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석, 김창호에 비하면 쳐지는 엄홍길
이 영화에는 자막이 나온다.
"히말라야 14좌 아시아 최초 완등자 엄홍길."
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최초 완등자는 박영석이다. 궁금하면 홀리 여사에게 전화해서 물어보라.
엄홍길은 시샤팡마 등정 논란으로 두번 올라야 했고 박영석에게 밀렸다.
그래서일까. 엄은 전세계 산악인 아무도 경쟁하지 않는 봉우리 2개를 오르더니 느닷없이 '세계최초 16좌 완등'이라는 황당한 타이틀을 스스로에게 부여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엄홍길의 대사에는 끊임없이 "산은 정복하는게 아니다. 산쟁이가 정복이라고 합디까"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러니하다.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너는 왜 16좌를 오를 생각을 못 했냐고 묻는다면 그는 웃을 것이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박영석은 메스너도 못 가진 기록을 갖고 있다. 남북극 도달.
7대륙 최고봉이야 패키지처럼 전락한지 오래지만 남북극점 갔다 오는 거는 아직도 이 바닥에서 쳐준다.
그리고 김창호.
등산머쉰이라고 부를 만하다.
14좌 무산소등정. 이건 메스너밖에 해내지 못한 대업이다.
그리고 등반중 단 한명의 동료도 죽이지 않은 한왕용도 있다.
영화는 다큐가 아니지만 이 영화를 보고 외국인에게 "두 유노 세계최초 16좌 완등자? he is 엄홍길 대장."이라고 말해 비웃음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겠다.
8천미터 봉우리 16개 아니라 160개를 오른다해도 한국인 최초 완등자 타이틀이 박영석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고
남북극까지 다녀온 최초의 지구인 박영석이 그만 쉬어도 되는데도 불구하고 등정주의를 버리고(사실 더이상 등정주의를 적용할 산이 없었지) 코리안루트 개척에 나서다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빛을 잃지도 않는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이름은 엄홍길이 아니라(가장 마케팅을 잘하는 상업적인 산악인은 엄홍길이 맞다) 박영석, 김창호, 한왕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