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진

Essays 2017. 1. 16.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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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목적에 맞는 빛

명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이번주 일요일 오전 거실에 역사광이 들어오면 인물사진을 찍어야겠다.

사진은 빛이 없으면 꽝이다. 어두워지면 카메라 못 쓴다. 늘 빛을 구걸해야 한다. 좋은 빛을 볼 줄 아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어? 이 빛 좋은데? 야 지금 찍어야겠다."


2. 목적이 되는 피사체

뭘 찍냐. 데일리카메라라는 말이 있다. 늘 갖고 다닌다는 점이다. 총을 늘 지니고 다닌다는 건데, 지금까지 데일리 카메라에서 좋은 사진 건졌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뭘 찍을 지 명확할수록 결과물은 좋아진다. 좋은 피사체란 말은 결국 타이밍이다. 찍사에게 의미있는 '순간'을 잡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결국 안목 놀음이다.


3. 카메라

그 다음이 카메라다. 젠장.

좋은 빛과 좋은 피사체면 사실 폰카로 찍어도 잘 나온다. 게임 끝이지. 짙은 숲속에서 흐린 태양광 아래 보드라운 빛이 살결의 디테일을 섬세하게 비추고 있는데 하필이면 그 피사체가 한가인이면... 10년된 폰카로 찍어도 기가 막힌 사진이 나온다. 심도가 어떻니, 구도가 어떻니 그런게 뭐가 중요하나. 기가막힌 빛 한가운데 한가인이 서 있는데.

문제는 우리가 늘 한가인을 찍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가 찍어대는 대부분의 피사체들은 의미가 없다. ㅋㅋㅋㅋ 그래서 잡기술에 집착하게 된다. 심도놀이, 후보정놀이.


좋은 카메라를 사고 나서 아, 좋은 사진 찍어야지가 아니라

내가 찍고 싶은 명확한 좋은 사진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있을 때 그것을 실현해줄 도구로서 적당한 카메라를 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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