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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9시 뉴스에 단추를 갈아서 만든 서각방이 보도됐다. 정말 충격이라아니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어제 드러난 사건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한약재 관리를 얼마나 엉망으로 하는지 보면 기가 찰 지경이다.

정부에서 지난 1995년도에 약속한 '한약공사'(인삼공사같은 기관)설립은 10년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한약재의 규격포장은 약재도매상에서 직접 하도록 돼있다. 이들 도매상은 이윤을 추구하는 족속들이기 때문에 가짜약재를 섞거나 아예 몽창 가짜로 채우기도 한다.

다시 서각이야기로 돌아가서 실제 로컬에서는 사용금지된 서각 대신 우각을 많이 쓰는데 일부 원장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 우각방에서도 단추가 나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아무리 소뼈보다 단추가 싸다고 해도 그렇지..

어차피 경찰에 걸려도 벌금 얼마 맞고 다시 하면 되니까 이런 가짜한약재 제조업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식품관련 범죄인에게 특별히 관대한 처벌을 하는듯하다. 정부에서 한약공사를 설립해서 국가적 차원에서 한약재를 감독 공급하지 않는이상 자본주의 사회 하에서 이 문제의 해결은 불가능하리라 본다. 언제까지 업자들의 양심에만 호소할 참인지 묻고싶다.

오늘은 가짜한약재들이 어떤 유형으로 유통되는지 알아보자.

<>울금 : 실제 가짜가 워낙 많아서 이제 감별을 할 수 있는 대조군을 찾는 것조차 힘든 실정이다. 거의 대부분이 강황의 뿌리를 울금으로 유통시킨다.

<>천마: 유통되는 천마의 80%가 가짜 천마이다. 제기동에서 돌아다니는 천마는 거의 다 가짜라고 보면된다. 왜냐. 진짜 천마는 비싸거덩...파초뿌리가 천마의 탈을 쓰고 돌아다닌다.

<>토사자: 열무씨앗이 토사자로 유통되고 있다. 어떤 도매상은 모래를 섞어서 토사자라고 팔기도 한다.

<>소회향: 시라자가 소회향으로 유통된다.

<>동충하초: 밀가루, 옥수수가루, 석고를 반죽해서 동충하초모양으로 만들어 파는 놈들이 있다.

<>복령: 나무껍질을 얇게 벗겨내어 흰색 페인트를 칠해서 복령이라고 들고 오는 놈들 있다.

<>침향: 대부분 목향이 침향으로 둔갑하여 돌아다니고 있다. 기차길의 폐침목을 얋게 썰어서 침향이라고 파는 놈들도 있다.

<>파극: 중국에서 사천호자 뿌리가 파극으로 둔갑하여 들어오고 있다.

<>백두구: 과테말라에서 생산된 백두구가 들어오는데 품질이 매우 낮다.

<>석고: 모래석고, 홍석고가 응상석고로 둔갑하여 돌아다니고 있다.

<>사향: 지금 돌아다니는 사향 중에 진품이 얼마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짜 사향을 본 원장의 증언에 의하면 사향 하나만 있어도 그 냄새가 온 한의원 안에 진동을 할 정도라고 한다. 지금 그런 사향이 있는가?
지금 1년에 유통되는 사향이 1톤이라면 사향노루 4만마리가 필요한데....사향노루가 무슨 칠면조도 아니고 이게 말이 되나.
가루로 유통되는 사향은 100% 가짜라고 보면 된다. 진품 사향을 구하려면 비행기 타고 티벳가서 직접 눈앞에서 노루를 묶어놓고 사향을 따라!! 하나에 5백만원이다. 비행기삯 제반경비까지하면 7백정도 들 것이다.

<>상황버섯: 진품은 1kg에 7백만원이다. 워낙 가짜가 많아 진품을 본 사람이 없으니 어떤게 진품인지조차 모른다.

<>자연동: 산화구리를 자연동(산골)이라고 수입해서 파는 놈들이 있다.


문제는 이런 가짜뿐만 아니라 이름은 같되 재배되는 국가에 따라 전혀 기원이 다른 한약재가 있다는 것.

강활, 독활, 방풍, 당귀, 천궁, 작약, 창출, 백출, 진피, 하수오, 복분이 대표적인 약재들이다.
즉 중국강활이랑 한국강활이랑 다른 기원의 식물이라는 이야기...방풍도 원방풍, 식방풍, 관방풍, 해방풍 등 이름이 여러가지인데 이것들도 모두 방풍의 이름을 달고 돌아다니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렇다면 중국산 약재가 다 나쁜거냐면 그것도 아니다. 중국에도 최상품 약재가 있고, 그런것들은 국산보다 훨씬 뛰어나다. 하지만 수입업자들이 수입을 하지 않는다. 제일 하품들만 수입하기 때문에 문제가 터진다.

국산약재들이 사라지는 과정을 살펴보면 이렇다.

예를 들어 품질좋은 국산당귀가 한근에 만원이라고 하면 수입업자들은 중국에 가서 싸구려당귀를 들여와서 한근에 2천원에 판다. 그러면 국산당귀가 서서히 경쟁력을 상실하게 되고 결국 당귀를 재배하는 농민들이 없어지게 된다. 국산당귀가 모두 시장에서 사라지면 수입업자들은 2천원에 팔던 싸구려 중국당귀를 만5천원에 판다. 그리고는 한의원장에게 와서는 "요새 수입당귀값이 많이 올랐죠."라며 능글능글거린다.

지금 국민들이 한의사에게 가지는 인식은 '값싼 저질 약재를 달여서 비싸게 팔아먹는 족속'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렇다면 왜 한의사들은 중국의 고급약재와 양질의 국산약재를  쓰지 않을까.


예를 들어 우리동네 한의원에서 한약 치료제가 15만원이고 녹용분골 넣은 약이 50만원, 상대 넣으면 40만원이라고 쳤을때 내가 최고급약재를 넣어 약값을 몇만원 더 올렸다고 하자. 그럼 어떻게 될까?





                   망한다.


(설사 망하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위험변수가 너무 큰 컨셉이다. "저 한의원은 약값이 드럽게 비싸다"는 입소문 타면 오래 못 버틴다. 약재를 어떤걸 쓰건말건 그런건 관심없다.)


전에 대구사는 형님한테 한제에 30봉 줬다가 너는 왜 다른 한의원처럼 45봉 안 주냐고 어필(?)를 받은 적이 있다.

거기다가 요새 생수 안먹는 사람 있나? 근데 한약 달일때 생수 사다가 넣는 한의원 본적 없다. 전부 수도물로 달인다. 그 생수값 환자들에게 내라고 하면 누가 낼 것인가. 백화점에서 원가 10만원짜리 옷을 50만원 주고 사입으면서도 생수값 5천원에 매우 불쾌해하는 족속이 우리나라 아줌마들이다. 거기다가 약지은 날은 침도 공짜로 놔달라고 한다. 그런 식이면 백화점에서 옷사면 스카프는 다 공짜로 줘야하나.

어떤 좋은 약재를 쓰느냐보다 약값 1,2만원에 더 민감한 환자들...약봉다리가 몇개냐를 중요하게 따지는 아줌마들을 상대로 장사하는 입장에서 고급약재를 컨셉으로 승부한다는 건 압구정동이 아닌 이상 망하는 지름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싸면서 좋은" 물건은 없다. 그런데도 이 사회는 "양질의 약재를 사용하여 생수를 붓고 정성을 다해 달여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한의사를 요구하고 있다. 존경받는 훌륭한 한의사가 되려면 흙퍼먹고 살아야한다.

음..가짜한약재가 주제인데 이거 결론이 이상하군. ㅡ.ㅡ;;;; 독자여러분의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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