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탈레반인가?

Essays 2016. 8. 1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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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 졸업생들이 신봉하는 도그마가 하나 있는데
1.고방 2.후세방 3.체질방은 다르다는 이론이 그것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식의 풍조가 유행을 탔는지 모르지만 아마 대부분의 한의대 내에 이런 식의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의사학적 스키마가 없는 상태에서 임상 트레이닝(전문의 수련과정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님) 을 받지 않고 독학으로 자신만의 공부 스케쥴로 임상을 하다보면 이런 참사(?)가 생긴다.


나는 2011년부터 이런 애들을 탈레반이라고 공식적으로 부른다.

고방탈레반
상한론탈레반
일본식고방탈레반
동의보감탈레반
사상탈레반
체질탈레반

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야 한다.
배를 끌어안고 “고마워. 배야. 우리 평생 함께 하자. 넌 나의 분신” 이러면 곤란하다.

모든 의학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결국 발전하게 되어 있다.
의학의 핵심은 효과없는 이론들을 내다버리고 효과있는 이론에 임상가나 연구자들의 주석을 다는 것이다.

허준은 상한론을 포함한 의서 500권에 대해 자신의 관점에서 동의보감 안에 주석을 달아 남겼다. (물론 동의보감 안에 허준의 말은 소목차 외에는단 한 글자도 존재하지 않지만 사전은 목차가 훨씬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동의보감을 완독해서 내가 임상에서 한약을 잘 써보겠다는 것은 내가 엣센스영한사전을 완독하면서 영어회화를 잘 해보겠다는 시도와 같다.)


이제마는 상한론과 동의보감에 대한 주석을 동의수세보원이라는 형식으로 달았다.

인간에게 고방이 잘 듣는, 고방의 병리관처럼 움직이는 몸이 따로있고...후세방 병리관으로 몸이 돌아가는 몸뚱이가 따로 있나?

이런 코메디가 없다.

몸은 하나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어떻게 하면 한약을 잘 쓰느냐. 그것뿐이다.

참고로 우리한의원 처방의 80%는 동의보감 후세방이다. ㅎㅎㅎㅎㅎ
넌 체질을 표방하는데 왜 동의보감을 쓰냐...? 고??
왜 나는 후세방 처방하면 안 되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동기들 사이에서 나는 동의보감 처방을 매우 잘 쓰는 것으로 알려져있지. 체질방은 아직 병신수준이다. 여기서 병신수준이라함은 환자에게 약 컴플레인으로 환불당하지 않을 정도로 구사한다는 지점을 말한다.

 

내가 후세방 쓰면 체질의학계의 배신자인가?
이게 무슨 개소리야.
지금 종교를 믿나? 동의보감교, 사상의학교. ㅋㅋㅋㅋㅋ

한의사는 모든 처방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어야 한다.

앗, 황당하지?

아니 선배님, 고방, 후세방, 사상방 중에 하나 골라서 자기가 주력으로 쓰는 거 아닌가요?????

무슨 리암니슨이 수성하와이에서 썬탠하는 개소리를 하고 자빠져있어.

 

시중의 후세방 잘 쓴다고 유명한 원장님, 사상체질의 달인으로 알려진 원장님 찾아가서 트레이닝받다보면 깜짝 놀라게 된다. 왜냐면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게 너무너무 흡사함. 나도 몇번이나 놀랐음. 물론 각자 처방은 다르지. 근데 그 처방을 도출해내는 과정이 놀랍게 유사함. 심지어 처방의 구조가 거의 흡사함. 이건 고방도 마찬가지임. 완전히 다른 이론이 아니라 아예 한 덩어리인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끝이 맞닿아있다. 끝에 둘이 만난다니까!!

사상체질 잘 쓰는 원장님이 동의보감엔 까막눈인거 같지??(존나 대가리 나쁜 상태에서 공부도 안하면 이렇게 생각하게 됨. 동의보감이랑 동의수세보원이랑 물과 기름처럼 정반대의 책이라고 생각함) 근데 완전 잘못 생각하고 있는거야 실제 현실은 니 생각과 정 반대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깜짝 놀라. 사상방에 빠삭한 원장님이 대부분 동의보감도 빠싹하고 상한론에도 빠삭해요. 원래 그게 정상이에요. 잘 이해가 안 되죠? 원래 대가리 나쁘고 공부 안 하면 이런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힘들다. 뭐??? 3가지 처방에 다 능통하다구???? 시발.

 

아무튼... 뭐

체질의학은 근거가 부족하므로 퇴출되어야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나도 제발 그랬으면 좋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부 좀 덜 해도 되게.

 

 

내가 공부를 안 해서 잘 모르면 그 영역에 대해서 저는 '잘 모릅니다' 즉, 콘트로버셜 포지션이라고 고백하면 된다.

도대체 고방, 후세방, 체질방은 완전히 다르고 달라야만 하고 그 중 하나만 주력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탈레반적 망상은 어디서 출발한걸까?

한의사는 당연히 고방, 후세방, 체질방을 자유자재로 잘(!) 구사할 줄 알아야한다. 면허를 갖고 개업한 자라면, 더군다나 한약을 환자에게 처방한다면 이건 기본 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소양이다.

절대적인 학습량의 부족. 대부분의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원인들은 의외로 간단하다. 해결하기가 힘들어서 그렇지.

 

나는 체질의학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아주 반갑다. 이 바닥에 좀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 이미 너무 많이 들어왔다. 체질의학에 대해 관심 좀 덜 가져주고. 그래그래, 다 구라니까. ㅎㅎㅎㅎㅎ 얼씬도 하지 말고. 조용히 퇴출되든 말든 알아서 할테니. 그냥 조용히 잊혀진듯 만듯.... ^^ 체질의학 배척하자!! 결사반대! 사상체질! 8체질도 똘똘말이!! 접근금지하라!! 대학에서 사상체질도 좀 그만 가르쳤으면!!!

 

앗찻차!!! 까묵고 제일 중요한 이야기를 안 했네. 환자가 많으면 블로그에 이런 잡소리 올릴 시간 자체가 없음. ㅠ.ㅠ 절대적 시간의 부족. ㅋㅋ 이건 진짜 진리. 다음카페건 블로거건간에 들어가볼 시간 자체가 안 남. ㅠ.ㅠ 이런 글 쓸 시간이 난다는건 뭔가 잘못 돼가고 있다는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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