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션

Essays 2015. 9. 9.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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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해외에서 인터넷을 자유롭게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에그 제품. 대여료는 하루 10불 정도.

 

커넥션.

우리는 여행을 간다. 자연스럽게 커넥션이 끊어진다. 친구들과의 연락도, 티비같은 매스컴에서도 멀어지고, 회사 직원들과도 연락이 멀어진다. 단절되는 것이다. 어쩌면 여행의 묘미가 될 수 도 있는 이 현실로부터의 '단절' 현상이 최근 들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끊고 싶은데 끊어지지 않는 감자탕 뼈다귀 힘줄처럼 아무리 먼 나라로 여행을 가도 끈질기게 커넥션이 연결된다.

 

단절이 되지 않으면 환타지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린 늘 환타지를 꿈꾼다. 여행은 일하지 않아도 되는 '환타지'를 충족시키는 시간과 공간이 되어야 한다. 여행가서도 핸드폰으로 업무를 본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다. 그냥 주거공간이 이동한 것 뿐.

우리의 삶은 늘 환타지를 좇는다.

현실은 늘 시궁창같으니까.

 

 

 

 

요즘은 인터넷환경이 좋아져서 외국에 나가더라도 마치 한국에 있는 것처럼 한국친구들과 메신저로 수다를 떨기도 한다. 세상과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내가 전화도 해지하고 티비도 보지 않고 한국 사람들이 없는 외딴 섬에 홀로 살아간다면 완벽한 '단절'을 실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이 놈의 망할 핸드폰은 내 몸과 하나다. 정확히 말하면 내 손과 한 몸이다. 하루 중 얼마나 내 손바닥에 놓여있을까? 계산하는 것조차 무의미할 정도로 이미 내 손바닥은 갤러시와 한 몸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내 눈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쏟아져 들어간다는 점이다. 통제할 수가 없다. 적절한 단계에서 정보의 유입을 차단해야 나도 머리를 굴리고 생각도 하고 일상생활을 할텐데, 이건 자나깨나 시도때도 없이 심지어 해외에 나가서도 이 망할 갤럭시는 내 손바닥에서 내 눈으로 엄청난 양의 정보를 집어넣는다.

 

핸드폰 같은 물건을 우리는 단말기라고 한다. 단말기. 이 말의 뜻은 터미널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 종착지는 우리의 뇌가 된다.

단말기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인풋중심형, 아웃풋중심형.

이건 세계 최초로 bk박사님이 구분한 용어인데, (참고로 bk박사님은 MIT 미디어랩 연구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통찰력이 뛰어나다.)

 

1. 인풋중심형 : 내가 외부세상으로 그 형태가 인터넷이든 블로그든 전화든 무언가 나의 뇌에서 생산한 정보를 내보내는 단말기

2. 아웃풋중심형 : 내가 외부세상의 정보를 나의 뇌로 받아들이는 형태의 단말기

 

 

여러분이 갖고 있는 단말기 중에 가장 아웃풋중심인 매체는 TV다. 바보상자라고 부르는 이유가 TV를 보는 사람은 멍청하게 정보를 받아들이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이 바로 태블릿피시다. 아이패드, 갤럭시탭 같은것들. 얘들도 창에서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 정작 사용자가 정보를 입력하기란 매우 어렵다.

반대로 인풋중심형 단말기로는 데스크탑과 노트북 등이 있다.

 

모든 매체에는 장단점이 있다. 단말기의 인풋이 중요하면 노트북을 사면 되고 아웃풋이 중요하면 TV나 패드류를 사면 된다. 물론 아웃풋만 작동하는 기기를 가까이 둘수록 사람은 멍청해진다.

 

모든 정보는 단말기를 하나씩 거칠때마다 왜곡된다. 좋은 풍경이 있으면 카메라로 찍어서 보는 것보다 그냥 맨눈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고 감동적이다. 카메라라는 중간 매체가 끼어들면 반드시 왜곡이 생긴다.

가장 좋은 여행은 좋은 사진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맨눈으로 충분히 보고 즐기는 것이다. 나 스스로도 잘 안되는 부분이긴 한데,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욕구가 맨눈으로 보고 즐기는 기회를 점점 갉아먹는다. 촬영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은 여행의 기본이다. 작은 카메라 적은 장비로 최소한의 촬영시간을 할애하는 것. 그것이 여행을 온전히 즐기는 방법이 된다.

그렇다면 그 정도를 어느 선까지로 맞추어야 하는가?

답은 간단하다.

한국에 돌아와서 꺼내볼만한 사진만 찍고, 나중에 꺼내서 돌려볼만한 동영상만 찍으면 된다.

보지도 않을 사진이나 동영상들. 오자마자 휴지통에 넣을 사진들은 아예 찍지를 마라.

 

더불어 한국과 이어진 대부분의 커넥션(호텔방에 나오는 YTN24뉴스 채널까지)은 의도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그런 '단절'이야말로 여행의 중요한 부분이 되기 때문.<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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