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너무 너무 힘들다. 숨도 갑갑하고, 가슴에 큰 돌을 얹은 것 같다.
내가 개원기념으로 보내준 박스도 다 못 썼다고 모친에게 들었다.
뭐가 그리 바빴냐.
마냥 넋놓고 있을수만은 없고 일상을 해치워야하니 두배 더 힘들다.
장례식장 다녀온 다음날 아침 반야월 할매들을 진료하는데 무고한 할매들에게 화가 날 정도로.
왜 이렇게 불공평할까.
다믄 20년이라도 더 살게 해주지. 이 할매들은 70,80 잘만 사는데.
우리가 그동안 늙어가는 것을 고민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이었는가.
얼마나 사소하고 의미없는 고민들을 붙들고 살아왔나.(주차장문제, 내 얼굴의 주름살, 날씨가 나쁘다, 앞차가 끼어든다, 옷에 맘에 안든다... 대통령이 맘에 안 든다. 한의원 매출이 안 좋다. 등등)
내 친구의 갑작스런 죽음이라는 절벽. 거대한 절벽 앞에 서니 모든 것이 먼지처럼 보이는구나.
친구장례식에 참석하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젊다.
마음이 생살째로 뜯겨나가는 기분이다.
남박이 홀로 짊어졌을 고민과 슬픔과 외로움을 생각하니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생각에 더 괴롭다. 나쁜자식!
자이언티 노래처럼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라는 말이라도 좀 해줄껄.
어제는 너무 화가 났다.
지난 3월 남박을 만났을때(남박은 운전할 줄 몰라서 누가 태워주면 아주 좋아한다. 우리아부지처럼)
아주 싼 백반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걔는 욕심이 없다. 한끼 때우면 끝인 거다.
그게 너무너무 마음에 걸린다. 아, 그때 좀 더 좋은 거 사줄껄.
봉정사 오를때 남박이랑 왜 동영상을 안 찍었을까.
내가 평소에 그렇게 동영상을 찍어대는데... 남박 동영상은 3년전에 초이한의원 놀러가서 셔터 내려오는거랑 종로에서 농구하는 뒷모습 밖에 없다.
비가역적인 후회밖에 없다.
좀 더 잘해줄껄...
좀 더 맛있는거 사줄껄...
좀 더 멀리 드라이브시켜줄껄..
좀 더 자주 연락할껄...
좀 덜 쿠사리 줄껄...
오늘 아침 샤워를 하는데...
아, 어쩌면 그래도 남박이랑 올해 밥은 한끼 했네.
같이 병산서원도 가보고, 봉정사도 같이 가보고 둘이 하루를 보내긴 했었네.
내 마지막 화재기념선물까지 잘 전달했네.
고맙다. 그나마 그거라도 했네.
대단한 놈 정말 안동양반처럼
고고하게 선비처럼
스님처럼 살다갔네.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
정말 니답다.
남박 누나한테 들었다. 평소 블로그도 보여주면서 재주많은 비케이가 지 친구라는 걸 자랑삼아 이야기했다고 한다.
나도 니가 돈은 못 벌어도 자랑스러워 임마.
니 바램대로 건강했던 모습 그대로 마음속에 기억하꾸마.
추신 : 남박, 니 아무것도 안 남기려고 했지만, 한의원 3개는 남긴거데이. 1개는 양도 실패지만, 2개는 잘 돌아가잖아. 우리 한의사로서 삶은 성공했다치자!
어제 모친이 그러시더라. 니 한의원 자리잡을때 어떻게 하면 기존 원장님들 한의원에서 멀리 떨어져서 어중간하게 자리잡느냐를 고민했다메...
참 특별한 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