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방을 찾아 떠나는 여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성용이형답다. 형은 꽤 미남이다. 이 책에는 사적인 이야기가 있다. 누나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가족끼리는 너무 잘 하려고 하면 안돼. 진심은 위험한거야.' -성용이형의 작은 형이 한 말이다.
뭘까. 약간의 가식이 필요하단 말일까? 너무 진심으로 대하면 기대가 커서 작은 서운함에도 크게 상처받는다는 것일까. 데면데면 하면 다툴일도 없다. 상대의 영역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상처받기 쉽다.
'너무 힘들면 여기 오곤 했어요.'
나에게도 그런 장소가 있었다. 지금은 매립돼서 도로가 돼버렸지만 환호해맞이공원이 만들어지기 몇년전.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다닐 무렵, 북부해수욕장 끝까지 달리면 어부횟집이 나오고 거기서 더 가면 횟집이 하나 더 나온다. 막다른 곳. 개키우는 농장이 있는 걸로 봐서 매우 인적이 드물다는 증거!
거긴 아주 부실한 작은 방파제가 있었는데, 그 방파제 입구에 하염없이 앉아있다보면 전자레인지 안에 들어간 것처럼 쏟아지는 햇살에 피부가 치즈처럼 노곤노곤해지곤 했다. 95-96년도 즈음 한참 머리속이 복잡할 무렵 나의 유일한 안식처였던 것 같다. 이런 젠장! 망할놈들이 내 추억의 장소를 다 매립해버렸어. 고즈넉했던 바닷가에 큰 도로가 생기고 얼마 뒤 시속 50km 속도제한 카메라가 달렸다. 미친 놈들아. 처음부터 도로를 넓게 만들지 말지. 멍충이들이 괜히 넓게 만들어놓으니 차들이 과속하게 되고 그거 막는다고 또 카메라 달고. 무슨 세금을 이 따위로 쓰니!
이 책을 읽다보니 분스트라가 떠오른다. 네덜란드에서 온 아저씨. 한국, 특히 부산을 너무 사랑했던 아저씨. 고향으로 돌아갔을까? 그 아저씨가 자전거로 여행하는 법을 나에게 알려주었다. 한국사람들은 대부분 자전거를 타면 서울-속초를 주파한다. 그리고는 곧장 부산으로 쏜다. 아저씨는 그게 이상하다 했다. 산도 좋고 계곡도 좋은데 왜 그렇게 디귿자로 달려야 하나며. (이명박은 디귿자로 자전거도로를 만든다고 했다. 그래봐야 국도에 주황색 페인트 한 줄 그은 게 전부지만, 그나마도 그리다가 집어치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분스트라 형의 루트와 비슷하게 성용이형이 남한 일주를 한다.
아, 이렇게 살 수도 있구나!
여행은 한없이 늘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방커피라니. 세상에.
나는 여행하면 여름휴가 밖에 생각이 안 난다. 그만큼 생각이 좁다. 여행이란 뭘까.
어떻게 하면 여행하며 살 수 있을까.
정답은 없다.
성용이형 책은 주관식 답안지 같다. 민우형보다 위트가 없고 지나치게 감성적인 것이 단점인데 그건 아마도 잘 생겨서 그럴 것이다. 미남, 특히 한국에서 미남은 위트가 발달할 필요가 없다. 위트는 못 생긴 애들이 죽어라 연마하는 생존의 기술 같은 것이다.
내 친구 중에 가장 위트가 발달된 애는 조호직이다. 물론 호직이가 못 생겼다는 말은 아니다. 그냥 그렇다는 거지.
이 형은 목소리도 끝내준다. 언젠가 티비에서 한번 봤는데, 어우. 온갖 좋은 유전자는 다 갖고 있다. 국회의원 나와도 당선될꺼야. 단 여성유권자가 많은 곳에 출마해야겠지만.
오랜만에 성용이형 책을 읽으니 너무 편안하고 좋다.<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