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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은 플라시보다.


어떤 한의사로부터 들은 말이다. (인간관계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대꾸하지 않았지만, 참 씁쓸한 기억)

그럼, 뭐가 플라시보인가?

자, 사랑니를 발치한 사람에게 밀가루약을 듬뿍 주고 이 약을 먹으면 통증이 사라진다고 말해보라. 그러면 놀랍게도 35%의 환자들이 통증이 줄었다고 말할 것이다.

플라시보의 핵심은 뭐냐
가짜약인가?
아니다.
플라시보의 핵심은 믿음이다.

환자에게 믿음을 제공하여 심리적 변화를 유도하고 그것이 신체적 변화까지 이르게 하는 것. 아니, 이런 과정을 어떻게 "가짜"약이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플라시보는 가짜약이 아니라 '믿음의 효과'로 번역되어야 마땅하다. (그렇다고 플라시보에 기댈 생각은 없다.)

대체로 양방논문들을 살펴보면 플라시보, 즉 믿음의 효과가 약 20%에서 35%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다.

여기서 더 신기한 것은 플라시보가 '효과'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부작용'까지 보고되고 있다는 사실. 즉 밀가루약 먹고도 두통이 생기고 발진이 일어난다는 얼척이 없는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이제 누가 이걸 가짜약이라고 할텐가!) 인간의 마음이 몸을 어떻게까지 만들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사실 양방에서 플라시보를 폄하하고 격하하는 것은 마음의 위력을 과소평가하는 것에 다름아니다. 서양에서 수천년동안 '마음'이란 고작 뇌의 '활동결과'(원인의 지위에 오를 수 없는 존재)에 지나지 않지않았던가.

어찌됐건 플라시보는 서양의학에 있어 '그거 전부 구라야~~'정도의 욕설에 지나지 않는 존재다.

한방과 양방이 플라시보를 바라보는 눈의 위치가 다른 것은 마음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의 차이.


(1) 자, 양로에 맞으면 벌떡 일어나서 걷게될 겁니다.
(2) 자, 책에 양로에 맞으면 효과가 있다고 써있으므로 한번 해봅시다.

편의상 1번을 레드썬원장이라고 하고 2번을 교과서원장이라고 하자. 실제로 진실을 말한 사람은 교과서원장이지만 치료효과는 레드선원장이 훨씬 앞설 것이다. 의술이라는 것에 구성되는 변수는 워낙 많아서 종합예술에 가깝지않은가.

침은 플라시보니까 대충놔도 된다??
열명이 침맞으러 와서 2명에게서 귀신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우와, 역시 침이야!!

극우와 극좌는 서로 통하는 법이다.

어찌됐건간에 '믿음의 효과'를 제외한 실제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를 증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한의학에서 플라시보 모델을 어떻게 설계할까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다다르게 되는데 가짜침, 가짜한약에 대한 논의는 나의 능력을 벗어나는 분야이므로 하략.



어찌됐건 간에 로컬의가 환자에게 믿음을 주는 것은 중요하고, 그 믿음을 배반하지 않고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하다.

당신이 안수기도를 하건 할배침법을 쓰건 뭔지랄을 하건 환자를 치료했다고 증명할 수 있고 공인받을 수 있다면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30%를 넘지 않는 치료율로 침법의 효과를 논한다면 '믿음의 효과'에 대해서 좀 더 공부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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