단계에 올라가면 본인만의 노하우가 필요해.
거긴 아무도 끌어올려줄 수가 없어.
그리고 마침내 정지궤도에 오르면 사위가 고요해지지.
거기선 어떤 느낌이 드냐면 자유로워져.
어떤 환자가 와도 마음이 편안해.
환자가 없어도 조급해지지가 않고.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 있는 느낌.
아무리 파도가 쳐도 흔들리지 않는 굵은 쇠말뚝같은 느낌.
아무리 성질 드러운 환자가 나타나도 단번에 제압할 수 있는 평온함 가운데 숨어있는 자신감.
국무총리가 와도 니가 내 환자면 조용히 시키고 제압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자유로움.
침처방도 자유롭고, 약처방도 자유로워져.
걸림이 없어져.
불안함이 없어져.
약 효과가 없을까? 패증이 나지않을까? 그런 불안감이 싹 사라져.
침처방도 걸림없이 나가.
환자가 안 따라오면 지만 손해야.
마음이 편안해져
아직 정지궤도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젠장. 나이가 몇살이냐.
근데 왠지 거기에 다다르면 그 느낌은 알 수 있을 것 같고,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니 누구 누구가 나에게 1단 로켓, 2단 로켓의 역할을 해주었는지 깨닫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